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죄고 또 죄어 아파트 가격 잡았나, 서울 아파트 거래량·거래금액 30%↓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거래금액 30% 감소
대출 규제 여파로 빌라 외 모든 유형 거래량 감소세 보여
합계 거래량 10.6%↓·거래금액 17.3%↓
일각선 "경제 활동 마비된다" 우려도
지난 7월부터 본격화된 대출 규제로 8월 들어 전국 부동산 매매시장에서 거래량과 거래금액 모두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량이 10만 건을 넘어서며 연내 최고치를 찍었던 7월 대비 상전벽해가 일어났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
8월 들어 부동산 거래 급감, 수도권 감소 폭 더 커
16일 부동산플래닛의 ‘8월 전국 부동산 유형별 매매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에서 이뤄진 부동산 거래는 총 9만317건으로 7월과 비교해 10.6% 줄어들었다. 월간 기준으로 보면 지난 2월(7만8,215건)과 1월(8만1,594건)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부동산 업계는 지방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태에서 서울 주요 지역에만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었던 것이 이번 대출 규제로 전국적으로 부동산 위축이 가시화됐다는 평했다.
이에 따라 8월 한 달간 거래금액도 36조3,463억원으로 직전 달보다 17.3% 감소했다. 다만 지난해 동월(8만7,674건·29조845억원)과 비교하면 거래량과 거래금액이 각각 3%, 25% 증가했다. 연립·다세대 주택(빌라) 거래량이 전월 대비 0.2% 증가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유형의 거래가 감소했다. 특히 공장·창고(일반) 등의 거래가 22.4% 줄며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이어 공장·창고 등(집합) 17.2%, 상가·사무실 12.4%, 오피스텔 12.3%, 아파트 11.5%, 토지 11.4%, 상업·업무용빌딩 9%, 단독·다가구 6.2% 순으로 집계됐다. 거래금액 기준으로는 상가·사무실이 7월보다 25.2% 증가했으나, 공장·창고 등(집합)이 70.7% 줄어드는 등 나머지 유형은 모두 감소했다.
아파트의 전국 거래량은 총 4만2,374건, 거래금액은 21조4,360억원으로 전월 대비 각각 11.5%, 20.2% 줄었다. 특히 수도권의 감소 폭이 컸는데, 서울 거래량과 거래금액은 각각 5,982건, 10조6,639억원으로 전월 대비 30.9%, 32.9% 줄며 감소율 1위를 기록했다. 경기(14.8%↓· 1만2,746건), 인천(7%↓·2,888건), 경남(6.6%↓·2,511건), 부산(6.6%↓· 2,469건) 등이 뒤를 이었다.
목표는 ‘대출 규제 → 금리 인하 → 경기 부양’, 현실은 ‘대출 규제 → 경기 침체’
금융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가계 대출 증가 및 서울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점에서는 성공을 거뒀을지 모르지만,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도우려다 되려 경기 침체를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실제로 대출 규제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자 지난 10일 한은이 기준 금리를 0.25%p 인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회복세로 진입하기보다는 대출 규제로 인한 서민, 소상공인 압박이 더 직접적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특히 지난 7월까지 정책대출이 가계 대출 확대의 주 원인이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디딤돌 대출 취급 시에도 보증 상품 가입을 제한하고 있다. 앞서 은행들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하기 위해 지난 8월부터 자체 주택담보대출의 보증상품 가입을 제한했는데, 정책대출에도 이 같은 조치가 적용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디딤돌 대출을 받을 때 보증상품 가입이 제한돼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이 가능하다. 서울 지역의 경우 최대 5,500만원, 경기도에선 최대 4,800만원, 이 외 지역에서는 최대 2,500만원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토부의 요청에 따라 디딤돌 등 정책대출을 취급하는 은행들은 보증상품 가입을 제한하고 있다”며 “앞서 은행권 주담대에 보증상품을 제한한 것과 같이 디딤돌 대출의 최대 한도도 동일하게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이 겪는 어려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기재부 국정감사 중 소상공인 채무 부담과 관련해 “코로나 기간 상환능력보다 과도한 부채를 지게 되고, 고금리 상황이 되면서 빚 굴레에서 훨씬 더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영업자의 폐업률, 대출잔액 등에서 향후 우려할 만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적에는 “유동성 파티를 계속 끌고 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며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시는 분들한테 구조적인 지원들, 이를 견딜 수 있게 하는 지원들에 대해서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부총리는 또 “윤석열 정부 출범 때는 교역이 엄청나게 축소되는 위기 상황이었고 코로나 위기 때문에 나온 유동성 파티가 끝난 시점, 즉 가계대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국가부채 모두 다 유동성이 꺼진 상황”이라며 “결국 우리 자영업자들은 교역 축소 및 유동성 파티가 끝나는 시점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원인은 정책·금융 부처 간 이견 때문?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조기에 대출 규제를 시행했다면 서울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끼는 것을 방지하고 가계 부채 급증을 미리부터 차단할 수 있었다며 정부 정책 실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전문가들은 정책대출을 놓고 정책당국과 금융당국의 시각차가 컸던 것이 지난 1년간 서울 부동산 가격 폭등의 주 원인이 됐다고 꼬집었다.
실제 국무회의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에 따르면 주택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부는 정책대출의 취지가 청년 등 주거취약계층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지원이고,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만큼 정책대출의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오랫동안 유지했다. 반면 한은과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정책대출이 가계 대출은 물론 집값을 밀어올리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국토부와 강대강 대치를 지속했다.
이 때문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국무회의에 정기적으로 참석하면서 금융당국의 입장을 반복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한은의 독립성이 침해될 것을 우려해 과거 한은 총재들은 의도적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도 했었던 탓에, 이 총재의 국무회의 출석에 의구심을 보내는 눈초리도 있었지만, 이는 잦은 방문이 필요했을 만큼 부처 간 이견이 컸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관계자들은 금리 인하가 늦춰진 가장 큰 원인으로 국토부와 복지부 등의 정책대출을 꼽으며, 뒤늦게 정책대출에 보증을 차단하면서 청년 지원마저도 어려워질 만큼 문제가 커졌다는 지적도 함께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