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서 그랬다” 女교사·선배 상대 딥페이크 합성물 만든 고등학생 ‘검찰송치·퇴학’ 결정
인천 딥페이크 가해 고교생, 검찰 송치
확인된 피해자 총 4명, 학원강사 등도 포함
인천시교육청 북부교육지원청은 ‘퇴학’ 처분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교사 얼굴을 여성 나체 사진에 합성한 뒤 SNS(소셜미디어) 등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고교생이 검찰에 넘겨졌다. 해당 고교생은 퇴학 처분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범죄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관련 입법 논의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4명 얼굴 나체사진에 합성한 고교생, 檢 송치
23일 인천 남동경찰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고교생 A군을 검찰에 송치했다. A군은 지난 7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딥페이크 기술로 고등학교 여교사를 비롯한 4명의 얼굴을 나체사진에 합성한 뒤 SNS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당초 피해 교사 2명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았으며 추가 조사를 거쳐 A군의 학원 강사와 선배 등 2명의 피해 사실도 확인했다. A군은 경찰에서 “예뻐서 (불법 합성물을) 만들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의 SNS 계정을 분석해 신속히 추가 범행을 밝혀냈다”며 “총 4명으로부터 피해 진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 북부교육지원청은 최근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가 있다고 판단, A군을 퇴학 처분했다. 현행 교원지위법상 교육활동 침해 학생 관련 조치는 총 7가지로 나뉘며 이 중 퇴학은 가장 높은 수위의 처분이다.
‘딥페이크 성범죄’ 확산세에 법안 논의 속도
딥페이크를 활용한 성범죄가 갈수록 확산하는 가운데 관련 입법 논의에도 불이 붙었다. 앞서 지난 2020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에 딥페이크 음란물 제재의 근거가 마련된 바 있으나 ‘반포 등을 할 목적’이 구성 요건이기 때문에 개인이 소지할 목적으로 딥페이크 음란물을 만드는 것은 처벌의 대상이 아니고 제작자에게 반포할 목적이 있었다는 것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았다. 직장 동료들의 사진으로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했음에도 반포 목적으로 영상을 제작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해 경찰이 불송치를 결정한 사례가 있을 정도다. 지금의 사태가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국회가 관련 입법을 방기해 온 결과다.
이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방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은 성 착취물을 이용한 아동·청소년 대상 협박·강요 범죄 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현행 성폭력처벌법보다 무겁게 처벌하도록 했다. 아울러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에 긴급한 수사가 필요할 경우, 경찰관이 상급 부서 등의 사전 승인 없이 ‘긴급 신분 비공개 수사’를 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개정안은 불법 촬영물 삭제와 피해자 일상 회복 지원을 국가의 책무로 명시하고,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운영 근거 규정을 신설해 피해자 신상정보 삭제 지원·피해 예방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법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피해 촬영물 ‘완전한 삭제’도 어려워
개정안에 담긴 내용 중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불법 촬영물 삭제 지원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은 유포된 제작물을 삭제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해자 일부는 디지털 장의사를 고용하기도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특히 국내와 달리 해외 사이트에 올라간 게시물의 경우 작업에 기약이 없어 의뢰 비용이 상당히 높다.
그런데 이에 대한 금전적 지원은 없는 실정이다. 다만 금전적 지원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전문성과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은 사설 디지털 장의사를 통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또한 디지털 장의사를 통한 작업은 ‘완벽한 삭제’를 기대하기 어렵다. 온라인에 유포된 제작물은 끝없이 복제돼 다양한 형태로 보존되기 때문이다.
현재도 정부 차원에서 삭제 요청 지원과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지만, 속도와 양을 따라잡는 데 한계가 명확하다. 이와 관련해 이은의 변호사는 “국가 차원에서 금전적인 지원은 물론 기술적으로 디지털 관련 성범죄를 온라인상에서 차단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