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청약 제도 개선 시급” 거세지는 시장 비판, 정부 차원의 노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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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청약 제도, 시대상과 동떨어져 있어 비효율적" 
수도권 중심의 정부 부동산 대책도 도마에
정부, 사전청약 폐지 이어 무순위 청약 제도 손질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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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청약 가점 제도가 가족 형태와 인구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대상과 동떨어진 제도가 위장 전입 등의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도 현행 청약 제도 특유의 비효율성,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대책 등이 청약·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심화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청약 제도의 ‘허점’

4일 한국부동산마케팅협회와 건설사 마케팅포럼은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정책 간담회를 개최, 청약 제도 개선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간담회에서는 현 청약 제도가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 등 시대상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 평균 가구원 수가 1970년대 5.2명에서 2023년 2.2명으로 감소한 가운데, 모집공고일 기준으로 가구 구성원 수가 청약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위장 전입을 부추길 뿐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서초구 ‘원펜타스’ 청약을 대행한 이월무 미드미네트웍스 대표는 “국토부가 원펜타스를 대상으로 위장전입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적발 시 10년 동안 청약 당첨을 제한하기로 하자 계약 취소자가 쏟아졌다”며 “민간에서 수사권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데 서류상 문제가 없으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나치게 복잡한 현행 청약 제도를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최근 청약을 진행한 서울 강남구 ‘레벤투스’의 경우, 부적격자 중 부양가족 산정을 헷갈리거나 부부합산 소득 계산을 잘못한 가구가 40%에 달했다”며 “250페이지에 달하는 청약 제도 안내는 담당자도 완벽히 숙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수요자가 직관적이고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는 청약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지나치게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왔다. 한 분양업체 대표는 “서울에 집중된 주택 매수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에 효과를 봤던 양도세 5년 감면 등의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미분양 매물 누적으로 인해 홍역을 치르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 활성화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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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에 짓눌리는 지방 부동산

실제 우리나라의 청약 시장은 지역에 따라 상당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8월 서울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140.66대 1을 기록했다. 총 2,464가구 모집에 34만6,589개의 청약통장이 접수된 것이다.

반면 지방의 올해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6.71대 1에 그쳤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제주는 총 653가구 모집에 638명이 접수해 0.9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대구(1.11대 1) △부산(1.21대) △강원(1.18대 1) △광주(1.68대 1) 등의 지역도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대 6%에 달하는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를 완화하고, 지방에 한해 양도세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여전히 부동산 시장이 과열 상태라고 생각하는데, 수도권과 지방의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양도세 완화 등은 시장 침체 상황에서 추가 재정 투입 없이 시장 심리를 회복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짚었다.

정부의 제도 개선 움직임

정부 역시 이 같은 현행 청약 제도의 ‘허점’을 인식,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무용론’에 휩싸였던 사전청약(통상적으로 아파트 착공 때 이뤄지는 청약 접수를 1~2년 앞당겨 진행하는 제도) 제도가 폐기 수순을 밟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5월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공공분양주택에 대한 사전청약 신규 시행을 중단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2022년 민간 부문의 사전청약 폐지 이후 공공 사전청약 시행마저 중단하며 사실상 제도 폐기 방침을 천명한 것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사전청약 제도 도입 초기인 2021~2022년 사전청약을 시행한 단지들부터 본청약이 줄줄이 미뤄졌다”며 “본청약까지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당첨자 이탈, 분양가 변동, 자금 조달 등 다방면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사실상 사전청약 제도가 무용지물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서는 ‘무순위 청약’ 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25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청약 시장 분위기가 바뀐 상황에서 현행 ‘줍줍’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맞는지 문제 의식을 갖고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며 무순위 청약 제도 개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무순위 청약은 1·2차 청약 미달, 계약 포기 등으로 발생한 잔여 물량에 청약을 다시 받는 제도로, 2021년 집값 급등기 소위 ‘로또 청약’으로 불리며 시장 과열을 야기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로 무순위 청약 자격을 제한했지만, 이후 미분양 우려가 커지자 지난해 2월 28일부터 민영 아파트 무순위 청약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국토부가 재차 제도 개편을 검토하고 나선 배경으로는 지난 7월 시행된 ‘동탄역롯데캐슬’ 청약이 지목된다. 당시 해당 단지의 전용면적 84㎡ 1가구 무순위 청약에 무려 294만4,780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분양가와 시가의 격차가 눈에 띄게 벌어지며 시세차익을 노린 ‘로또 청약 광풍’이 불어닥친 결과다. 이후 시장에서는 무순위 청약이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이라는 청약 제도의 본래 취지를 흐리고 있다는 비판적 여론이 확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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