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아시아 지역 질서 재편을 위한 일본의 ‘라오스 손잡기’
일본-라오스, 양자 간 외교·경제·사회문화적 관계 강화 나서
라오스의 ‘중국 경제 의존도’ 줄여 ‘중국 질서 편입 방지’가 우선 목표
일본의 지역 질서 재건 위한 라오스의 ‘지원군 역할’ 기대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일본과 라오스는 외교 관계 강화의 일환으로 2025년까지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으로 격상시키려는 준비에 돌입해 있다. 본 파트너십의 일차적 목표는 중국에 대한 라오스의 지나친 경제 의존도를 줄여 라오스의 전략적 자율성을 키우고 국제사회 규범에 보다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원적인 차원에서, 또 미국과 중국 간 갈등과 경쟁 심화로 소용돌이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역학 구도 속에서 긴밀한 일본-라오스 협력 관계는 동아시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 질서 재편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라오스, 내년까지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외교 관계 격상
일본과 라오스의 외교 관계는 최근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는데 2015년에 양국 관계를 안보, 경제, 사회문화 영역에서의 협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격상한 바 있다. 이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양국은 외교 관계 수립 70주년을 맞는 2025년을 앞두고 한층 강화된 관계 설정을 위한 기대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본은 라오스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ASEAN, 이하 아세안) 의장국을 맡은 올해를 맞아 지역의 지정학적 발전을 위한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또한 외교 수립 이후 오랜 기간 라오스에 대한 사회 기반 시설 개발 및 역량 강화 지원을 필두로 경제적, 사회문화적 협력에 성의를 다함으로써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 단계로 가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일본의 ‘아시아 지역 질서 재편 주도’ 노력
양국 파트너십의 전략적 중요성은 간과돼 온 면이 적지 않은데, 라오스가 동아시아 지역 ‘힘의 균형’을 움직일만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해도 아세안 회원국으로서의 발언권과 역할을 이용해 일본을 도와 지역 내 규범과 규칙을 정립해 갈 수 있는 입장에 있음은 분명하다. 동남아시아의 한 내륙국으로서 압도적인 물리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 미중 경쟁 구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기는 어렵지만 아세안과 국제 사회에서의 외교적 발언권을 통해 일본이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세워 가는데 귀중한 동반자가 될 자격은 충분하다는 얘기다.
또한 최근 주요 서구권 국가들과 일본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아시아 일부 국가 포함) 국가들과의 외교 수립 노력을 집중하는 모습은 이들 국가들의 이해와 지원 없이는 기존 국제 질서의 유지와 새로운 질서의 수립이 어렵다는 깨달음에 이르렀음을 입증한다. 같은 맥락에서 일본의 대라오스 관계 강화 노력은 동아시아 및 인도태평양 지역 질서 수립을 위한 필수적인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일본은 라오스와의 관계 설정에서도 중국과의 영향력 다툼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년간 강화된 라오스-중국 간 경제 협력으로 현재 중국이 라오스 경제 발전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라오스의 최대 투자국이자, 태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이며 2021년부터 가동 중인 보텐-비엔티안 철도(Boten–Vientiane railway)는 중국의 지원을 받은 라오스의 대표적 기반 시설로 양국 간 교역과 인력 교류를 촉진하고 있다. 이렇게 심화하는 라오스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일본이 외교적 노력을 통해 극복하고 균형을 맞춰 가야 할 도전 과제기도 하다.
라오스의 중국 경제 의존도 줄여 ‘중국 질서 편입 방지’도 주요 목적
일본과 라오스가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관계를 격상시킴으로써 얻는 이점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정상 회담 및 장관급 회담을 통한 외교적 교류의 증대다. 이는 양국이 정보를 나누고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현안에 공동 대응함으로써 강력한 협력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양국의 고위급 회담 빈도는 최근 들어 증가해 왔는데 2015부터 작년까지 팬데믹 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9.4회를 기록해 2010~14년 평균인 4.4회를 크게 앞질러 양국 관계의 높아진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증명하고 있다.
두 번째는 이러한 파트너십을 통해 일본의 라오스에 대한 경제적, 사회문화적 지원의 질과 효과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도 일본은 라오스의 기반 시설 확충과 재정 시스템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해 왔다. 2017년 통룬 시소울리스(Thongloun Sisoulith) 라오스 대통령의 요청으로 라오스 재정 안정화 프로젝트를 지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정 시스템 측면에서의 지원은 현재 양국 간 회담 의제에 지속적으로 포함되고 있으며 일본은 재정 부문 인적 자원 개발 영역에서도 지원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라오스 간 파트너십의 강화는 급변하는 지역 환경에서 양국에 추가적인 전략적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의 사회경제적 지원은 라오스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여 나가면서 일정 정도의 전략적 자주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 이는 증폭되는 미중 갈등 속에서 라오스가 중국 영향력 범위로 지나치게 가까이 편입될 가능성을 막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지역 내 경쟁 구도 주도’ 목적 ‘거대 지역 기구’ 창설 구상
또한 일본은 자국과 지역 우방국들의 이해를 대표해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 질서’ 수립과 ‘아시아 탄소 배출 제로 커뮤니티’를 외치고 있으며, 라오스는 올해 아세안 의장국 역할을 맡아 ‘연결성과 회복탄력성 증진’을 모토로 지역 내 기반 시설 건설과 아세안의 지역 내 중심 역할 유지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라오스의 국가적 목표를 지원하는 것 자체가 자국의 목적을 이루는 주요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라오스에 있어 올해는 아세안-일본 우호 협력(ASEAN–Japan friendship and cooperation) 50주년을 맞았던 작년에 이어,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일본-라오스 협력 관계에서 도출된 핵심 계획들을 실행할 수 있는 중요한 해다. 또한 올해의 성공적인 양국 협력은 내년 일본-라오스 외교 수립 70주년이라는 이정표와 함께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은 격화하고 있는 지역 내 경쟁 구도를 헤쳐 나가기 위한 포석으로 ‘서태평양 연합’(Western Pacific Union) 창설을 비롯한 거대 지역 협력 기구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되는데 여기서도 라오스와의 전략적 관계 강화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외교 수립 70주년이라는 이정표가 걸린 내년까지 보다 주도적인 관계 강화를 통해 양국은 안정적이고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지역 질서 수립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문의 저자는 케이 코가(Kei Koga) 난양공과대학교(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부교수입니다. 영어 원문은 Japan and Laos look to lock in a strategic partnership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