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교묘해진 중국의 대만 압박 작전, 그 뒤엔 AI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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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만 신임 총통 취임식 직후 육해공군·로켓 부대까지 참여한 합동군사작전 벌여
AI 활용한 가짜 정보 콘텐츠 퍼뜨려 대만 정치기관에 대한 신뢰도 떨어뜨리는 작전도
대만, 반도체 강국 이미지 내세워 국제사회와 손잡고 탈출구 모색 필요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작전’이 점점 더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 신임 총통의 취임식 직후 합동군사작전을 벌이며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중이다. 중국의 이 같은 압박 전략엔 양안 관계 및 미국-중국-대만 관계에 대한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온라인상의 작전도 포함된다. 생성형 AI(인공지능) 등 온라인 작전에 불을 붙이는 신흥 기술이 계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대만의 기존 대응책으로는 무차별적 거짓 정보의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A campaign rally for the ruling Democratic Progressive Party (DPP) presidential candidate Lai Ching-te ahead of the presidential
사진=동아시아포럼

중국, 대만 총통 취임식 이후 군사작전 개시하며 압박 수위 높여

지난 5월 20일 라이칭더(Lai Ching-te) 대만 총통의 취임식을 앞두고 일각에선 중국의 반응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우려와 달리 당시 중국 인민해방군(PLA)은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그러나 그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같은 달 23일 인민해방군 동부지휘소는 육해공군과 로켓 부대까지 참여하는 합동군사작전 ‘합동 소드 2024A’를 개시하며 대만을 포위, 베이징의 전력을 과시했다. 

이 군사 훈련의 주목적은 보복이었다. ‘하나의 중국(One China)’ 원칙을 부정하는 라이 총통에 대한 중국의 불만을 드러내는 용도다. 차이잉원(Tsai Ing-wen) 전 총통이 중국을 향해 ‘본토’ 또는 ‘해협의 반대쪽’ 같은 애매한 용어를 썼던 것과 달리 라이 총통은 중국을 ‘중국’이라고 명확하게 칭하고 있다. 이를 두고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라이 총통을 위험한 분리주의자라고 부르며 그의 강경 성향이 ‘섬에 전쟁과 파괴’를 가져올 뿐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분노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인민해방군은 최근 한 영상을 공개했는데, 특수 효과로 점철된 이 영상은 군사적 목표를 띠고 있지만 실제 군사 행동을 하진 않는, 이른바 ‘회색지대 전술’로 대만을 침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상은 단순히 합동군사작전의 강압적인 효과를 끌어올리는 것뿐 아니라 하나의 중국을 완성하려는 중국 작전의 중요한 부분을 드러낸다.

라이 총통의 취임식을 둘러싼 이 같은 상황은 양안 관계의 궤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동시에 마카오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도 시사한다. 특히 영향력 행사 작전은 중국이 대만 관할권을 정당화하려는 노력의 중심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 중국은 국민들의 정신에 침투해 대만 정치 기관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를 약화시키려고 시도 중이다. 다행히 대만은 중국의 이 같은 영향력 작전에 대응할 수 있는 맷집을 키운 상태다. 대만은 오랫동안 중국이 퍼뜨리는 허위 정보들을 겪어 왔고, 그 과정에서 전통적인 언론과 시민사회 단체들을 갖추게 됐다.

AI 조작 영상 활용한 온라인 작전으로 대만 선거 방해하기도

그러나 지난 1월 대만 총통 선거 이후 벌어진 일련의 상황들은 새로운 시사점을 갖는다. 중국의 영향력 작전이 점점 더 크고 정교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만 선거 시즌 생성형 AI를 활용한 명예훼손성 게시글이 틱톡(TikTok)과 인스타그램(Instagram) 등 각종 소셜미디어에 퍼져 나갔다. 차이 전 총통이 주 타깃이었다. 대만AI연구소(Taiwan AI Labs)에 따르면 지난해 페이스북에서 재공유된 동영상 상위 200개 중 3.5%가 텍스트-음성 변환 및 AI를 활용한 자동 생성 콘텐츠였다. 대만의 언론 기관들과 시민단체들이 팩트체크에 열을 올렸지만, AI로 조작된 음성과 영상을 모두 구별해내긴 사실상 어렵다. 조작 영상들은 이미 팩트체크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산했다.

온라인에서 일부러 갈등을 조장하는 이른바 ‘트롤(Troll)’ 계정들의 활동도 거세다. 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선거 전 1만4,000개가 넘는 트롤 계정이 활개를 쳤다. 이들은 대만 해협에서 평화 또는 전쟁밖에 없다는 식의 이분법적 주장을 펴거나,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믿을 수 없다는 등의 내러티브를 퍼뜨렸다. 틱톡, 그리고 중국판 틱톡인 도우인(Douyin)은 특정 후보를 겨냥하거나 대만-미국 관계의 비대칭성 등 논쟁적 주제를 강조하는 콘텐츠를 띄우기 위해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일부 인플루언서의 경우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기 위해 거짓 정보를 올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대만의 선거 체계와 절차에 대한 불신은 고조됐다.

중국은 대만에 대해 강압적인 전술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정학적 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생성형 AI와 알고리즘 편향성이 급속하게 강화되고 있는 상황은 대만의 입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한다.

중국이 대만에 대해 강압적인 전술을 유지하는 가운데, 지정학적 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생성형 AI와 알고리즘 편향성이 급속하게 강화되는 상황은 대만의 입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한다. 대만이 영향력 전략을 점검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선 선진적인 기술 기업들이 여러 통로를 통해 글로벌 기술 표준 정립에 참여할 수 있게 장려할 필요가 있으며, 생성형 AI 같은 신종 기술에 대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협의에 시민사회 단체들을 적극 참여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일례로 국제전기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s Union, ITU)은 딥페이크 같은 악성 AI 생성 콘텐츠를 탐지하기 위한 표준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데, 대만의 스타트업들과 시민사회 단체가 중국의 영향력 작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쌓은 경험을 ITU와 공유할 수도 있는 것이다.

중국발 영향력 작전 대부분 소셜미디어에서 먼저 퍼진 뒤 주류 미디어로 확산하는 만큼 대만은 디지털 플랫폼들도 보다 꼼꼼하게 규제해야 한다. 아울러 온라인에서 퍼지는 주요 담론들의 구조를 재구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만이 미중 갈등에서 앞잡이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라거나, 대만 해협엔 평화 또는 전쟁 등 두 가지 선택지만 있다는 식의 통념들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경제 및 반도체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강조하며 생성형 AI, 탄소 배출량 감축 등에 대한 국제적 토론에 참여해 자국의 민주주의적 정체성을 강화할 수도 있다. 또 이분법을 넘어선 새로운 내러티브를 구축함으로써 대만은 양안 긴장을 완화하고 새로운 지역 협력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문의 저자는 마크 마난탄(Mark Manantan) 태평양포럼(Pacific Forum) 사이버보안 및 핵심기술 디렉터입니다. 영어 원문은 Taiwan must tighten the lid on China’s misinformation campaigns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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