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 ‘2023 NDC’, 공장 멈추지 않는 한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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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설정한 2030 NDC 목표, 갈길 멀어
6년간 매년 4.3%P씩 줄여야 달성 가능
야당 몽니에 무탄소전원 원전 가동도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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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 및 GDP당 배출량 추이/출처=환경부

윤석열 정부 들어 추진한 친원전 정책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함과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기조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탄소중립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정부가 밝힌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서는 추가 원전을 위한 전력망 부족과 여론의 반대를 넘어야 한다.

2030 NDC 달성 ‘난항’ 예상

10일 환경부는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 6억2,420만 톤 중 에너지 부문이 2억40만 톤, 산업 부문이 2억3,890만 톤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보다 각각 7.6%, 3.0% 감소한 수치다. 산업 부문은 2019년부터 에너지 부문을 넘어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영역으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가 경기 둔화에 따른 생산량 감소의 영향이 컸다는 점이다. 반도체 업종의 경우 공정가스 저감시설 운영 확대를 통해 배출량을 절반가량 줄였지만 다른 업종은 상황이 달랐다. 석유화학 업종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360만 톤(6.8%), 시멘트 업종도 경기 부진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80만 톤(2.3%)의 온실가스가 줄었다.

반면 2022년 태풍 힌남노 침수 피해로 가동이 줄었던 철강업종은 지난해 생산량을 늘리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220만 톤(2.4%) 늘었다. 올해를 포함한 남은 6년 내내 온실가스 배출을 지난해 수준으로 줄여야 하는데 산업 부문은 난항이 예상된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산업 부문에서 경기가 회복되면 다시 배출량이 늘어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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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자력발전소/사진=한국수력원자력

원전 가동 통해 에너지원 확보해야

NDC는 문재인 정권 시기인 2021년 정해졌다. 당시 문 대통령은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안보다 14%포인트 높은 수치였다. 이에 따라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억3,656만 톤으로 줄여야 한다.

이에 산업 현장에선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한 기업단체 관계자는 “환경 규제가 유럽연합(EU)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기업 스스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제조업 중심의 국내 산업 특성상 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재난이나 불황으로 공장 가동을 줄이지 않는 이상 2030 NDC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2030 NDC 달성을 위해선 정부가 에너지 부문의 탄소 감축에 더 속도를 내야 하는 배경이다.

실제로 2030 NDC목표를 달성하려면 올해부터 매년 4.3%포인트씩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 2018년 2억6,840만 톤으로 정점을 기록한 전환 부문의 배출량을 2030년에 1억4,590만 톤으로 45.9% 줄여야 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평균 감축율이 4.98%가 돼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가스 발전이 크게 늘어난 발전 부문에서 이처럼 온실가스를 대폭 줄이기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결국 NDC 달성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원전, 수소, 암모니아 등 무탄소 전원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탄소를 포집·사용·저장하는 CCUS 등 ‘카본 리사이클’ 기술개발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이와 함께 정책적인 측면에서 전기요금의 신호효과를 통한 전기소비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원가상승 요인이 전기요금에 신축적으로 반영되도록 가격 결정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고준위방폐장의 근거법이 되는 고준위특별법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이후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원전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수송할 송전망이 지자체의 반대로 증설 시점이 밀리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EU·美 수천억 ‘탄소세 폭탄’ 코 앞

이렇다 보니 수출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EU가 2026년부터 EU에 수출하는 기업에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만큼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하기 때문이다. 철강·알루미늄·비료·수소·시멘트·전력 6개 품목이 대상인데,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계의 CBAM 인증서 연간 구매 비용만 2026년 851억원에서 2034년 5,5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청정경쟁법(CCA)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CCA는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 화학제품·화학비료, 석유정제품, 시멘트, 수소, 에탄올 등 에너지집약도가 높은 12개 제품에 대해 미국 제품 평균 탄소집약도 기준을 초과하는 배출량에 톤당 55달러의 탄소조정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 지지를 받는 초당적 법안인 만큼 연내 통과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2030 NDC 달성 외에도 글로벌 탄소규제의 도입과 글로벌 기업 협력사에 대한 탄소배출량 관리 및 감축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철강·알루미늄 분야는 EU CBAM과 미국 CCA의 대상 품목이라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선 철강산업의 수소환원제철 전환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희 포스코홀딩스 전무는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개발·상용화되면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환원제를 석탄에서 수소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연간 370만 톤의 그린수소와 추가적으로 4.5기가와트(GW)의 무탄소 전력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그린수소와 무탄소에너지를 차질 없이 공급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EU는 철강기업의 저탄소 상용설비 전환비용의 40~60%를 정부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일본은 4,500억 엔(약 4조2,700억원)의 기술개발(R&D) 지원, 3조 엔(약 28조4,000억원)의 탈탄소 실증 및 설비 전환 지원과 함께 세액공제를 통해 그린스틸 판매량에 톤당 2만 엔의 설비 운영비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해외 사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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