본격적으로 현장 투입된 필리핀 가사관리사, 업무 범위·임금 수준 등 논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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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본격 시행, 차후 상시 신청 받는다
"손걸레질은 금지, 청소기는 허용" 업무 범위로 인한 현장 혼선 예상
일 8시간 고용하면 238만원, 고임금 논란에 서울시 '임금 인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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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업무를 수행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사진=서울시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현장에 투입된 가운데, 해당 사업을 둘러싼 사회적 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가사관리사의 업무 범위, 임금 수준과 관련한 논의가 지지부진한 탓이다. 이에 사업 주체인 서울시는 업무 가이드라인 제시, 임금 인하 주장 등 사업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본격 투입

3일 서울시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142개 가정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당초 서비스 이용을 신청한 가구는 751개 가정이었으며, 서울시는 이 중 157가정을 최종 선정한 바 있다. 최종 선정된 가구 신청을 변경하거나 취소한 가구는 총 15가구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측은 “변경이나 취소 사유는 단순 변심일 수도 있고, 다른 가사관리사를 구해서 취소를 했을 수도 있다. 구체적인 취소 사유는 받지 않았다”면서도 “허위 신청 건도 있었고, 아이 돌봄 가사 서비스를 비정기적으로 이용하길 희망하는 가정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울시는 등·하원 등 틈새 보육 수요에 집중된 돌봄 수요의 특성과 추가 취소 가능성을 고려, 상시로 서비스 이용 신청을 받기로 했다. 당초에는 없었던 2시간 서비스도 추가됐다. 이에 따라 외국인 가사관리사 고용을 원하는 가정은 서비스 제공 기관인 ‘홈스토리생활 대리주부’, ‘휴브리스 돌봄플러스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회원 가입 후 수시로 관련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신청 자격은 서울시에 거주하며 12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에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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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모호한 ‘업무 범위’

이날 서울시는 논란이 됐던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업무 범위’와 관련한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은 아이 돌봄 업무를 최우선으로 수행하면서 아이의 안전이 확보되는 범위 내에서 여타 가사 업무를 할 수 있다. 육아와 관련된 일은 대부분 업무 범위에 포함되지만, 어르신이나 반려동물 돌봄은 제외된다. 청소기나 밀대걸레로 바닥 청소를 할 수는 있으나 손걸레질은 불가능하다. 아동과 동거 가족의 식사를 함께 준비할 경우 동거 가족에게 별도의 식단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이 밖에도 이들은 △입주 청소 등 집중적인 청소 △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 청소 △창틀·유리창·방충망 청소 △베란다·현관 청소 △기름때·곰팡이 제거 △어른 침구·커튼 세탁 △다림질 △수납 정리 △쓰레기 배출 △장보기 등 돌봄과 무관한 가사 업무는 수행할 수 없다. 명확한 업무 내용은 계약 시 결정하게 되며, 업무 추가가 필요한 경우에는 서비스 제공 기관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서울시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실제 업무 현장의 혼란을 잠재우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가사도우미가 가벼운 업무를 부수적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했지만, 사실상 해당 ‘부수 업무’의 범위는 여전히 애매한 실정”이라며 “청소기와 밀대걸레를 활용한 청소는 허용하고, 손걸레질은 불허하는 등 기준이 모호한 각종 규정들도 차후 현장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산층에겐 그림의 떡” 임금 수준 논란

가사관리사들의 임금과 관련한 논란 역시 지속되고 있다. 소득과 무관하게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임금 인하가 필수적이라는 비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필리핀 가사관리사 이용 가정은 시간당 최저임금(9,860원), 4대 사회보험(고용보험,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 산재보험) 등 최소한의 간접 비용을 반영해 일 8시간 기준 매달 238만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 3인 가구 중위소득(소득순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가운데 해당하는 소득, 471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서울시는 법무부에 E7 비자 직종에 ‘가사사용인’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등 임금 인하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필리핀 가사관리사 관련 세미나에 참석해 “이번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최저임금 적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시행 전부터 높은 비용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비용이라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 고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중산층 이하 가정에는 (가사관리사 서비스는) 그림의 떡”이라며 임금 차등 적용을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오 시장은 “헌법상 평등권은 기계적인 게 아니라 실질적 평등권”이라며 “앞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우리가 드리는 인건비 수준은 몇 배가 되기에 기계적 평등권을 따지는 건 매우 형식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세미나에 참석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역시 “헌법상 평등은 무조건적 평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헌법을 위반하지 않고 ‘윈윈’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정계 관계자는 “계속되는 비용 논란에 대통령실과 여당 역시 가사관리사 고용 비용 인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가사관리사 임금을 인하할 경우 최저임금 차등 적용 논란에 불이 붙을 수 있는 만큼, (정부 입장에서도) 간단하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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