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제 난민 그만 받고 송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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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정상, 난민 송황 촉진 및 송환 허브 구축 방안 논의
EU 내 난민센터 아닌 제 3국 송환 허브로 보내는 안 논의
이탈리아는 알비니아에 난민 허브 구축, 난민 외주화 비난에 타국 정상들은 주저하기도

유럽연합(EU) 정상 회담에서 유럽으로 몰려드는 난민 관리가 화두로 떠 올랐다. 정상들은 난민 송환 촉진 및 역외 송환 허브를 구축해 그간의 불만을 잠재우겠다고 발표했다. 송환 허브를 역외로 만들어 불법 입국자가 EU 내에 거주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U 정상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불법입국 이민자 송환을 촉진하기 위해 교역, 개발원조, 비자정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EU 정상들은 이주민 역외 송환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EU 정상들은 이날 역외 송환 허브를 구축하고 망명 신청이 반려된 난민을 추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제 3국 난민 허브 사항은 공동 성명에 채택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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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정상들과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총리 / 사진=EU 집행위원회

EU 정상회담, 드디어 난민 송환 문제 다뤘다

그간 EU 각 국 내에서는 난민을 그만 받아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네덜란드는 지난 9월부터 반 이민 정책 추진을 공식화하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다루게 됐다. 지난해 7월에 반 이민 정서로 연립정권이 붕괴된데다, 암스테르담을 비롯한 주요 도시의 치안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알바니아에 난민 이주 센터를 건립하고, 지중해를 넘어온 난민들을 다시 알바니아로 보내는 정책을 이달부터 공식화했다. 여름이 끝나자 난민이 급증하면서 국내의 불만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페인도 이탈리아의 예를 참고하는 것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국 정상들은 17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이와 관련해 “EU 및 국제법에 따라 불법 이민을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며 “외교·개발·무역·비자 정책을 비롯한 모든 수단과 도구를 동원해 단호히 조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U의 행정부인 집행위원회에 대책 마련을 주문한 것이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특히 본회의에 앞서 불법 이민자 정책 논의를 위한 회의를 열고 알바니아와 이민자 수송에 합의한 내용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탈리아는 알바니아와 최근 협정을 맺고 이주민 센터를 가등하기 시작했다. 회의에는 네덜란드, 헝가리, 그리스 등 10개국 정상들이 참여했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를 비롯한 일부 정상들은 이탈리아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다른 일부는 정책이 인권에 잠재적인 위협을 가하며 이민 흐름을 통제하기에도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EU 외부에 ‘이주민 송환 허브’를 구축하자는 방안 역시 일부 회원국들의 반대로 공동성명에 명시되지 않았다. 정상회의에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망명 신청 결과를 기다리는 이민자들이 제3국의 임시 수용시설에 머물도록 하자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망명 신청이 거부했지만 EU를 떠나지 않는 불법 이민자들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이같은 방안은 불법 이민자 문제를 사실상 제3국에 외주화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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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정상 회의 / 사진=EU 집행위원회

난민 문제에 제각각 딴 소리 중인 유럽 각 국, 합의 어려워 공동 대응 힘들 듯

EU는 회원국들이 불법 이민자와 관련해 각각 다른 측면에서 문제를 겪고 있어 접근 방식에서 좀처럼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 그리스 등 EU의 국경 국가들은 이민자들의 입국을 처리하는 한편 독일, 스웨덴 등은 주로 이민자들이 망명하고자 하는 목적지가 되고 있다. 독일은 EU 회원국들이 2026년 6월부터 시행하기로 합의한 ‘신(新) 이민·난민 협정’의 조기 시행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협정은 회원국간 난민을 의무적으로 나눠 수용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자금이나 인프라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네덜란드와 헝가리 등은 ‘난민 의무 수용’에 반발해 이행 거부를 예고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그간의 난민 수용 입장을 깨고 제3국 송환 허브를 마련해 불법 입국자를 추방하기 위한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EU 정상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최근 이 방안에 대해 “틀에서 벗어난 독창적인 해법”이라고 극찬한 뒤 이탈리아 모델을 EU에 확대 적용할 것을 회원국에 공식 제안한 바 있다. 이탈리아에 이어 네덜란드도 제3국에 송환 허브 건설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17일 딕 슈프 네덜란드 총리는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우간다에 송환 허브를 건설하는 방안을 타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중동·아프리카 정국 불안으로 유럽으로 몰려드는 난민도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지난 2021년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탈레반의 폭정을 피해 탈출하는 난민이 늘어난 데다, 10여년 간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에 지난해 강진 피해까지 겹친 탓이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는 29만2,985명의 난민이 도착했는데 이는 2016년(38만9,976명)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EU는 지난해 48만5,000명의 이민자에게 떠날 것을 명령했지만 이 중 80%는 여전히 역내에 남아 있다.

나눠 받자 → 돈 내자 → 역외 수용하자

그간 유럽 각국은 난민 문제에 대한 책임 분담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아프리카 및 서아시아 주요국에 식민지를 설치했던 후폭풍으로 유럽 언어를 쓸 수 있는 전(前) 식민지 국가 출신 난민들이 한편으로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력 부족 해결에 도움이 되는 상황인만큼, 무조건 난민을 반대하기는 어려웠다. 특히 정치적으로 난민 포용 정책을 이어왔던 주요 좌파 정권은 지지 기반의 붕괴까지 우려해야하는 상황에 쳐해있던 만큼, 난민을 수용해서 노동력으로 흡수하기 위한 각종 방안들을 내놓느라 각 국이 상당한 정치적 자원을 소비했다.

EU 집행위원회에서는 난민들을 나눠 받는 안을 2015년부터 논의했고, 동시에 불법 이민을 차단하기 위해 지중해 국경순찰대 예산 증가, 소피아 작전 등을 실시하기도 했다. 난민 할당을 받은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지중해 순찰대 예산 분담을 절감해주는 방식으로 유럽 각 국이 비용을 나눠서 감당했으나, 난민 숫자가 크게 늘어난데다 러-우 전쟁으로 각 국의 예산이 부족해지면서 문제는 복잡해 졌다. 이어 EU에서 제공했던 난민 재정착 프로그램의 효과가 높지 않다는 평가가 반복적으로 나오자 우파 정권이 집권한 일부 국가들에서는 역외 수용에 대한 논의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유럽 주요 관계자들은 난민을 선별해서 수용하는 정책이 더 강화되는 기조인만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의 주요 국에서 먼저 역외 수용이 진행되고, 자국 내에 난민을 수용하는 나라들로 이민자들이 몰려가면서 EU 전반적으로 비용 분담에 대한 논의가 한층 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이미 난민 수용이 포화상태에 이른만큼, 미국-멕시코 국경에 방벽을 세우는 것에 대해 미국 정치권에서 논란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충해 순찰 인력 증대 논의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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