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테크’ 표방한 폰지사기 기승, 갤러리K 이어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 잇달아 수사 착수

160X600_GIAI_AIDSNote
미술품 임대로 고수익·원금 보장 제안해 투자자 속여
마포구·청담동 갤러리 등에 대한 고소 접수 수사 착수
'피해액 1천억원' 아트테크 업체 갤러리K도 본격 수사
20241014_art

미술품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아트테크(미술품에 투자하는 재테크) 상품을 판매했다가 불법 유사수신 논란에 휩싸이는 갤러리가 속출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미술품 조각투자와 관련한 사기 사건 고소와 제보가 급증하자 아트테크 관련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했다. 해당 사건들은 투자 원금 손실 없이 고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투자자를 속여 수십억원대의 이익을 챙긴 폰지사기로 드러나고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수수료 수익 12%·원금 보장 내세운 마포구 A갤러리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최근 서울 마포구 소재 A갤러리 대표 김모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A갤러리는 그림의 소유권을 고객에게 팔면서 실제 그림은 호텔, 병원 등에 빌려주고 임대로 발생하는 수익을 매월 수수료로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연 12%의 고수익을 보장하고 3년의 임대 계약이 끝나면 갤러리가 100% 재매입을 보증한다며 사실상 ‘원금 보장 상품’이라고 홍보하며 피해자를 속인 것이다. 지난달 27일 접수된 고소장에 따르면 피해자는 200여 명에 이르며 피해액 규모는 5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 고소인인 A갤러리 직원은 “김모씨는 직원들에게 해당 상품이 원금을 보장할 수 있다고 교육했고 직원들은 들은 내용을 고객에게 설명했다”며 “2022년 하반기에는 재매입 보증 항목까지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달부터 고객의 투자 자금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A갤러리는 금융업으로 등록돼 있지 않아 원금과 수익 보장을 내세워 투자금을 유치할 경우 유사수신행위법 위반에 해당하고 이 경우 미반환 사태가 일어나도 투자자는 금융당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애초에 그림 가격이 부풀려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들은 투자자에게 그림을 팔 때 한국미술협회의 호당 가격 확인서를 토대로 그림 가격을 책정했다고 홍보했지만 이는 시세를 반영했다는 보장이 될 수 없다. 미술품의 가격을 호수 등 규격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상품과 달리 정가가 없어 작가 본인 또는 판매하는 갤러리가 얼마든지 호당 가격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A갤러리는 “원금을 보장했다는 것은 오해”라며 “계약이 끝난 그림이 높은 확률로 재판매 매칭되고 있어 자신감을 표하는 차원에서 한 말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지난달에는 서울 청담동 B갤러리가 미술품 투자자들로부터 아트테크를 할 수 있다며 총 905억원 상당을 받아 가로챈 사건이 경찰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아트테크는 A갤러리와 같이 미술품을 구입해 다시 갤러리에 위탁·전시하면서 매월 저작권료를 받는 방식을 말한다. 이 사건을 조사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로 B갤러리 회장 정모씨 등 3명을 구속 송치하고, 영업 매니저 등 11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갤러리 전속 작가의 그림 가격을 부풀려 범행에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가에게 창작 지원금 명목으로 그림 가액의 일부를 주고 그림을 그리게 한 뒤, 작품 촬영본을 이미지 파일로 받아 투자자들에게 보여줬고 이 과정에서 미술협회가 높은 가격의 확인서가 발급하지 않는 경우 5,000만원~1억원 상당의 허위 가격확인서까지 만들어 판매했다. 이들이 투자 사기에 활용한 미술품은 약 3,000∼4,000점이었으며 피해자는 대부분 30∼40대였다. 가장 큰 피해 금액은 16억원이다.

2024104_gallaryk
사진=갤러리K 홈페이지

‘갤러리K’도 같은 수법 사용, 피해액 1,000억원 추정

아트테크 관련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아트테크 피해 의심 사례도 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제주도 소재의 C갤러리는 지난달 말 이미 폐업 처리가 완료됐지만 SNS에서는 홍보 영상 제작을 위해 아트테크와 무관한 인물의 이미지 사진을 무단 도용했다. 뿐만 아니라 C갤러리는 미술품 저작권 활동을 통해 매월 4%의 고수익을 올리게 해주겠다며 투자자들을 모집해 왔다. 계약 완료 시점에 최초 구매 금액의 100% 환급을 투자 매력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피해 규모가 1,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갤러리K 사건’도 최근 서울경찰청으로 이첩돼 수사 중이다. 아트테크 업체 갤러리K는 앞선 사례와 같은 수법으로 연 7~9%대 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투자자를 유치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갤러리K가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고 계약 종료 후에 미술품을 팔아주거나 재매입한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자, 투자자들이 집단 고소에 나섰다. 경찰은 갤러리K 측이 폰지사기 수법을 쓴 것으로 보고 사기와 유사수신행위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현재 대표는 해외로 출국해 경찰이 신병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경찰은 또 올해 초부터 서울, 광주, 충남 태안 등의 경찰서에 접수된 사건 91건을 병합해 집중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갤러리·수장고·피의자 주거지 등 7개소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고 피의자 14명을 포함해 전속 작가·갤러리 직원 등 관련자 30여 명을 조사했다. 피의자들 자택에서 수천만원 상당의 명품시계, 명품 가방 등을 압수했으며 계좌 추적 등을 통해 확인된 전체 122억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했다. 범죄 수익으로 취득한 다른 재산이 있는지 지속해서 확인할 예정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폰지사기 기승에 ‘미술품 조각투자’도 잇단 흥행 실패

이처럼 아트테크 관련 사기에 대해 경찰이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주요 포털 등에는 원금 보장과 높은 수익률을 내세운 미허가 업체들의 불법 광고가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계약 종료 시 투자금 100% 환불’, ‘연 10% 안팎의 고수익’을 내세워 홍보하고 있다. 작품 경매 등이 이뤄진 적이 없어 시세 정보가 전무한 국내 무명작가들의 그림을 미술협회 호당 가격 증명서를 내세워 고가에 판매하는 수법도, 통신판매업·출판업 등 상법상 일반회사로 등록된 점도 동일하다.

이 같은 조각투자 사기 피해자의 대다수는 자금이 한정적인 20~3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업체들은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하고 수익에 대해서도 비과세라는 점을 앞세워 20~30대가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 고객을 모았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일련의 사건들은 새롭게 주목받는 투자 방법인 아트테크를 내세워 안전한 재테크 방식이라고 안심시킨 후 대규모 피해를 양산한 사건”이라며 “시중 은행권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며 원금이 보장된다며 투자자를 모집하는 곳이 있다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술품 투자는 고액의 투자금을 보유해도 전문 지식이 없다면 실패하기 쉬운 영역”이라며 “조각 투자를 할 땐 투자계약증권을 금융당국으로부터 승인받은 업체에만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미술품을 이용한 폰지사기 사례가 늘어나면서 미술품 조각투자 시장도 당초 장밋빛 전망과 달리 흥행에 부진을 겪고 있다. KB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달 미술 작품을 기초자산으로 투자계약증권 공모 청약을 진행했지만, 수요 미달로 연달아 흥행 실패를 기록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