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1만 명은 러시아 쿠르스크에” 美 국방부 공식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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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최소 1만 명, 우크라이나-러시아 격전지 쿠르스크行
궤멸한 러시아 특수부대 '스페츠나즈' 빈자리 채울까
러시아 파병 북한군 월급 인당 2,000달러, 한반도 정세 악영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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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가 최소 1만 명의 북한군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격전지인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미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과의 교전이 시작됐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美 “북한군 전투 돌입 가능성 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최소 1만 명의 북한군이 쿠르스크 지역에 있다고 믿는다”며 “북한군의 현지 주둔 상황을 지속적으로 평가하며 러시아 내 북한군 전체 병력이 약간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내 북한군 전체 병력은 1만1,000명에서 1만2,000명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쿠르스크는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이다.

북한군의 참전 여부와 관련해 밀러 대변인은 “전투 참여 여부는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면서도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북한군이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한 전투에 돌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며, 그렇게 할 경우 북한군은 합법적인 군사 목표물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팻 라이더 미 국방성 대변인은 북한군의 파병 성격에 대한 질문에 “현시점에서는 알 수 없지만, 러시아가 겪는 엄청난 손실을 대체하기 위해 들어온 잠재적 병력이라는 것이 아마 공정한 분석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군은 이미 북한군과 교전이 시작됐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우크라이나 매체인 RBC-우크라이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의 안드리 코발렌코 센터장은 4일(현지시간) 텔레그램에 “북한 군대가 쿠르스크 지역에서 처음으로 공격받았다”는 글을 게재했다. 다만 북한군의 피해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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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공개한 영상 일부 캡처, 북한군 추정 병력들이 러시아 군사 기지에서 보급품을 지급받고 있다/사진=SPRAVDI 페이스북

파병 북한군, 러시아 특수부대 대체?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쿠르스크에 파병된 북한군이 러시아 특수부대 ‘스페츠나즈’의 빈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해 4월 미국 정보 당국 문건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개전 이후 러시아군은 군사력 증강을 위해 스페츠나즈를 일반 보병처럼 전방에 투입해 왔다. 스페츠나즈는 매우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은 정예부대로 암살 등 은밀함이 요구되는 고위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결과 스페츠나즈는 다른 러시아 부대와 마찬가지로 큰 피해를 봤다. 미국 정보 당국은 러시아 남부에 있는 스페츠나즈 주둔지를 촬영한 위성 사진을 비교한 결과를 근거로 “2022년 늦여름 우크라이나에서 전투 작전을 수행하고 복귀한 5개 스페츠나즈 여단 중 4개가 중대한 손실을 봤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수개월 전인 2021년 11월 촬영된 제22 스페츠나즈 여단의 주둔지에는 군용 차량이 다수 주차된 모습이 포착됐지만, 1년 뒤에 찍은 사진에서는 차량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문건에는 제22 여단과 다른 두 개의 스페츠나즈 여단이 병력의 90∼95%를 소모한 것으로 기재됐다.

당시 미국 당국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남부 주둔지로 복귀한 모든 스페츠나즈 여단을 추적했지만 제25 여단의 행방은 파악하지 못했다. 이에 문건은 여단이 주둔지로 복귀했다는 명확한 정보가 없는 원인이 심각한 인력·장비 손실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귀환할 병력이 없을 정도로 부대가 큰 피해를 봤다는 의미다.

스페츠나즈 군인들은 최소 4년의 특수 훈련을 받기 때문에 러시아가 이들 병력을 보충하려면 길게는 10년 이상의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러시아 파병 북한군이 이들의 빈자리를 대신할 만한 전투력을 갖춘 경우, 러시아 입장에서는 눈에 띄는 전력 증강을 기대할 수 있다.

北 외화 유입·군사력 증강 수혜 예상

문제는 이 같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한반도 안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는 “북한이 러시아에 특급 전투 병력을 파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북러가 혈맹 관계가 됐다는 의미”라며 “북한은 이번 파병을 계기로 (러시아로부터) 상당한 경제·군사적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제적 이익은 병사들의 급여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3일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북한군이 파병에 대한 대가로 1인당 월 2,000달러(약 277만원)를 받는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한 달 치로 환산하면 13만2,400원 수준인데, 이 돈의 스무 배가 넘는 액수를 러시아 파병 북한군이 월급으로 받는다는 의미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 수가 1만 명이라고 가정하면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매월 2,000만 달러(약 274억원), 1년으로 계산하면 2.4억 달러(약 3,280억원)의 외화를 받게 된다. 

이에 더해 북한군은 이번 파병을 통해 실제 전투 경험을 축적하고 데이터를 확보, 낙후된 북한의 무기 체계를 현대화할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투 경험을 통해 무기 체계를 혁신했듯, 북한도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를 군사력 제고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북한 측의 경제·군사력이 향상되고 북-러 동맹이 본격적으로 강화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한반도 정세가 유의미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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