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신세’ 지식산업센터, 바닥다졌지만 단기 반등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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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지식산업센터 거래량 전월比 상승, 투심 회복은 요원
투기꾼 먹잇감 된 지식산업센터, 고금리·경기침체 직격탄
무분별한 허가 남발이 공급과잉 유발, 계륵 신세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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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고덕신도시 지식산업센터 ‘부성타워’/사진=주식회사 부성디앤씨

부동산 호황기 투자상품으로 각광받다가 최근 시장 침체로 주춤했던 지식산업센터의 거래량과 거래금액이 바닥을 다지고 있다. 하지만 고금리 등 상황이 여전히 유효한 데다 수익성도 떨어지는 만큼 반등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2분기 부진 딛고 7월 거래량↑”투심 회복은 아직”

12일 지식산업센터114가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월별 전국 지식산업센터 거래현황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지식산업센터는 실거래가 신고 기준 432건 거래됐으며 총 거래금액은 2,39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6월) 기준 40건, 총 거래액 1,724억원과 비교해 대폭 증가한 모습이다.

거래액 상승을 견인한 것은 309억원 규모의 인천 토지산업신탁 1차 건물매각 20건(거래면적 4,503㎡) 등 고가 지역의 거래 체결이다. 단 이 거래를 제외하더라도 거래 금액 증가 비율은 21%로 높은 수준이다. 거래면적 역시 최근 소폭 늘었다. 7월 전국 지식산업센터 총 거래면적은 5만525㎡, 3.3㎡당 거래 금액은 1,568만원으로, 6월(4만2,743㎡·1,333만원), 5월(4만1,596㎡·1,391만원)보다 오른 모습이다.

이렇듯 지식산업센터는 최근 바닥을 다지는 양상을 보이지만 앞길이 밝지만은 않다. 최재견 신영 부동산리서치센터 센터장은 “지식산업센터는 개별 분양형이라 오피스에 비해 확장성이 떨어지고 레버리지 활용도가 높은 만큼 금리 영향을 크게 받는 편”이라며 “하반기 금리 인하가 진행된다면 시장이 좋아질 가능성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소규모 기업 등의 임차 수요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전망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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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의왕시 의왕초평지구의 지식산업센터 ‘의왕 스마트시티 퀀텀’ 전경/사진=HDC현대산업개발

분양가 90% 대출에 전매제한 無, 정부가 투기 권장한 꼴

4년 전만 해도 지식산업센터는 고수익 투자처로 각광받았다. 2020~2021년 부동산 상승 시기 아파트 등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체 투자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부동산 개발사들은 초저금리 여건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적극 끌어당겨 너도나도 건설에 나서며 공급을 늘렸다.

하지만 고금리에 부동산 시장 침체까지 겹치면서 지식산업센터는 가장 먼저 하락 직격탄을 맞았다. 공급은 늘어났지만 입주를 원하는 기업이 줄어들면서 공실 문제가 떠올랐고, 분양자들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서 세 없이 대출 이자와 관리비를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사실상 투기를 조장한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제대로 된 입주 수요 검토 없이 건축 승인을 남발한 것도 모자라 전매 제한 등 각종 규제까지 완화하며 투자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식산업센터를 부양하기 위해 대출 문턱을 크게 낮췄다. 이에 중도금 무이자대출, 저금리 정책자금 대출 등 산단 내의 지식산업센터는 90%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제2 벤처창업붐’ 진작을 이유로 지방세법을 개정해 지식산업센터의 취득, 재산세 감면 혜택을 연장하기도 했다.

이에 온간 편법이 동원되는 등 지식산업센터는 사실상 투기 수단으로 전락해 갔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 테크노밸리 도시첨단산단의 지식산업센터가 단적이 예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해당 센터의 전체 273개 공장 중 22%는 실제 입주계획이 없는 임대사업자들이 임대수익을 얻기 위해 분양을 받았다. 제조, 소프트웨어 등으로 위장 ‘사업자 등록’을 한 후에 ‘임대사업’ 업종을 추가한 것이다.

세제혜택을 노린 위장사업자 등록도 수두룩하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부가가치세 환급혜택을 못 받아 향후 임대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인데 문제는 불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본이 부족한 영세기업을 배려하기 위해 마련한 정책 상품이 투기꾼들의 먹거리가 된 셈이다.

‘공급 과포화’에 경매 시장서도 찬밥

결국 공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해결책을 꺼내 들었다. 최근 정부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제조업과 지식산업, 정보통신 관련 업종으로 제한했던 지식산업센터 입주 가능 업종을 도박업, 주택공급업 등을 제외한 대부분 업체로 확대했다. 업종 확대를 통해 기업 활동 수요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현장에선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정부의 업종 확대가 일시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공실이 저절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당장 대출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센터가 급증하는 형국에 땜질 처방만 내놓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법원 경매에 나온 전국 지식산업센터는 총 236건으로 전년 동기(125건)대비 무려 88% 급증했다. 경매 매물은 증가하고 있지만 수요는 적어 낙찰률과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은 하락세다. 법원 경매에 나온 지식산업센터의 낙찰률은 지난 2022년 45.0%에서 지난해 28.9%, 올해는 25.0%로 급락했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도 지난 2022년 88.7%에서 올해 69.6%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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