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장들 F4 회의 개최, 가계부채 관리책 중심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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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혼란 키우는 대출 규제, DSR 2단계 시행 지연에 가계대출 폭증
F4 회의서 가계대출 관리 의지 재천명, 시장 혼란 불식 기대감↑
독단적인 행보 보인 이복현 금감원장, 은행권 중심으로 볼멘소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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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사진=기획재정부

금융 당국과 은행권이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경제·금융수장들이 이른바 F4(거시경제금융회의) 회의를 열어 가계대출 관리에 대한 의지를 재천명하는 메시지를 냈다. 중심 없는 대출 정책에 시장이 혼돈에 빠진 만큼 관련 부처들이 공동대응에 나서 시장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가계대출 급증에 한 데 모인 경제·금융 수장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F4 회의를 열고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를 마친 직후 김 위원장을 브리핑 자리에서 “다시 한번 긴장감을 가지고 가계대출에 대한 고삐를 잡아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주택시장이 계속 과열되고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준비해 두고 있는 추가적인 관리 수단들을 적기에, 그리고 과감하게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추가 관리 수단에 대해선 “모든 옵션을 다 올려놓되 기본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중심으로 상환 능력에 맞춰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기조를 확대하고 내실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DSR과 관련된 정부의 추가 규제로는 현재 은행권 40%, 비은행권 50%인 DSR 한도를 축소하거나 내년 7월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DSR 3단계 실행을 앞당기는 방안이 거론됐다.

중심 없는 대출 규제, 오히려 시장 혼란 키웠다

이번에 경제·금융 수장들이 F4 회의를 개최한 건 최근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1조7,000억원가량 줄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4월 5조원이 넘게 늘더니 5월에도 6조원이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오르자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지면서 대출 수요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부채가 누적되자 금융 당국은 스트레스 DSR 2단계를 도입했다. DSR 산정 시 가산금리 0.75%를 적용하겠단 게 골자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가계대출 증가 폭이 빠른 만큼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은 가산금리를 1.2%로 상향 적용했다. 금융 당국의 조치에 은행권도 자체적으로 가계대출 관리 대책을 만들며 발 빠르게 움직였다. 대출 만기를 축소해 한도를 줄이는 것은 물론 유주택자에겐 주담대 공급을 제한하는 등 사실상 전 정부 시절 수준의 대출 규제를 내놨다.

문제는 금융권의 대책 마련이 중심 없이 이뤄지다 보니 오히려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 펼쳐졌단 점이다. 특히 금융위는 스트레스 DSR 총부채원리금 2단계 규제 시행을 당초 7월에서 9월로 미루면서 부동산 시장의 수요 심리만 자극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실제 8월 한 달 동안 가계대출은 무려 9조3,000억원 폭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장에선 이번 F4 회의를 계기로 차후 혼란이 불식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요 수장들이 의견을 한데 모아 정책의 중심을 잡으면 시장 혼란이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시선에서다. F4 회의가 중대한 고비를 넘기는 데 역할을 도맡은 사례가 적지 않단 점도 기대를 키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 신청 과정에서 F4 회의를 통한 대책 논의가 수시로 이뤄졌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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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과 ‘엇박자’ 낸 이복현, 일각서 우려 목소리 나오기도

다만 금융권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F4 회의 구성원인 이 원장이 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금융권과 거듭 ‘엇박자’를 내 온 바 있어서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시화되던 지난달 2일, 이 원장은 금감원 임원 회의를 통해 “무리한 대출 확대가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첫 메시지를 냈다. 이에 금감원은 다음날 17개 국내은행 부행장과 간담회를 열고 “가계대출 현장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후 은행권에선 ‘금리 인상 릴레이’가 벌어졌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7~8월 사이에 금리를 인상한 횟수만 총 22차례에 달한다. 은행이 대출 수요를 누를 수 있는 첫 번째 카드가 금리라서다. 결국 은행권 입장에선 당국의 기조에 보조를 맞춘 셈이다.

그러나 이 원장은 지난달 25일 “금리 인상은 정부가 원한 것이 아니다”라며 제동을 걸었고, 같은 달 27일 금감원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대출 심사를 강화해 투기 수요를 잡아야 한다”고 다시 메시지를 냈다. 이후 은행권에선 ‘대출 축소 릴레이’가 시작됐다. 주담대를 포함해 전세대출, 신용대출 한도와 대상을 축소했고, 일부 은행은 “무주택자만 전세대출이 가능하다”는 초강수 조치를 꺼내기도 했다. 약 일주일 사이에 5대 은행이 발표한 대출 축소 대책만 총 30여 개에 달한다.

그런데 이 원장은 여기서 다시 한번 은행권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기계적·일률적 대책으로 실수요자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고 은행권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은행권 대책이 과하다는 비판에 대해선 “당국과의 공감대가 없었다”며 단단히 선을 그었다.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방침에 따라 금융권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 방향이 아니다”라는 메시지가 반복된 셈이다.

이렇다 보니 F4 회의가 이 원장의 독단적인 행보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속속 나온다. 물론 의전 서열상 이 원장은 다른 구성원보다 아래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총리급이고, 한국은행 총재와 금융위원장은 장관급 의전을 받는다. 반면 금감원은 금융위 산하 부속 조직인 만큼 금감원장은 차관급 의전을 받는다. F4 구성원이 금감원장을 위해 나설 이유가 없는 셈이지만, 이 원장은 입장이 다소 다르다. 경력상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 이후 사법시험까지 합격한 바 있어 향후 금융위원회로 거취를 옮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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