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금감원 금융민원 접수 증가, 지지부진하던 민원 처리는 ‘개선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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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금융민원 5만6,275건, 펀드·신탁·손해보험 위주로 증가 
평균 민원 처리 기간은 13.6일 감소, 업무 효율화 노력 통했나
"일단 민원 줄이고 보자" 돈으로 금융 소비자 입 막는 금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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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융감독원

올해 상반기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금융민원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로 인해 발생한 대규모 손실 등이 증가세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금감원의 금융민원 처리 속도는 내부적인 업무 효율화 노력에 힘입어 일부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상반기 금융민원 16% 증가

13일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융민원 접수 건수는 총 5만6,275건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4만8,506건) 대비 16%(7,769건) 증가한 수준이다. 금융권역별 민원 비중은 손해보험(35.0%), 은행(25.0%), 중소서민(21.0%), 생명보험(11.7%), 금융투자(7.3%) 순으로 조사됐다.

권역별로 민원 증가 현황을 살펴보면, 해당 기간 제기된 은행 민원은 1만4,080건으로 전년 동기(8,486건) 대비 65.9%(5,594건) 증가했다. 홍콩 H지수 기초 ELS 관련 민원이 다수 제기되며 펀드·신탁 민원이 급증한 영향이다. 지난해 상반기 각각 74건과 56건에 불과했던 펀드·신탁 민원은 올해 상반기 3,918건, 2,312건까지 늘어났고, 같은 기간 보이스피싱 관련 민원도 730건에서 914건으로, 예·적금 관련 민원은 776건에서 792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보험업권에서는 손해보험 민원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상반기 중 접수된 손해보험 민원은 1만9,668건으로 작년 동기(1만7,866건) 대비 10.1% 늘었다. 보험금 산정 및 지급(17.5% 증가), 계약의 성립 및 해지(30.0% 증가) 와 관련된 민원이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급증한 영향이다. 특히 신의료기술 치료 후 실손보험금 부지급 등과 관련한 분쟁 민원이 전년 동기 대비 31.6% 늘어난(3,490건)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같은 기간 생명보험 민원은 6,586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8.1% 줄었다.

지지부진하던 민원 처리 ‘속도’

상반기 금감원의 금융민원 처리 건수는 총 4만9,941건으로 작년 상반기(4만,8902건) 대비 2.1% 증가했다. 전체 민원에 대한 평균 처리 기간은 35.3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48.9일)과 비교해 13.6일 줄었다. 일반민원의 평균 처리 기간은 전년 동기 대비 0.4일 줄어든 13.5일로, 분쟁민원의 평균 처리 기간은 전년 동기 대비 24.1일 급감한 79.8일로 각각 집계됐다. 금감원은 유형별 집중 처리, 현장 조사, 회신문 표준화 등 업무 효율화 노력을 통해 분쟁민원 처리 기간을 대폭 경감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은행업권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금감원은 몰려드는 민원을 신속하게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지지부진하던 금감원의 민원 업무에 속도가 붙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2018년 18.2일 수준이었던 금감원의 금융민원 평균 처리시간은 2019년 24.8일, 2020년 41.2일, 2022년 49.3일 등으로 매해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민원 평균 처리 기간은 48.2일 수준이었다.

해당 관계자는 “금감원 내부에서는 여러 업권에 걸쳐 있거나, 관할 부서를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 ‘복합성 민원’ 배분과 관련해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가적인 민원 처리 속도 개선을 위해서는) 내부 소통·전문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업무 효율화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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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제기, 돈으로 막는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민원 업무를 근본적으로 효율화하기 위해서는 금융민원과 관련한 ‘악습’을 근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금감원의 내부적인 효율화 노력만으로는 금융민원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보험, 카드 등 대부분 금융권에는 금융소비자의 민원 제기를 ‘돈으로 막는’ 악습이 있다”며 “매년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민원을 줄여야 하는데, 당국에서 빠른 처리를 강조하다 보니 일단 상품권 등으로 ‘입막음’을 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같은 악습은 금감원의 민원 업무 부담을 가중할 가능성이 크다. 해당 관계자는 “상품권·현금 보상 등을 노리고 고의로 금융사에 민원을 제기한 뒤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악성 민원인들이 있다”며 “최근에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구체적인 악성 민원 수법까지 공유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무의미한 악성 민원이 증가할 경우, 금감원의 전반적인 민원 처리가 지연되며 정당한 민원인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돈으로 금융 소비자의 입을 막는 관행을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단순 민원 처리 기능을 업권별 협회로 이관, 금융사들의 민원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악성 민원을 유형화해 소비자보호 실태평가 집계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해결책으로 꼽힌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업권별로 민원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업권 스스로 악성 민원을 분류하면 당국이 이를 검토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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