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값 20% 폭등”, 농축산부, 스페인 달걀 120만개 수입 추진

겨울철 조류독감 확산에 달걀 가격 폭등, 정부 스페인산 120만개 긴급 수입 결정 달걀 관세 0% 내년 6월까지 연장, 미국도 AI로 신음해 유럽 수입활로 찾아야 2월까지 조류 독감 확산 예상, 달걀 가격 당분간 상승 예상도 매년 반복되는 조류 독감 문제, 정부 대책은 실효성 없어 농가 불만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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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라 달걀 값이 인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등으로 국내 달걀 수급상황이 악화될 경우를 대비해 신선란 수입 등을 추진한다고 23일 밝혔다.

미국 등도 고병원성 AI가 창궐하여 물량은 시범적으로 121만개를 국영무역을 통해 스페인에서 수입할 예정이다. 국내 일일 달걀 생산량 4천500만개의 2.7%에 해당하는 양이다. 한편 고병원성 AI의 주요 변수 중 하나인 철새 유입이 예년보다 17% 증가됐다고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철새 유입 시기인 12~1월까지가 고비라는 입장이다.

특란, 대란 가격 인상

정부, 달걀 수급 안정 위해 스페인 달걀 120만개 수입 추진

2017년과 지난해에는 미국산 계란을 주로 수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동안 미국 등에서 신선란을 수입했다”며 “현재 미국이 고병원성 AI 발생으로 계란 가격이 높은 점을 고려해 스페인 등으로 수입국 다변화를 타진했다”고 밝혔다.

국내 일일 달걀 생산량은 4,500만개다. 일일 생산량의 2.7%에 해당하는 양을 시범적으로 수입한다. 이는 달걀 수급안정을 위한 대응방안을 미리 점검하고자 진행하는 선제적 조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 AI 확산 등으로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국내에 부족한 물량을 즉시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의 미국산 달걀 수입은 다소 늦게 진행된 데다 소비자의 외면으로 유통기한이 지난 달걀이 대량으로 발생했다. 계란 수입과 폐기에 1천억원이 넘는 국민혈세가 투입됐었다는 분석이다. 이번의 선제적 조치는 작년의 예산 낭비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일선현장에서는 정부가 너무 많은 방역지침을 추진하고 있다며, 가축전염병예방법에 근거한 각종 행정명령 치침 시달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AI확산에 달걀값 폭등 중, 금란 된다는 소문확산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근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수입란·달걀가공품의 0% 할당관세를 연말에서 내년 6월까지 더 늘리겠다”며 “달걀 수급불안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직접 수입 공급을 하는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달걀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결정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달걀 한 판(특란 30구 기준) 가격은 22일 기준, 전국 평균 6,672원으로 평년(5,552원)보다 20.2% 올랐다. 전북이 6,503원으로 최저가를 기록했다. 반면 세종은 7,058원으로 전국에서 달걀값이 제일 비쌌다. 정부와 유통업계는 AI 확산을 우려하는 불안 심리가 달걀 가격 인상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AI 발생 시기가 지난해보다 3주가량 빠르고, 그간 발생하지 않았던 곳으로 빠르게 번져 예년보다 불안 심리가 높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사료값 상승과 유류비 인상, 기타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달걀 가격 인상 압력이 강하다. 이 와중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의 AI 확산으로 달걀과 가금류의 가격이 치솟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산란계보다 계육과 오리에서 AI의 발생률이 높고 사육수 대비 살처분 비율도 1% 수준”이라며 “공급상의 문제는 없으나 불안심리가 시세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살처분으로 감소한 산란계 사육 규모가 평년 수준으로 회복하고, 국내 소비 수준도 비슷해 달걀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농식품부는 내년 2월부터 고병원성 AI가 확산할 경우 병아리를 필요한 만큼 수입해 살처분한 산란종계 농가 등에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과거에도 AI가 창궐했을 때 스페인에서 47만 마리의 병아리를 수입해 산란계 농가에 보급한 바 있다.

<출처=농림축산식품부>

왜 이번에는 스페인산일까?

