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임금·고령화 건설 현장, 내년부터 외국인 ‘기능인력’ 투입 추진
내년부터 외국인 숙련공 투입 추진, 철근·형틀 등 담당
건설 현장 청년층 이탈 및 기능인력 고령화 대응 차원
양적 증대 있으나 구체적인 관리 방안 제시는 미흡
내년부터 외국인 근로자도 국내 건설 현장에서 단순업무뿐 아니라 형틀을 제작하거나 콘크리트 타설을 하는 기능공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 국토교통부가 내국인이 기피하는 공종(공사 종류)의 기능인력 비자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건설 현장 내 청년층 감소와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고 인건비 절감까지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국토부, 외국인 기능인력 비자 확대 ‘형틀·철근·콘크리트 업종’ 등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내년부터 일부 공종에 E7-3(일반기능인력) 비자를 도입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그동안 외국인 건설 근로자는 주로 E9(비숙련 인력) 비자로 국내에 들어와 주로 자재 나르기 등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만 담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외국인 건설 노동자가 E7-3 비자를 받게 되면 건물 뼈대인 골조 공사를 할 때 투입되는 형틀공이나 철근공, 콘크리트공으로 활동할 수 있다. 형틀 작업이나 철근 조립, 콘크리트 타설은 작업이 힘들고 위험해 국내 건설 근로자들이 기피하는 공종으로 꼽힌다.
그간 건설사들은 E7-3 비자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지만 국내 건설 기능공들의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반발이 컸다. 현재 E7-3 비자가 허용된 업종이 동물사육사와 조선 용접공, 항공기 정비원 등 10개 업종으로만 한정된 것도 국내 건설 기능인력들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였다.
그러나 청년층이 공사 현장을 외면하면서 건설인력의 고령화가 심해졌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국내 건설 기능인의 평균 연령은 51.4세로 파악됐으며 60대 이상 비중도 24.6%에 이른다. 2004년 평균 연령이 37.5세, 60대 이상 비중은 3.5%로 집계된 것과 확연히 대조된다.
‘공사비 쇼크’ 핵심 인건비, 외국인 투입으로 절감 기대
이렇다 보니 형틀 목공과 철근, 콘크리트처럼 힘이 많이 드는 공종일수록 기능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워졌고 인건비도 치솟았다. 대한건설협회의 ‘2024년 상반기 건설업 임금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형틀 목수의 평균 일당은 27만4,978원으로, 10전 전(12만8,790원)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랐다. 한 달 근무 일수(22일)로 계산하면 283만원에서 604만원으로 뛰었다.
하지만 이는 ‘평균 노임’일 뿐, 건설 현장에서 체감하는 인건비는 상승폭이 훨씬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은 “현장 잔뼈가 굵은 숙련공은 상당수 은퇴해 숙련공 수가 10년 전의 절반도 안 된다”며 “미숙련공 인건비도 2배가 됐으니 공기 연장까지 감안하면 현실은 4배가량 오른 셈”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급등한 최저임금과 주52시간 근로제 도입 여파는 인건비는 물론 공사비와 분양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로 오른 2018년과 2019년 건설 노임단가도 각각 9.0%, 13.5%씩 급등했는데, 같은 시기 주52시간제까지 도입되면서 콘크리트 타설을 비롯해 장시간·연속 근로가 필요한 공종도 중간에 작업을 중단하고 정시 퇴근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이에 공사비에서 노무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급격히 확대됐다. 국내 한 대형 건설업체의 경우 지난 2021년 3월 기준 1,000가구(연면적 16만5,000㎡) 규모 아파트 공사비는 3.3㎡당 500만원으로 총 2,500억원 수준이었고, 이 가운데 노무비는 675억원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 3월 기준 평균 공사비는 3.3㎡당 725만원으로 늘었고 총공사비는 3,625억원에 달했다.
특히 노무비는 1,015억원으로 치솟았다. 불과 3년 사이 인건비만 34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가구당 분양가를 10억원으로 가정할 때 34채 값이 임금으로 사라진 셈이다. 이는 결국 분양가에 전가돼 실수요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게 된다. 이에 정부는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인 근로자 투입을 통해 인건비 부담이 낮아져 분양가 상승에 제동을 거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 사고 사망자 3년 연속 증가, “현장 관리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다만 전문가들은 외국인 기능인력 비자 도입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내는 분위기다. 먼저 최근 건설 현장에서 늘어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사고와 관련한 대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 사고 사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건설업 내국인 사고 사망자는 연평균 412.2명이었고 이 가운데 외국인이 11.6%(47.8명)를 차지했다.
더욱이 내국인 사고 사망자는 2020년부터 4년째 감소했지만, 외국인 사고 사망자는 2021년부터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국적을 막론하고 건설노동자 안전보호와 사전 교육 강화 등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하다”며 “최근 산재 사고에 대해 기업에 책임을 크게 묻는데,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같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외국인력의 경력관리에 대한 방안이 미흡한 점도 우려 사항으로 지목됐다. 외국인력을 단기적 인력난 해소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접근은 한계가 분명한 만큼 일정 경력을 쌓아 숙련된 기능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건설 현장에서 외국인 인력도 산업 인력으로 받아들여서 산업 인력 관리 체계를 갖추면 안전 관리, 기술 축적 부분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현장 관리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증가로 인해 건설 현장에서 소통 장애와 현장 전문성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외국인 노동자들이 현장에 대거 투입되면 부실시공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는 공사 기한을 맞추는 데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정부의 본래 취지와는 달리 외국인 근로자의 한국어 교육 및 통번역 시스템 구축에 추가 비용이 발생해 공사 비용 절감에 되레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