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호스트 클럽 규제’ 둘러싼 일본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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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호스트 클럽 빚 갚으려 성매매’ 여성 증가
‘호스트 클럽-가해자’, ‘성매매 여성-피해자’ 이분법은 현실 반영 못 해
성매매, ‘강요' 아닌 '자발적 선택’에 가까워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일본의 호스트 클럽(host club)은 여성들이 젊은 남성들의 ‘로맨틱한 관심’을 돈 주고 사는 곳으로, 일본 성인 엔터테인먼트 산업 중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있는 업종이다. 고객들에게 로맨스를 제공하기 위해 감정을 조작하고 상품화한다는 의미의 ‘감정 노동’(affective labour)으로 불리며 ‘착취적 관행’(exploitative practices)으로 비판받아 왔고, 최근에는 호스트 클럽에 진 빚 때문에 성매매에 나섰다는 여성들이 늘며 규제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당연히 규제가 필요하지만 단순한 ‘희생자 대 착취자’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친밀감’을 상품화하는 ‘감정 경제’(affective economy)가 가지는 복잡성을 고려해야 의미 있는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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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시아포럼

호스트 클럽 빚 때문에 성매매 여성 늘어

호스트 클럽은 ‘호스트’라 불리는 젊고 매력적인 남성이 인위적인 연애 감정과 친밀감을 제공하는 대가로 여성 손님에게 돈을 받는 곳으로, 1960년대 이후 일본의 성인 엔터테인먼트 산업 중에서도 두드러진 업종으로 분류돼 왔다. 이곳에 자주 드나드는 여성 고객들은 그들이 구매하는 것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거래에 참여한다.

그런데 이 업종은 최근 호스트 클럽에서 진 빚 때문에 성매매에 발을 들이게 됐다는 여성들의 증언이 늘면서 사회적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시오무라 아야카(Ayaka Shiomura) 도쿄 참의원 의원은 규제 법안을 발의했는데 여기엔 정부의 조사와 대중 인식 제고 캠페인, 여성 고객 착취 방지 지원 등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골 80%가 ‘성 관련 산업’ 종사

하지만 해당 법안은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피해자, 호스트는 가해자’라는 단순 논리에 의존해 문제의 복잡성을 헤아리지 못하는 단점을 노출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호스트 클럽에 대한 논의에서 고객들의 ‘자발성’이 간과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호스트 클럽에 자주 드나드는 여성들의 80%가 ‘성 산업’(sex industry) 및 연관 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구매하는 것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무지나 순진함 때문에 가는 것이 아니라 거래 관계의 내용을 잘 알고도 방문한다는 것이다.

특히 호스트 클럽 경험의 중심에는 감정 노동이 자리 잡고 있는데, 고객에게 ‘만족감’이나 ‘흥분’ 등 감정적 대가를 제공하려는 호스트의 ‘노력’을 의미한다. 이 개념으로 보면 지금과 같은 탈산업 자본주의 시대에 ‘친근감의 상품화’(commodified intimacy)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고, 계산대 점원의 친절한 미소에서부터 호스트의 능청스러운 유혹까지 감정이 쉬지 않고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호스트 클럽에서는 젊은 남자들이 여성 고객들을 ‘공주님’(hime-sama)이라고까지 부르면서 충분한 애정과 관심을 표현해 로맨스 감정을 충족시키는 감정 노동이 일어난다는 점이 다르다.

호스트 클럽이 제공하는 환상은 일본의 전통적 사회 관념이나 성 역할과 대비되는, 세계화된 로맨스 관념에 뿌리박고 있다. 여성들은 사회에서 충족시키기 어려운 ‘꿈 같은 로맨스’를 맛보기 위해 호스트 클럽을 방문하는 것이다.

고객과 호스트 간 ‘상호 착취 구조’

호스트 클럽은 입장료를 저렴하게 책정한 후 제값보다 훨씬 비싼 주류 등을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 고객들이 마음에 드는 호스트의 관심을 얻으려면 비싼 샴페인을 주문해야 하는데 이렇게 호스트를 놓고 벌이는 경쟁이 고객의 주머니를 열게 만드는 핵심 요소다. 호스트들의 수입이 고객이 주문한 주류 매출에서 나오는 구조라는 점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쓴 고객이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 상황에서 더 주문해 달라는 호스트의 요청까지 더해지면 여성들은 본인 지출 범위를 뛰어넘는 소비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를 순전히 착취라고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다. 호스트 입장에서 뒤집어 보면 돈을 가지고 본인들 실적과 커리어를 좌지우지하는 고객에게 오히려 조종당하는 것일 수 있다. 고객들은 본인들이 원하는 호스트가 다른 여성들에게도 똑같이 말하고 행동할 것을 알면서도 관심을 얻기 위해 경쟁한다. 또 비싼 샴페인을 주문해 박수갈채 속에 이름이 불리면 흐뭇해한다. 착취라고 하기엔 지나친 ‘자부심’이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래 구조에 내재해 있는 권력과 착취의 상호작용이 보기보다 복잡한 데다 클럽 단골 여성들 역시 그저 단순한 희생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여성 고객들은 감정 노동의 본질에 대해 아주 잘 이해하고 호스트들을 마음대로 하기 위해 본인의 경제력을 적극 활용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호 착취’의 과정에서 고객과 호스트 간 지속적인 돈과 감정의 교환으로 정의되는 ‘감정 상품화 거래’(affective commodity chain)가 생겨난다.

‘성매매’, 강요 아닌 ‘자발적 선택’으로 봐야

일부 여성들은 이러한 거래 관계 유지를 위해 성매매까지 하게 되는데, 감정 노동으로 번 돈으로 호스트의 감정적 친밀감을 다시 사는 셈이다. 그리고 이렇게 감정 노동과 현금 거래가 복잡하게 섞이는 과정에서는 착취와 피착취의 구분도 흐릿해질 수밖에 없는데, 중요한 점은 호스트의 강요에 의해 성매매를 한 여성은 거의 없고 대부분 호스트 클럽에 계속 다니기 위해 본인들 의지로 성매매를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감정적으로 조종은 당했을 수 있으나 많은 여성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가져올 손익을 잘 알고 선택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따라서 규제 법안은 이러한 감정 경제의 복잡성을 감안해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 정책 토론을 지배하는 ‘희생자 대 가해자’ 프레임은 심층에 있는 사회적 요인과 여성들의 ‘자발적 선택’이라는 요소를 간과하고 있다. 호스트 클럽도 이익을 위해 감정을 사고, 팔고, 조종하는 ‘감정 상품화 산업’이면서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 놓인 ‘상호 착취 구조’의 하나라는 시각으로 봐야 현실을 반영한 효과적인 해결 방안이 나올 수 있다.

원문의 저자는 루비 피츠시몬스(Ruby Fitzsimmons) 스트랫7 인사이트(Strat7 Incite) 직원입니다. 영어 원문은 Japan’s host clubs traffic in emotions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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