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포퓰리즘 정치가 부른 멕시코의 경제적 재앙
포퓰리즘, ‘정치적 이득’ 위해 ‘경제 발전 희생’ 경향 보여
멕시코 신공항 건설 취소, 1년간 경제 차질 “94조원”
지지율만 바라보는 포퓰리즘 정권의 ‘원죄’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최근 많은 민주 국가들이 눈앞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장기적 경제 성장 가능성을 희생하는 ‘포퓰리즘’(populism)의 득세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8년 멕시코 신공항(Nuevo Aeropuerto Internacional de México, NAIM) 건설 취소가 대표적인 경우로 이 결정은 즉시 3%의 멕시코 페소화 가치 절하를 부르고 1년이 지나지 않아 680억 달러(약 94조원)의 국내총생산(GDP) 차질을 발생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지지율만 바라보는 무책임한 정책 결정이 되돌릴 수 없는 경제 손실을 초래한 사례로 당시 멕시코 정권의 ‘원죄’(original sin)라고 불렸다.
민주주의 경제 위협하는 ‘포퓰리즘 발흥’
민주주의가 경제 발전을 촉진한다고 하지만 민주주의 내의 포퓰리즘은 경제 안정을 해치는 내부의 적인 경우가 많다. 사회를 ‘대중’(the people)과 ‘엘리트’(the elite)로만 구분해 ‘중간이 없는’(thin-centered) 이념으로 불리는 포퓰리즘이 경제적 폐해를 가져올 때가 그만큼 자주 있다는 얘기다. 느슨한 거시 경제 정책과 보호무역주의, 경제 민족주의의 경향을 보이는 포퓰리즘은 무엇보다 권력에 장애가 되는 제도적 견제 장치를 해체하려는 성향을 보여 위험하다.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의 뚜렷한 특징 하나는 기술적 정확성과 법적 검토가 결여된 정책을 가지고 눈에 보이는 당장의 이득을 취하려 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국민투표 등의 직접 민주주의 방식을 동원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겉으로는 민주주의적으로 보이지만 거쳐야 하는 제도적 절차를 피하려는 시도에서 나오는 것이다
멕시코, 법적 근거 없는 국민 투표 통해 신공항 건설 취소
2018년 10월 멕시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대통령 당선자는 과부하 된 베니토 후아레스 국제공항(Benito Juarez International Airport)을 대체하기 위해 시작한 멕시코 신공항(Nuevo Aeropuerto Internacional de México, NAIM) 건설 취소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시작부터 환경 문제, 부패, 실현 가능성 등의 문제로 논란이 많았던 신공항에 대한 국민 투표 결과는 채 1%가 안 되는 투표율 속에 사전 여론 조사를 뒤집고 ‘반대’로 정리됐다. 문제는 취소 시점에 이미 20%를 넘는 공정이 완료된 데다 공사비 예산의 60%가 계약 체결 상태였다는 것이다.
법적 근거도 없는 국민 투표 결과를 가지고 신공항 건설 취소를 결정한 것은 앞으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임기가 어떨지 보여주는 그의 ‘원죄’로 평가됐다. 동시에 경제학계에서는 중대 결정에 대한 포퓰리스트적 접근이 재정 안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귀중한 ‘거시경제적 자연 실험’(macroeconomic natural experiment)으로 회자됐다.
기예르모 우모라(Guillermo Woo-Mora) 파리 경제대학원(Paris School of Economics, PSE) 박사과정생은 신공항 취소 결정 이후 실제 멕시코 페소화 환율을 콜롬비아 페소화, 러시아 루블화, 아르헨티나 페소화, 칠레 페소화, 브라질 헤알화, 튀르키예 리라화로 가중 평균한 대조군과 비교해 취소 결정이 없었을 경우 예상되는 통화 가치 변동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공항 취소 결정은 즉각 투자 심리 위축으로 연결돼 미국 달러 대비 멕시코 페소의 가치를 3% 절하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1월~2020년 2월 신공항 건설 취소 말고 페소화 평가 절하를 발생시킨 또 다른 정치적, 경제적 사건은 없었다.
취소 발표 직후 경제 지표 하락, 1년간 경제 차질 94조원
기예르모 우모라 연구자는 이어 월간 경제 지표 및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등의 자료를 활용해 신공항 취소 결정이 없었을 경우 멕시코 경제 성장률을 예측해 실제와 비교했는데, 결과적으로 신공항 취소는 발표 직후부터 월간 경제 지표를 추락시키고 1년도 안 되는 사이 680억 달러(약 94조원)에 달하는 GDP 차질을 발생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신공항 취소는 또한 건설업 부문에 심각한 침체를 불러 장기 투자 지표로 여겨지는 ‘총 고정 자본 형성’(gross fixed capital formation)이 8.8% 줄어드는 결과를 유발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생산성과 연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으로 경기 침체의 발화점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생생한 증거가 되는 셈이다.
포퓰리즘 정치가 부른 ‘불확실성 함정’
‘불확실성 함정’(uncertainty trap)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투자 심리 위축을 불러 장기적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신공항 취소 사태 이후 멕시코는 피치(Fitch), 무디스(Moody’s), 스탠더드앤드푸어스(Standard & Poor’s) 등 신용평가 기관들에 의해 신용 등급이 하향 조정되고 중앙은행인 멕시코 은행까지 불확실성이 증가했다고 언급하는 상황을 겪는다. 결국 신공항 취소가 불러온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의 투자 의욕을 꺾어 멕시코에서 투자금이 빠져나가는 장기간의 ‘불확실성 함정’으로 확대됐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신공항 취소 사태는 포퓰리즘에 근거한 정책이 법적 검토를 회피한 채 민주적 합법성만을 가장하려 할 때 미칠 수 있는 경제적 피해를 한눈에 보여주는 사례다. 포퓰리스트 정치가들에게는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즉각적 이득을 안겨줬을지 모르지만, 지속적 경제 성장에 필수적인 확신과 투자 심리를 앗아가는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본 사례는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활개 치는 국가들에 귀중한 교훈을 안긴다. 비록 그들이 들고나온 정책이 ‘공공의 이익’(common good)을 표방하고 있다 해도 제도적 절차와 법치주의 원칙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라면 경제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당장의 이익은 투자 심리 위축이 야기하는 장기간의 경기 침체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화려한 포퓰리즘적 수사에 취해 경제적 파급 효과를 신중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재앙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원문의 저자는 기예르모 우모라(Guillermo Woo-Mora) 파리 경제대학원(Paris School of Economics, PSE) 박사과정생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Populism’s original sin: Short-term economic consequences of populist polic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