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북한-러시아 협정’이 드러낸 글로벌 ‘안보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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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러시아 안보 협정’, 국제 사회에 ‘놀람과 우려’ 안겨
안보 전문가들, ‘집단 사고’ 빠져 중대 사건 예측 실패
가능성 낮아 보이는 가설들에 대한 폭넓은 검증 필요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올해 6월 북한과 러시아가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 조약’(Treaty on the 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은 새로운 반서방 동맹(anti-Western alliances)이 동아시아 역학 구도에 심각한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를 국제 사회에 안겼다. 또한 북-러 간 군사적, 비군사적 협력 강화를 약속하고 있는 해당 조약의 중요성과 파급력을 감안할 때, 안보 전문가들이 ‘집단 사고’(groupthink)에 빠져 중대한 사건 예측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안보 사각지대를 개선하기 위한 글로벌 안보 공동체(security community)의 접근 방식과 우선순위 재조정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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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시아포럼

글로벌 안보 공동체, 북-러 안보 협정 “상상도 못 해”

북한과 러시아 간 안보 협정은 양국 간 소통 및 전략적 협력의 강화, 외부 공격 대응 시 상호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로서는 충돌 시 고려해야 할 위험과 전략적 복잡성이 커진 셈이고 북한과 러시아는 상당한 전쟁 억지력을 확보한 결과라고 분석할 수 있다. 사안 자체도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이지만, 여기에 더해 글로벌 안보 전문가들이 적대국인 북한-러시아 간 공식적 협력 관계 수립을 예측은커녕 상상조차 못 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토론 참여자만 1,000명을 넘는 국제 연구 협회(International Studies Association) 연례 회의는 2022년 이후 통틀어 북한을 언급한 세션이 35개에 불과했고 논의 주제 역시 핵 위협, 미국의 억지력, 인권, 한국에 대한 영향, 사이버 공격 등 반복되는 주제에 그쳤다. 북한 외교 정책과 관련한 논의 역시 한국, 미국과의 관계를 언급하는 정도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미국 정치학 협회(American Political Science Association) 모임에서도 토론 참여자가 1,200명을 넘는 가운데 단 7개 세션에서만 북한이 언급됐고, 국제 연구 협회의 2023년 아시아태평양 회의(Asia-Pacific 2023 conference)에서도 450명의 참가자 중 6명만 북한 관련 주제를 다뤘다.

심지어 정책 중심 행사로 일컬어지는 샹그릴라 대화(Shangri-La Dialogue, 정부 간 안보 컨퍼런스)에서도 북-러 안보 협정을 예견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참석자들이 북한의 러시아 무기 공급을 한목소리로 규탄하는 가운데, 한국 측 당국자는 UN 안전보장이사회(UN Security Council)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관련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사실만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일본과 미국은 단일 국가 위협에 대한 다자간 대응에만 집중해 정보 공유의 중요성 언급 정도에 그쳤고, 누구도 서방의 ‘전쟁 억지 및 견제 전략’(deterrence and containment strategies)에 맞서 적대국들이 동맹을 결성할 가능성은 언급하지 못했다.

안보 문제 예측, ‘좁은 시야’와 ‘집단 사고’에서 벗어나야

조약이 미칠 영향과 대응 방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상은 갈리는 편인데 북한-러시아 협력이 미국의 이해와 국제 질서를 위협할 것이라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중국의 이해와 상충한다거나 한미일 동맹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는 것부터 심지어는 중국과의 협력을 확대하자는 안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 모든 분석과 대안에 앞서 강조돼야 할 사항은 기존 안보 논의 틀을 벗어난 새롭고 선제적인 연구 방법론의 필요성으로 판단된다.

안보 문제에 있어 좁은 시야와 집단 사고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중국과의 ‘대립 구도 첨예화’에서도 상황을 오판하게 만든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북러 동맹이 한미일 3자 간 협력에만 시선을 고정한 미국 대외 정책이 초래한 결과이며, 심지어 이를 예측조차 못 했다는 비난이 쇄도하는 것도 반복되는 문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물론 북한과 러시아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북한은 워낙 폐쇄적이고 기밀 주의도 강해 정보 수집이 어렵기로 유명하고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사실상 고립주의로 돌아섰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 서방 국가들의 정책도 양국을 국제 교류, 행사, 회의 등에서 배제함으로써 정확한 최신 정보의 수집을 어렵게 만들었다.

확률 낮지만 가능성 있는 가설들에 대한 폭넓은 검증 필요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어려움보다 더 큰 문제는 안보 공동체의 우선순위가 새롭고 예측에 기반한 연구 자체를 어렵게 한다는 점일 것이다. 예상 가능한 결론에 이를 수 있는 안전한 안건이나 기확립된 주제를 앞세움으로써 북한-러시아 조약과 같이 가능성은 낮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은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일을 후순위로 밀어내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보 공동체가 우선순위를 바꾸고 보다 광범위한 주제를 포괄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토론 주제에 자주 오르지 않는 안건에 대한 연구 지원, 연구 분야 간 협업 강화, 소수 유명 학자들에 대한 의존 탈피 등이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또한 안전한 환경에서 다양한 가설들을 실험할 수 있는 시나리오 시뮬레이션(simulation scenario)도 실용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데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더욱 기대되는 분야다.

기억할 점은 모두가 같은 목소리를 내는 대신 각자의 비교 우위를 드러낼 때 집단 사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원문의 저자는 톰 르(Tom Le) 포모나 칼리지(Pomona College) 부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Russia and North Korea’s treaty exposes blind spots in the security community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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