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앞둔 한은 ‘금리인하’ 전망 우세, 한풀 꺾인 서울 아파트 시장 자극할까

160X600_GIAI_AIDSNote
물가 안정‧美 빅컷‧내수 부진에 금리인하 가능성↑
소강상태 돌입한 서울 아파트값 향방에 관심
“금리인하 선반영” vs “정책변경 신호탄” 의견 갈려
SEOUL_APT_PE_New_20241009

이달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서울의 아파트값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인하가 선반영 돼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과 금리인하 기조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아파트의 매매가격, 거래량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의견이 엇갈리는 양상이다.

10월 ‘금리인하’에 무게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9월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1.6%)이 1%대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민간 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기업 체감 경기가 얼어붙었다는 점도 금리인하에 무게를 싣는 근거다. 지난달 내수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88.9로 90선을 하회하며 2020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민간 소비와 건설·투자도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이자 부담에 따른 소비 위축 등 경기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은이 더 이상 인하를 미루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팽배한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컷(0.50%p의 금리인하)을 단행한 만큼 대내외적으로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환경이 갖춰졌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만약 금리인하가 이뤄진다면 이는 38개월 만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이다.

금리인하 해도 서울 아파트 시장 영향 미미

통상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주택 등 부동산 매입 시 자금 조달 이자 부담이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하게 된다. 시장금리가 낮아져 이를 기반으로 하는 대출금리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주택 매입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현재 시장금리에는 금리인하 효과가 선반영 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금융채(AAA) 5년물 금리는 올해 초 연 3.820%에서 이달 8일 3.311%로 떨어졌다. 또 정책적인 조치로 금리인하의 효과가 발휘되기 어려운 환경까지 조성돼 있다. 지난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와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관리 등이 대표적이다.

더군다나 서울의 아파트 매매시장은 이미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매매거래량은 지난 7월 8,889건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8월 6,127건, 9월에는 이달 8일 기준 2,080건으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 역시 지난 6월 처음으로 12억원을 돌파했다가 8월 11억9,540만원으로 꺾이더니 지난달 11억1,442만원까지 낮아졌다. 이와 관련해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현 상황에서 이달 기준금리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연내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어진 집값 상승의 피로감 누적으로 주택 매매거래 월별 총량은 8월부터 이미 주춤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창용_한국은행_20240102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한국은행

정책 변경 신호로 읽혀 집값 상승 부추길 수도

반면 이번 금리인하가 38개월 만의 정책 변경인 만큼, 앞으로 인하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기존 대출자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거나 신규 대출 수요를 자극해 집값을 다시 밀어 올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국의 기준금리 추이와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하는 전국 주택매매가격지수의 흐름을 살펴보면, 기준금리인하 시기와 인하 후 동결 시기에는 주택 가격이 소폭 오르거나, 혹은 시차를 두고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연구원의 박진백 연구원이 2021년 펴낸 ‘완화적 통화정책 전환 전후 금리의 주택가격 상승 기여도 추정 연구’에서도 금리인하는 주택 가격과 음(-)의 상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즉 금리가 인하하는 시기에 주택 가격이 올랐다는 뜻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이 실시된 이후 이전과 차별적으로 금리인하에 강한 영향을 받았고, 이외에도 심리나 지속적인 가격 상승에 강한 영향을 받은 결과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금리가 주택가격 변동에 60%대의 높은 기여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기자회견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최근 이창용 총재의 발언을 보면 기자회견에서도 시장이 금리인하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발언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총재는 지난달 30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어떻게 해서든 서울 지역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는 “서울의 폭주하는 주택 가격을 견제하려면 최고급 동네 출신(강남)의 대학 입학에 상한을 둬야 한다”는 다소 강도 높은 발언을 한 적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 연구원은 “금리인하가 단행되면 심리적인 영향은 있겠지만 중요한 건 한은 총재의 기자회견 내용”이라면서 “‘향후에는 한동안 동결을 이어갈 것’이라든지, ‘소폭의 금리인하를 장기간 이어갈 것’이라는 발언이 나온다면 큰 반향은 없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