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형숙박시설, 오피스텔로 전환 허용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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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용도 전환 불가능 이유로 부동산 뇌관이었던 생숙, 관련 규제 완화 조짐
기존 시설은 불법 주거 전용 차단 위한 숙박업 신고만 가능했던 것이 원인
복도폭, 주차장 관련 용도 전환 요건 유연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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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 운정지구 파크뷰테라스 조감도/사진 = 위너스산업개발

기존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의 오피스텔 전환 관련 규제가 유연화될 전망이다. 반면 신규 생숙은 불법 주거 전용을 막기 위해 숙박업 신고 기준 이상으로만 분양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한다. 기존 생숙의 오피스텔 전환 금지 규제가 자칫 부동산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이기지 못하고 정책적으로 양보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생숙, 관광 숙박용 시설을 주거용으로 바꿔 쓰려는 ‘꼼수 투자’ 산물

16일 국토교통부는 보건복지부, 소방청 등 관계 중앙행정기관 및 경기도, 인천광역시 등 17개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생활숙박시설 합법사용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지원방안은 신규 생숙의 주거전용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기존 생숙은 숙박업 신고, 용도변경 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마련했다.

외국인 장기체류 관광 수요 증가에 대응해 2012년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처음 도입된 생숙은 취사가 가능한 숙박시설로 시작했으나, 2017년부터 집값 상승기 동안 오피스텔에 비해 복도 폭, 주차장 면수 등 건축 기준은 물론 세제, 금융, 청약 규제 등에서도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으며 사실상 주거용으로 오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이번 방안을 통해 생숙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숙박업 신고나 용도 변경 과정에서 소유자나 건설사가 직면하는 실질적인 장애 요인에 맞춤형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먼저 이번 발표 이전에 최초로 건축 허가를 신청한 생숙의 경우, 피난·방화 설비를 보강해 주거시설 수준의 화재 안전성을 인정받으면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이 가능하게 된다. 또 주차장은 내부 주차공간의 확장이 어려운 경우 각 여건에 따라 ▲인근 부지 확보가 가능한 경우 외부 주차장 설치 ▲자체적으로 주차장 확보가 불가능한 경우 지자체에 상응 비용 납부 ▲지역 여건상 주차장이 필요 없는 경우 등은 지자체 조례 개정을 통한 주차기준 완화 등 다양한 대안이 제공된다.

오피스텔 입지가 불가능한 지역은 기부채납 방식 등을 통해 오피스텔 입지가 가능하도록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또한 이번 방안 발표 이전에 최초로 건축 허가를 신청한 생숙을 오피스텔로 전환할 경우, 오피스텔 전용 출입구 설치를 면제하고 전용면적 산정 시 안목 치수를 적용하지 않으며 이와 관련한 사항을 건축물대장에 명기하도록 ‘오피스텔 건축 기준’을 개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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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전국레지던스연합회 시위/사진 = 전국레지던스연합회

혜택은 기존 생숙에만 적용, 신규 생숙은 규제 강화

이에 반해 신규 생숙은 앞으로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른 숙박업 신고 기준인 ’30실 이상 또는 건축물의 3분의 1 이상, 혹은 독립된 층’ 조건을 충족해야만 분양이 가능하도록 하는 건축법 개정안이 올해 내 발의될 예정이다. 다만 생숙 건설 사업자들이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개정된 규정은 건축법 개정안 시행일 이후에 최초로 건축 허가를 신청하는 경우부터 적용된다.

개별 소유자들의 숙박업 신고 절차를 쉽게 하기 위해 복지부는 이번 주 안에 조례 개정 예시안을 시·도에 배포해 각 지자체가 이를 참고로 조례를 개정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아울러 오는 11월부터는 생숙 소유자에게 지자체 담당자 정보 등을 포함한 안내문을 발송하고, 숙박업 신고 및 운영 방법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여 합법적인 사용을 촉진할 계획이다.

지자체는 용도변경을 신청한 생숙 소유자들이 기존의 준법 소유자들과 형평성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지구단위계획 변경이나 복도 폭 확장, 주차장 기준 등을 충족하는 데 드는 적정 비용을 부담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아울러 각 지자체는 11월 말까지 국토교통부의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미신고된 생숙 규모에 맞춰 지원센터를 설치하거나 전담 인력을 지정해야 한다. 이 지원센터는 생숙 소유자와 사업자들에게 지자체별 정책 방향을 안내하고, 숙박업 신고 및 용도 변경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며, 주민 협의체 운영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관계 법령 및 조례 개정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해 내년 9월까지 숙박업 신고 예비신청이나 용도변경을 신청한 소유자에 대해서는 2027년 말까지 이행강제금 부과 절차를 유예할 예정이다. 장우철 국토부 건축정책관은 “이번 대책을 통해 복도 폭과 주차장 같은 실질적 장애 요인에 대해 유연한 규제 방식을 도입했다”며 “안전과 주거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생숙 소유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합법적인 사용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은 생숙 소유자들은 이행강제금 부과 유예가 종료되기 전에 관할 지자체의 지원센터를 통해 숙박업 신고나 오피스텔 용도 변경을 신청하고, 지자체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실상 생숙 투자자들에 주는 특혜?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사실상 기존 생숙 투자자들에게만 주는 특혜라고 지적한다. 그간 생숙 투자자들은 숙박업으로 등록하는 것을 피하며 오피스텔 전환 요구를 해 왔다. 그러다 숙박업을 등록하지 않으면 대출이 막힌다는 소식에 올해 초부터 이행강제금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 한편, 길거리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정부가 그간 생숙이 건축법,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시설이라는 기존의 태도를 고수한 데다, 준주거 시설인 오피스텔로 전환하기 위한 절차가 복잡해 전체 생숙 10만 가구 중 용도변경을 마친 곳은 1% 내외에 불과했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가 올해 10월까지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매년 시가표준액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부과한다는 원칙을 견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정부가 주거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1금융권 대출은 물론 2, 3금융 대출도 막혀 매각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렇다 보니 내년까지 1만 가구 이상의 추가 공급이 예정된 만큼, 부동산 시장을 뒤흔드는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이에 생숙 소유자들은 지난달까지 수억원의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매각하려 했으나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매각이 더욱 어려워졌다. 한때 기존 아파트를 대체할 신개념의 투자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사실상 애물단지가 된 셈이다. 이번 조치가 사실상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특혜가 아니냐는 비판이 따라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2년 생숙 관련 법안 구성에 참여했던 한 건설업자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주거 방식이 바뀌는 것을 정부가 규제로 막으려고 했기 때문”이라며 “신규 생숙 설립을 막을 것이 아니라, 생숙 형태의 거주가 가능하도록 공급을 거꾸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호텔처럼 관리를 다 제공해 주는 오피스텔 개념인데, 미혼 가구가 급증하는 시대에 더 걸맞은 생활 시설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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