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62% 인상” 美 동부 항만 노동자 파업, 노사 합의하에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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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만에 파업 돌입한 ILA, 3일 만에 파업 종료
美 정부 압박 짓눌린 USMX, 62% 파격 임금 인상안 제시
지난해 마무리된 서부 항만 노사 갈등, ILA 파업 사태에 영향 미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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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 혼란의 뇌관으로 떠올랐던 미국 동부 항만 노조 파업이 일단락됐다. 파업이 불러올 경제적 파장을 우려한 미국 정부가 노조 측을 지지하며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사측인 미국해양협회(USMX)가 파격적인 임금 인상안을 제시하며 갈등이 봉합된 것이다.

ILA-USMX, 잠정 합의 도달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동남부 항만 노동자 4만5,000명을 대표하는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와 사측인 미국해양협회는 공동 성명을 통해 양측이 임금에 대한 잠정 합의에 도달했으며, 노조원들이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측이 향후 6년간 시간당 임금을 62% 인상하겠다고 제안하면서 노사간 타협이 이뤄진 것이다.

이번 파업은 지난달 30일 끝난 단체협상 갱신 협상 과정에서 노사가 임금 관련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노조는 앞으로 6년 동안 임금 77% 인상을 원했고, 사측인 미국해양협회(USMX)는 6년간 50% 인상을 제시한 바 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논의가 결렬되자, ILA는 1일 오전부터 미 동부와 멕시코만 일대 36개 항만에서 지난 1977년 이후 47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다.

백악관 개입으로 사태 일단락

ILA의 파업 소식이 전해진 이후 시장 곳곳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혼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ILA 파업으로 인해 멈춰섰던 미국 동해안·멕시코만 일대 36개 항만에서는 미국 수출입 물량의 절반 이상이 처리된다”며 “파업이 오래 지속될 경우 운송 비용 상승, 재고 부족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충격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JP모간은 해당 파업으로 미국 경제가 하루에 38억~45억 달러(약 5조~6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치러야 할 수 있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 역시 ILA 파업이 불러올 경제적 파장에 주목했다. 파업이 시작된 지난 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글로벌 해운기업들은 코로나 이후 기록적인 이익을 냈고 어떤 경우에는 그 전에 비해 800% 이상 추가 이익을 냈다”며 “이런 이익에 따라 임원 보상도 증가했고, 이익은 기록적인 비율로 주주에게 반환됐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동안 항구를 계속 개방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노동자들이 의미 있는 임금 인상을 얻는 것은 공정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직접 항만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시장에서는 백악관의 이 같은 압박이 ‘결정타’였다는 평가가 흘러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ILA에 대한 지지 의견을 담은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은 사측에 큰 부담이었을 것”이라며 “외신은 백악관의 압박이 사측의 62% 인상안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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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항/사진=Pixabay

美 서부 항만의 노사 갈등 사례

한편 일각에서는 지난해 마무리된 미국 서부 항만의 노사 갈등 사례가 이번 ILA 파업 사태에 일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동종업계에 임금 인상 논의에서 기인한 노사 갈등이 원만하게 봉합된 전례가 존재하는 만큼, ILA와 USMX도 유사한 방식으로 타협점을 모색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미국 서부 항만의 노사 갈등은 지난 2022년 5월 시작됐다. 당시 서부 해안 항만 노조로 구성된 국제항만창고노동조합(ILWU)과 부두 노동자 고용인을 대표하는 태평양해사협회(Pacific Maritime Association)의 계약 갱신을 위한 협상에 나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록적인 해운 호황으로 수익성을 확보한 선사는 협상 개시 당시까지만 해도 노조의 요구 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문제는 이후 논의가 이어지며 노사가 임금 인상, 업무 자동화 확대 등의 문제에서 이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협상 당시 ILWU는 70% 이상의 임금 인상을, PMA는 약 30% 수준의 인상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장장 13개월 동안 계속됐던 양측의 갈등은 지난해 6월 새로운 계약에 대해 잠정 합의를 이뤄냈다는 양측의 공동 성명 발표를 통해 마무리됐다. 잠정 합의안은 같은 해 8월 각 단체 회원들의 투표 끝에 최종 승인됐다. 합의안 최종 승인과 관련해 ILWU는 “회원의 75%가 새로운 계약 승인에 찬성표를 던졌다”며 “새로운 계약은 29개 서부 해안 항구 지역의 고임금 일자리를 보호하고, 건강 혜택을 유지하며, 임금, 연금 및 안전 보호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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