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는 가계대출 증가세, 쌓이는 규제에 신용대출·제2금융권 ‘풍선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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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쏟아졌는데" 5일 만에 1조3,000억원 불어난 가계대출
주담대 수요 흡수한 신용대출, 금융당국 추가 규제 검토
제2금융권, 금리 인하·대출 제한으로 풍선 효과 선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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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이달 들어 5일 만에 1조3,000억원 가까이 확대됐다. 연이어 쏟아져 나온 정부의 규제와 은행권의 자체적인 대출 제한 조치에도 불구, 신규 대출 수요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양상이다. 특히 시중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의 반동으로 신용대출 잔액이 급증하는 등 풍선 효과까지 나타나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월 가계대출 잔액 급증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5일 기준 726조6,43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8월 말(725조3,642억원) 대비 1조2,792억원 급증한 수준이다. 월말까지 현재와 같은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9월 월간 가계대출 증가액은 7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신용대출 증가세가 가파르다. 5대 은행의 개인 대상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5일 기준 103조9,321억원으로 전월 말(103조4,562억원) 대비 4,759억원 늘었다. 9월 들어 하루 평균 952억원씩 신용대출이 불어난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주담대 잔액은 하향곡선을 그렸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4대 은행의 주택대출 잔액은 462조7,507억원으로 8월 말 대비 2조7,379억원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대출이 급증한 것은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 따라 은행권이 주담대 금리를 줄줄이 올렸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주담대를 중심으로 강화된 각종 대출 제한 조치를 피해 규제가 덜한 신용대출로 수요가 몰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은행권의 주담대 만기 축소 △주담대 금리 인상 등의 조치가 주담대 수요 감소를 견인함과 동시에 풍선 효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당국, 신용대출 ‘풍선 효과’ 경계

이에 금융당국도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확인된 풍선효과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8일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에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모두 동원해 주택 구입에 나서는 경향이 지속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추이를 봐서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내로 축소하는 방안을 포함한 추가 조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은 신용대출에 소득대비대출비율(LTI)을 적용, 현재 연 소득의 150% 수준인 시중은행들의 신용대출 한도를 이를 100% 이내로 줄이는 것이다. 앞서 3년 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빚투(빚으로 투자) ‘광풍’ 당시에도 정부는 행정지도를 통해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내로 축소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DSR 산정 시 신용대출에 적용하는 만기(현행 5년)를 축소해 전체적 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경우 현재 소득의 최대 1.8배 수준인 한도가 유의미하게 줄어들 수 있다. 나아가 당국은 연말까지 특정 지역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응할 수 있는 ‘핀셋 규제’ 제도화 방안, 내년 하반기로 연기된 3단계 스트레스 DSR의 조기 시행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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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금융권도 대출 규제 동참

한편 시장에서는 차후 제2금융권에서도 시중은행의 규제 강화로 인한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보험사 주담대 금리 하단이 은행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서다. 지난달 2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에 따르면, 같은 달 28일 기준 주담대 금리(주택 가격 3억원, 대출 금액 1억원, 대출 기간 30년, 고정금리, 아파트 담보 대출)는 삼성생명 3.59~4.94%, 삼성화재 3.68~6.13%, NH농협손보 3.98~6.17%, KB손보 4.07%~6.08%, 한화생명 4.18~4.91%, 교보생명 4.23~5.44%, 동양생명 4.56~4.76% 등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주담대 5년 고정금리(혼합·주기형)는 3.63~6.03% 수준이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주담대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몰릴 것을 우려, 금융권 대출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나섰다. 박충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지난달 27일 가계부채 현황 브리핑에서 “아직 다른 업권으로 대출이 몰리는 풍선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고, 현재까진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라면서도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현장 검사 등을 통해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에 집중돼 있던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압박이 제2금융권까지 확대된 셈이다.

금융당국의 움직임을 의식한 제2금융권도 금리 인상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주담대 금리를 0.2%p 올렸으며, 지난 3일부터 기존 주택 보유자에 대한 주택 구입 자금 대출(수도권 한정)을 제한했고 계열사인 삼성화재도 주담대 금리를 0.49%p 인상했다. 한화생명 역시 내달 신청분부터 주담대 금리를 인상(연동형 0.4%p, 3년 고정형 0.5%p, 5년 고정형 0.3%p)할 예정이다. 한화생명 측은 “향후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한 대출 잔액 모니터링과 심사 기준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라며 “차주 신용 등급 강화 및 담보 물건에 대한 리스크 관리 정교화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가계대출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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