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은 완판, 지방은 청약자 제로” 심화하는 분양 시장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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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강남·서초구서 분양한 5개 단지 '완판 행렬'
"입지 좋은 곳만 겨우 팔린다" 지방 분양 시장에 닥친 혹한기
부동산 시장 뒤덮은 양극화의 그림자, 원인은 인프라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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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주거 선호도가 높은 강남 3구에서 분양한 아파트들이 완판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지방에서는 청약자가 아예 없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좀처럼 미분양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동산 양극화 현상이 수도권과 지방의 근본적인 거주 여건 차이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강남·서초구 청약 줄줄이 흥행

25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강남·서초구에서 분양한 5개 단지는 모두 완판됐다. 2월 잠원동 ‘메이플자이’를 시작으로 △7월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 △8월 도곡동 ‘래미안레벤투스’, 방배동 ‘디에이치방배’ △9월 청담동 ‘청담 르엘’까지 100% 계약을 완료했다. 이들 단지는 청약 당시부터 눈에 띄게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담 르엘의 1~2순위 전체 청약 경쟁률은 667.3대 1, 래미안원펜타스는 527.3대 1 수준이었다.

지난 22일 1순위 청약이 시작된 ‘잠실래미안아이파크’ 역시 강남구 ‘완판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단지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5,409만원,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40대 1로 확인됐다. 이처럼 강남 일대의 분양 단지들에 시장 수요가 집중되는 것은 공급 희소성과 분양가 상한제로 인한 차익 기대감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 중 역대 최고 분양가(3.3㎡당 평균 분양가 7,290만원)를 기록한 청담 르엘의 경우 시세 대비 차익이 10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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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지방 분양 시장

반면 지방 청약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지방에서 분양한 단지는 총 112곳이며, 이 중 1순위 청약에서 마감된 단지는 △전주 에코시티더샵4차(경쟁률 191.21대 1) △청주 테크노폴리스 아테라(47.39대 1 △도안 푸르지오 디라델(28.3대 1) △진주 아너스웰가진주 (20.31대 1) 등 9.82%(11곳)에 불과했다. 이 단지들은 지역민들이 선호하는 지역 내 중심 입지에 공급됐거나, 주변 시세 대비 합리적인 분양가에 공급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입지가 좋지 못하거나 분양가가 비교적 높은 지방 청약 단지들은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올해 1~9월 지방에서 청약을 진행한 단지 중 평균 경쟁률이 1대 1을 밑돈 단지는 60개에 달했다. 이달 부산시 사하구에 공급된 ‘사하경남아너스빌시그니처’의 경우 일반 분양 물량이 376가구임에도 불구, 청약자가 54명에 그쳤다. 경쟁률은 0.1대 1 수준이다. 대전시 서구 ‘둔산해링턴플레이스리버파크’는 0.6대 1, 광주시 북구 ‘운암산공원진아리채그랑뷰’는 0.9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청약자가 ‘0명’인 단지도 등장했다. 경북 울진군에서 분양된 ‘후포 라온하이츠’는 지난 1월 진행된 1·2순위 청약에서 총 60가구를 모집했지만, 단 한 명의 청약자도 모으지 못했다. 최근 120가구에 대한 1·2순위 청약을 실시한 강원 인제군 소재 ‘인제 라포레’ 역시 청약자를 찾지 못했다.

“‘서울 공화국’ 벗어나야”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서울과 지방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극단적인 ‘주거 환경 차이’에서 기인했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저출산 등으로 인구가 줄어들면 결국 인프라가 풍부한 주요 도시로 인구가 쏠리게 되는데, 우리나라는 소위 ‘서울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문화, 상업, 교통, 교육 등 대부분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며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에 부동산 수요가 쏠리는 것은 단순 부동산 공급 등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가 얽히고설킨 결과”라고 진단했다. 부동산 양극화는 결국 지역 균형 발전과 연결되는 문제라는 분석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역 균형 발전을 통해 부동산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방의 ‘소멸 위기’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관 이전을 통한 일자리 확보 △교통망 확충 △생활 인프라 개선 등을 통해 각지의 거주 여건을 개선, 지방 지역의 인구 이탈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갈수록 심화하는 저출산 및 수도권 인구 쏠림 현상을 고려해 해외 인력 유치와 이민 정책 완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런가 하면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방 부동산 정책에 ‘시장 논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방 부동산 시장의 경우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시장의 논리와 흐름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다주택자 규제 완화, 악성 미분양 매물에 대한 취득세·양도세 감면 등 정부 차원에서 시장 활성화를 위한 ‘당근’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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