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물질 생산 시설 최초로 공개한 북한, 러시아와의 ‘밀착 관계’ 형성이 영향 미친 듯
핵물질 생산기지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 "자위적 국방력 계속 강화해야"
갑작스럽게 태도 바꾼 북한, "핵 관련 시설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
푸틴 러시아 대통령 '북핵 개발 지지' 선언, 사실상 북한 '뒷배'됐다
북한 노동신문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무기급 우라늄 농축시설 방문 소식을 직접 보도하고 나섰다. 북한이 핵물질 생산시설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13일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이 핵무기 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기지를 현지 지도하고 핵탄두 생산 확대를 위한 과업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우라늄 농축기지의 조종실을 돌아보며 “정말 이곳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원심분리기 대수를 더 많이 늘리는 것과 함께 원심분리기의 개별분리능을 더욱 높이며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른 새형의 원심분리기 도입 사업도 계획대로 내밀어 무기급 핵물질 생산 토대를 더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핵무기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공사 현장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최근에도 미제를 괴수로 하는 추종 세력들이 공화국을 반대하여 감행하는 핵 위협 책동들은 더욱 노골화되고 위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며 “항구적으로 미국과 대응하고 견제해야 하는 우리 혁명의 특수성, 전망적인 위협들은 우리로 하여금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끊임없이 계속 확대 강화해 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미 양국이 군사동맹을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하는 등 대북 확장 억제력을 강화한 데 경계심을 표출함으로써 자신의 핵무력 증강 방침을 정당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설 공개 꺼리던 북한, “노동신문 보도 유례없는 일”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은 핵물질 생산 시설 공개를 꺼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2010년 미국의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해커 미국 박사를 초청해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 내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여준 바 있긴 하나, 관련 시설의 존재를 대외적으로 직접 알린 사례는 거의 없다.
이렇다 보니 북한의 핵 관련 기반 시설을 파악하는 작업은 언제나 추정의 영역에 머물렀다. 지난 8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의 비밀 핵시설’을 공개할 때도 2월 말 강선 단지의 별관 공사가 시작돼 이후 사용 가능 면적이 크게 늘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원심분리기를 설치할 공간이 추가로 필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할 뿐이었다. 이번 노동신문 보도를 두고 “유례없는 일”이라는 평가가 쏟아지는 이유다.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 원인은 러시아?
전문가들은 북한이 돌연 전폭적인 행보를 보인 배경으로 러시아를 꼽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급격히 ‘밀착’하기 시작했다.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가 강화하는 와중 북한이 지속적으로 정치적 지지를 보낸 영향이다. 실제 지난해 1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러시아와 항상 한 전호(참호)에 서 있을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고, 6월엔 임천일 외무부상이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와의 면담 자리에서 “러시아 지도부가 내리는 임의의 선택과 결정을 강력히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북한에 본격적인 화답을 전한 건 지난 6월의 일이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해 북·러 정상회담을 개최, 곧이어 동맹에 준하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했다. 해당 조약엔 양국 간 ‘군사 자동 개입’을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북한이 러시아의 강력한 군사적 역량을 뒷배로 들인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에 거듭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상회담 직후 푸틴 대통령이 “(안보) 정세 악화에 대해 북한 탓을 하는 것은 용납 불가”라며 “북한은 자체 방위력 강화와 국가 안보, 주권 수호를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북한을 두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서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북한의 자체 방위력’엔 핵 개발도 포함될 수 있다. 북한의 핵 개발 정책을 푸틴 대통령이 직접 공개 지지하고 나선 셈이다. 결국 러시아와의 밀착 관계 형성이 북한 태도가 변화한 배경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