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 원유 시설 공격하면 어쩌나” 확전 우려 속 국제유가 급등세
이스라엘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 감행한 이란, 이스라엘은 '보복'
중동 지역 확전 가능성 본격화, 국제유가 상승세
이란 원유 시설 공습 시 유가 추가 급등 가능성, 바이든 "대안 생각해야"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 이후 국제유가가 뚜렷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이란의 공격에 대한 보복을 본격화하자 확전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한 결과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눈에 띄게 고조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스라엘군이 이란의 원유 기반 시설·무역로 등을 공격할 경우 국제유가가 200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동 긴장 고조에 국제유가 ‘상승곡선’
블룸버그, AP통신, CNBC 등에 외신에 따르면 3일(이하 현지시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1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 대비 5.15% 뛴 배럴당 73.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가격도 5.03% 상승해 배럴당 77.62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최근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며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점령지(이스라엘) 중심부에 있는 중요한 군사·안보 목표물을 표적으로 탄도미사일을 쐈다”고 발표했다.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은 180여 발로 추산된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 군사기지 3개가 타격을 받았다”며 “미사일 90%가 목표물에 성공적으로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란의 미사일 공격과 관련해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미사일 상당수가 요격됐지만 이스라엘 중부와 남부에서 일부 타격이 있었다”고 브리핑을 통해 설명했다. 이어 “이번 미사일 발사에는 후과가 따를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보복) 계획이 있으며 시간과 장소를 결정해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군사적 보복
이에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하마스 등 적대 세력에 대한 공격을 단행하며 ‘맞불’을 놨다. 지난 3일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위치한 헤즈볼라 정보본부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해당 공습을 통해 정보 본부 소속 요원과 정보 수집 수단, 지휘 센터 등의 목표물을 타격했다는 주장이다.
이스라엘군은 6일에도 베이루트에 공습을 이어갔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남부 베이루트에서 벌어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사망자 12명이 발생했다. 이에 레바논 교육부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 무력 충돌이 격화하는 현 상황을 고려, 지난 9월로 예정돼 있던 새 학기 시작 일정을 오는 11월로 연기하기로 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도 감행했다. 팔레스타인의 과격 이슬람 단체인 하마스의 공격 기반을 해체하기 위함이다. AFP통신은 이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공습으로 어린이 9명을 포함해 최소 17명이 사망했다고 가자지구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언론은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의 이슬람 사원과 학교가 폭격에 휘말리며 최소 24명이 숨지고 93명이 다쳤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이란 ‘원유 시설’ 공격할까
문제는 차후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경우 글로벌 원유 시장에 큰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이란은 지난 2분기에 하루 평균 33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3위 원유 수출국”이라며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한다면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며 글로벌 원유 시장 상황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중동 석유 수출의 핵심 통로인 페르시아만 입구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것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는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국가들의 핵심적인 수출 통로로,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0%가 해당 지역을 거쳐 이동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이란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다수의 주요 산유국이 원유 수송에 차질을 빚게 된다는 의미다. 일부 분석가들 사이에서 호르무즈 해안이 봉쇄될 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에 근접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 시설 공습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4일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내가 이스라엘 입장이라면 유전 타격이 아닌 대안을 생각하겠다”고 발언, 이스라엘의 보복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