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통했나” 얼어붙은 서울 부동산 시장, 강남권은 나 홀로 신고가

160X600_GIAI_AIDSNote
서울 아파트 거래량 34.9% 급감, 매물 쌓인다
"가계대출 조여라" 정부 규제가 시장에 찬물 끼얹어
대출 규제 영향 덜한 강남에서는 상승 거래 속출
apartment_down_20241105

서울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대출 규제를 속속 강화하는 가운데, 전반적인 매매 수요가 얼어붙으며 매물이 적체되는 양상이다. 다만 대출 규제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는 강남권에서는 여전히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부동산 시장 내에서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위축된 서울 부동산 매매 수요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의 거래량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9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7~8월 두 달 연속 1만 건을 웃돌던 서울 주택 거래량은 9월 8,206건까지 떨어졌다. 특히 9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4,951건으로 8월(7,609건) 대비 34.9% 줄어들었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 7월 9,518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2개월 연속 감소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수 심리도 위축되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28일 조사 기준 10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0.6으로 지난주(101.0) 대비 0.4포인트 하락했다.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의 회원 중개업소 대상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상황을 지수화한 것이다. 0~200 사이로 표시하며,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아파트 매매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고 풀이한다.

거래가 줄어들면서 매물 역시 자연히 쌓여가고 있다. 부동산 정보 제공 애플리케이션(앱)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5,105건으로 두 달 전(8만2,274건) 대비 3.4% 늘어났다. 시장 전반이 얼어붙자 집값 상승세 역시 한풀 꺾이는 양상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10월 마지막 주(28일) 기준 전주 대비 0.08% 상승, 전주(0.09%)보다 상승률이 소폭 하락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기조

서울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배경에는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가 있다. 정부는 지난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 조치를 시행, 본격적으로 차주들의 대출 한도 조이기에 나섰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대출 금리에 ‘스트레스(가산) 금리’를 더하는 제도다. 2단계 스트레스 금리는 0.75%p 수준이며, 은행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한해 1.2%p의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된다.

이에 더해 정부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디딤돌 대출 한도를 축소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상태다. 디딤돌 대출은 부부 합산 연 소득이 6,0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가 5억원 이하 주택을 매입할 때 연 2~3%의 금리로 최대 2억5,000만원의 자금을 빌려주는 정책 상품이다. 한도 내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최대 70%(생애 최초 구입 시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연 소득이 8,500만원 이하인 신혼부부는 6억원 이하 주택을 살 경우 최대 4억원을 빌릴 수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6일 디딤돌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생애 최초 주택 마련 시 적용되던 LTV(담보인정비율) 80% 기준을 70%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으나, 실수요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규제를 유예한 바 있다. 이후 국토부는 같은 달 23일 ‘비수도권 적용 배제’ 등을 포함한 개선 방안을 다시 확정·발표하겠다고 선언, 사실상 수도권을 ‘정조준’한 디딤돌 대출 규제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apartment_up_and_down_PE_20240425

강남은 여전히 과열 상태

문제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 대출 규제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는 강남권에서는 속속 상승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송파구 잠실동 소재 ‘리센츠’ 전용 84㎡는 지난달 7일 28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같은 달 강남구 압구정동 소재의 신현대9차 전용 108㎡은 50억5,000만원에, 신현대11차 전용면적 183.41㎡는 81억5,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서초구 ‘반포래미안아이파크’ 전용 99㎡ 역시 지난달 40억원에 손바뀜됐다.

재건축 바람이 거센 여의도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여의도 삼부아파트 전용 175㎡는 지난달 1일 지난 6월(38억5,000만원) 대비 5억원 상승한 43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달 또 다른 재건축 단지인 수정아파트 전용 150㎡은 27억9,000만원에, 시범아파트 전용 156㎡는 35억2,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비강남권과 강남권 시장의 분위기가 엇갈리며 가격 양극화 역시 심화하는 추세다. KB부동산 월간 주택 가격 동향에 따르면 10월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10.85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5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을 하위 20%(1분위) 가격으로 나눈 값으로, 지수가 높을수록 집값 양극화가 심하다고 풀이한다. 전국 1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올 1월 1억1,815만원에서 10월 1억1,683만원으로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5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2억1,982만원에서 12억6,829만원으로 뛰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