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범죄·테러 위협 막아라” 국경에 빗장 거는 독일, 확산하는 反이민 정서
"모든 국경으로 임시 국경 통제 확대" 독일의 초강수
안보 위협·극우 정당 세력 확대 등이 영향 미쳐
몰려드는 난민에 난색 표하는 EU, 신 이민·난민 협정 최종 승인
독일이 모든 국경에서 입국자를 검문하기로 했다. 난민 흉악 범죄, 이슬람 국가(IS)의 테러 위협 등으로 국가 안보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솅겐 조약(유럽 지역 29개 국가들이 여행과 통행의 편의를 위해 체결한 협약) 가입국 다수의 국경에 경찰을 배치하며 본격적으로 통제를 강화하는 양상이다.
독일, 임시 국경 통제 강화
9일(이하 현지시각) 낸시 페저(Nancy Faeser) 독일 내무장관은 “임시 국경 통제를 모든 육상 국경으로 확대한다”며 “새로운 유럽 망명 시스템과 다른 조치로 EU(유럽연합) 국경을 강력히 보호할 때까지 국경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임시 조치로 통제 중인 오스트리아·스위스·체코·폴란드 국경에 더해 오는 16일부터 프랑스·룩셈부르크·네덜란드·벨기에·덴마크 국경에도 경찰관이 배치된다. 국경에 배치된 독일 경찰은 무단 입국자, 범죄 위험인물 등이 국경을 넘지 못하도록 통제할 예정이다.
새로운 국경 통제 조치는 우선 6개월간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올해 11∼12월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기존 국경 통제 조치 역시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독일은 지난해 10월 기존 오스트리아에 더해 폴란드·체코·스위스 국경 통제를 시작한 이후 불법 이민을 시도하거나 입국이 금지된 외국인 약 3만 명을 돌려보낸 바 있다. 국경 통제를 여타 주변국으로 확대한 지난 6∼7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기간 적발된 무단 입국자는 9,172명에 달했다.
왜 이민자 밀어내나
독일이 국경 통제 강화에 나선 배경으로는 최근 몇 달 새 빗발친 난민 흉악 범죄와 IS 등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위협 등이 지목된다. 국가 안보를 위해 국경을 봉쇄하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솅겐 조약 가입국 다수에 통제 조치를 적용한 것이다. 원칙적으로 솅겐 조약 가입국 사이에는 출입국 검사를 시행하지 않지만,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있는 경우 임시 국경 통제 조치를 도입할 수 있다.
반(反)이민 정서를 강조하는 극우 정당의 영향력 확대 역시 독일의 이민·난민 정책 전환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독일 현지 언론 슈피겔에 따르면, 지난 1일 치러진 독일 튀링겐주 주의회 선거 예비 결과에서 승기를 거머쥔 것은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 득표율 32.8%)이었다. 보수 성향 정당인 기독민주당(CDU)은 23.6%의 득표율을 보이며 AfD의 뒤를 이었다. 같은 날 치러진 작센주 주의회 선거에서는 CDU가 31.9%로 1위에 올랐고, AfD가 30.6%로 2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선거 결과에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독일에서 극우 정당이 주의회 선거에서 승리한 건 1945년 나치 패망 이후 79년 만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는 “독일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래 극우 민족주의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유지돼 왔다. 혐오와 배척의 논리를 앞세우는 극우 정당이 힘을 얻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특히 AfD는 2013년 창당 이후 이슬람 혐오나 난민 배척 정서를 앞세워 세력을 불려 온 정당”이라고 설명했다.
EU의 ‘이민·난민 밀어내기’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 같은 반이민 정서가 독일을 넘어 EU 회원국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EU 27개국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신 이민·난민 협정’을 구성하는 10가지 법안을 최종 승인했다. 2020년 9월 초안이 발의된 지 3년 8개월 만에 관련 입법 절차가 마무리된 것이다. 해당 법안은 약 2년간의 이행 준비를 거쳐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법안 시행 이후 EU 회원국은 망명 신청 자격을 갖추지 않은 이들을 신속하게 본국으로 송환할 수 있게 된다. 기존 1년에 달하는 시일이 소요됐던 망명 심사 절차가 최대 12주까지 단축되면서다. 아울러 심사 기간 개별 사례에 따라서는 난민 신청자를 최대 6개월간 구금할 수 있으며, 자격을 갖추지 않은 ‘불법 이주민’을 그 즉시 본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
협정에는 회원국 중 일부에 난민 유입에 따른 부담이 집중될 경우, 여타 회원국이 나서서 직접 난민을 수용하거나 재정적 기여를 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리스, 이탈리아처럼 아프리카와 중동과 가까운 지중해 해변 EU 회원국에 난민 유입의 부담이 쏠리지 않도록 EU 회원국이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다. 수용 난민 수는 연간 3만 명, 난민 거부 시 납부해야 하는 금액은 1명당 2만 유로(약 3,000만원) 수준으로 잠정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