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중국은 ‘무역 기준 준수’ 서약하고 ‘경제동반자협정’ 가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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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통해 ‘국제 무역 기준 준수’ 유도 기대
국영 기업 보조금, 데이터 이동, 강제 노동 문제 등 개선 가능
가입 시 자유 무역 증진 통한 경제적·정치적 유익 “매우 클 것”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중국은 올해 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CPTPP) 가입 의사를 보다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중국의 가입이 실현될 경우 호주 입장에서 얻는 경제적 실익은 크지 않지만, 중국 정부의 국영 기업(state-owned enterprises)에 대한 보조금 지원, 자유로운 국가 간 데이터 이동, 강제 노동 이슈 등의 보다 광범위한 측면에서 글로벌 경제에 의미 있는 개선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높은 기준의 무역 규정에 대한 준수를 서약함으로써 환태평양 국가 및 영국을 포함한 가입국들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정치적 유익은 단순한 무역 거래 이익보다 훨씬 크고, 이는 더 넓은 범위의 자유 무역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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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시아포럼

중국 CPTPP 가입 조건, ‘국제 무역 규정 준수 서약’

올해 초 중국 국무원(State Council)은 중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환태평양 11개 국가 및 영국 간 호혜 무역 협정, 이하 CPTPP) 가입을 가속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중국의 협정 가입은 자유 무역 증진을 위한 세계무역기구(WTO)의 노력을 보완할 수 있는 호재로 여겨지지만 가입까지의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5월 호주 생산성 위원회(Australian Productivity Commission)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CPTPP 가입에 따른 관세 인하로 인한 호주의 경제적 실익은 0.01%의 국내총생산(GDP)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호주가 이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을 통해 중국과의 호혜적 무역 혜택을 누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중국의 CPTPP 가입은 관세 인하 차원을 넘어 전 세계적 ‘경제 복지’를 증진시킬 수 있는 중대 사안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이 CPTPP에 가입하려면 현재보다 높은 기준의 무역 규정 준수를 서약해야 하기 때문인데, 이러한 기준은 대부분 미국 조지 부시(George Bush) 및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행정부가 중국의 무역 규모와 관행을 감안해 준비했던 내용들이다. 중국의 이러한 무역 규정 준수 서약은 중국과 환태평양 지역 이익에 공헌하는 것은 물론 중국의 강압적 경제 관행과 대만과의 긴장 관계가 초래한 일본, 캐나다, 호주의 방어적 자세를 누그러뜨려 CPTPP 가입을 촉진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중국의 가입은 대규모 국영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제한, 국가 간 데이터 이동의 자유 보장, 강제 노동 금지라는 핵심 사안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개선 의지를 서약하게 할 수 있다. 중국의 가입 후 서약 위반 가능성에 대해서도 가입국 간 체결된 호혜 협정 철회 가능성을 통해 견제가 가능하다.

중국 국영 기업 ‘보조금 지원 완화’ 기대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국영 기업 보조금 지원은 중국 경제의 비효율성은 물론, 강제적 기술 이전(forced technology transfer) 문제와 글로벌 무역 분쟁을 부르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는데, CPTPP는 가입국들의 ‘상업 원칙’(commercial principles) 준수를 요구함으로써 보조금 문제 완화를 도모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자국 자유무역지대(free trade zones)에 CPTPP 규정을 시범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의 주된 목적은 여전히 글로벌 무역 규정에 대한 자국의 해석을 타국에 전파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정부가 국영 기업에 대한 민간 자본 투자를 허용했음에도 민간 부문 주주들이 국영 자본의 들러리 역할에 그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CPTPP가 중국 내 국영 기업 개혁을 앞당기도록 하려면 두 가지 선결 조건이 요구되는데, 먼저 중국이 글로벌 경쟁 시장 영역에서라도 국영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종결하겠다고 동의해야 한다. 물론 중국 내 공공 서비스 부문 국영 기업들에 대한 예외는 충분히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CPTPP에서 이뤄지는 모든 합의는 보다 광범위한 WTO의 개혁 노력을 통해 뒷받침돼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사례는 WTO 항소기구(Appellate Body)의 중국 국영 기업 관련 판결이다. WTO는 정부가 다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라고 해서 반덤핑 조치 등을 둘러싼 무역 분쟁에서 자동으로 ‘공공 기관 분쟁’(public body conflicts) 요소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결함으로써 미국을 비롯한 무역 상대국들의 항의와 불만은 물론 국제기구로서의 위상에 의문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러한 모순의 해결은 CPTPP의 중국 국영 기업 개혁 노력의 전제 조건임이 분명하다.

국가 간 ‘데이터 이동 자유화’ 및 ‘강제 노동 금지’에도 합의해야

중국이 자유로운 국가 간 데이터 이동에 합의하도록 하는 일도 난도가 매우 높은 과제에 속한다. 중국 정부가 2021년 8월 도입한 ‘데이터 보호법’(data-protection law)은 외국 기업의 중국 외부로의 데이터 이전을 강력히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CPTPP 가입 요구 조건을 정반대로 위배하는 법령이다. 하지만 CPTPP를 통해 데이터 이동 및 보관에 대한 호혜 무역 규정이 별도로 마련될 수 있다면, 화웨이(Huawei)와 같은 중국 기업이 국적만을 이유로 서구권 시장에서 축출되는 사태를 방지하는 등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더 큰 자유무역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CPTPP와 같은 다자 간 협정에 중국을 합류시키는 것은 중국이 자국의 주장을 쉽게 관철시킬 수 있는 아세안-중국 자유무역협정(ASEAN-China Free Trade Agreement)과 같은 소규모 협정보다 국가 간 데이터 이동 자유화를 용이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WTO 내 ‘전자상거래에 관한 공동 이니셔티브’(Joint Initiative on E-Commerce)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현재 공동 이니셔티브는 호주, 일본, 싱가포르가 의장국을 맡아 미국, 중국의 합류를 이끌어내며 국가 간 데이터 이동 촉진을 위한 국제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모든 형태의 강제 노동을 금지하는 CPTPP 가입 조건의 관철도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Xinjiang Uygur Autonomous Region) 내 소수 민족 탄압과 강제 노동 이슈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경한 입장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이 역시 교도소 노동 생산품 거래에 대한 WTO 금지 규정을 전제하고, 중국 정부가 위구르족 노동자 관련 공급망에 대한 외부 감사를 승인한다면 암 치료에 사용되는 ‘질소 헤테로사이클릭 화합물’(nitrogen heterocyclic compounds) 등의 필수 물품 생산은 선별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으로 해결의 희망을 볼 수 있다. 적어도 서구권 국가들의 비효율적인 제재 일변도 조치보다는 생산적인 결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에 CPTPP 위원회 의장국이 되는 호주는 중국이 지난 제3차 전원회의(Third Plenary)에서 밝힌 경제 개혁과 현대화 목표를 높은 수준의 국제 무역 규정과 일치시키도록 밀어붙일 수 있는 입장에 놓여 있다. 물론 중국의 동의 여부는 최근 움직임을 볼 때 더욱 불확실한 상황으로 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더구나 CPTPP 가입 관련 ‘오클랜드 원칙’(Auckland principles)은 무역 규정 준수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증빙자료 제출까지 요구하고 있어 어려움을 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태평양 국가들과 전 세계에 가져올 수 있는 경제, 복지, 정치 영역에서의 이점을 고려할 때 중국의 CPTPP 가입은 시도할 가치가 충분하다.

원문의 저자는 켄 헤이든(Ken Heydon) 런던 경제정치대학원(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은 Australia can encourage China’s credibility in the CPTPP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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