미국 등 기존 주요 수입국들도 고병원성 AI 확산으로 인해 현지 달걀 가격이 높다. 이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스페인에서 달걀을 직접 수입해 내달 중 판매를 희망하는 대형마트, 식재료업체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수입 루트 다변화, 물량 즉시 공급 등의 취지도 있다. 정부는 향후 수급 상황을 살펴 추가 수입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존 수입해 왔던 미국산 달걀은 흰색란이라 황색란을 주로 사왔던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측면이 있었다”며 “달걀은 유통기한이 있지만 병아리는 길러서 알을 낳을 수 있는 만큼 산란계 농가에 보급하고 시설 확대를 희망하는 산란계 농가를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 달걀은 스페인에서 위생검사를 거치고 국내에서도 통관 절차가 끝나기 전 별개의 위생검사와 검역을 실시해 안전성을 확인한다. 수입 달걀의 유통기한은 45일 정도다. 검역과 위생·균열 등 안전성 검사, 소분 패킹 과정 등을 거칠 경우 소비자가 실제 체감하는 기한은 더 짧다. 유통기한이 짧기 때문에 한꺼번에 대량으로 수입 하는 경우 작년처럼 대거 폐기 처분 사태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일시적인 수입으로 ‘금란 사태’ 해결될까?

1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10월 17일부터 이날까지 가금농장 등에서 고병원성 AI 확진 사례가 총 27건 확인됐다. 지역별로 보면 충북 9건, 경기 6건, 전남 5건, 경북·충남 각 2건, 전북·강원·울산 각 1건 등이다.

특히 27건 중 절반 수준인 13건은 지난 5년간 AI가 발생하지 않았던 곳에서 발생해 농민들의 걱정이 크다. 발병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해보다 철새 유입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다. 철새 유입량은 지난해보다 17% 많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철새 유입은 고병원성 AI 발생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실제로 야생조류 확진 사례는 올해 10월 이후 59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5건)의 3.9배다. 철새가 1월까지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전문가들은 12월과 내년 1월을 가장 위험한 시기로 꼽고 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병원성 AI 확산에 따라 농가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AI 확산 방지를 위해 신속한 초동방역, 소독 강화 등과 함께 농가 피해 최소화 방안을 범정부 차원에서 마련해 조치해달라”고 농식품부에 촉구했다.

조류독감 확산에 대한 실효 정책 필요

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요원하다. 2018년 AI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전남지역에서 닭·오리 농가를 분산 이전하는 장기대책을 추진했었다. 사육농가 밀도를 낮춰 확산을 억제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우선 ▲ AI 가 최근 3년 안에 확진된 곳 ▲5년 안에 2회 이상 발생한 곳 ▲축산농가가 500m 안에 10가구 이상 또는 1㎞ 안에 20가구 이상인 곳에 해당하는 나주·영암·함평·무안 등 11개 시·군의 49개 읍·면·동을 에이아이 중점방역관리지구로 설정했다. 이 지구 안에 있는 농가가 다른 가금농가로부터 500m, 철새 도래지로부터 3㎞ 이상 떨어진 지점으로 이전하면 축사 신축비를 지원한다는 정책이었다.

또 농가들이 법인을 만들어 단지화를 하거나 다른 축종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도 시설 개보수를 보조했다. 보조 비율을 기존 10~30%에서 80%로 대폭 높이고, 자부담은 20%로 정해 최대 79억원까지 지원했다. 하지만 축산업 허가제가 시행되면서 농가 이전 부지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전남도 축산정책과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조건을 만족시키는 농가가 없어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실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 것이다. 이후 축산 정책 차원에서 따로 장기적인 대책 수립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현재 AI대책은 근본적인 해결 의지 없이 각종 행정명령만 난무하는 실정이다.

이번 겨울 고병원성 AI 전파차단을 목적으로 정부가 시달한 행정명령은 10건이다. ▲축산차량 농장 방문전 거점시설 소독 ▲가금농장에 특정 축산차량(가축, 사료, 분뇨 등)외 진입금지 ▲산란계 밀집단지 알 운반차량 진입금지 ▲산란계‧메추리농장 분뇨 반출 제한 ▲시‧도간 분뇨차량 이동제한 ▲종계‧종오리농장 지대(포대)사료 차량 진입금지 ▲가금농장에 백신접종팀, 상하차반 등 진입제한 ▲가금농장 간 축산도구, 기자재(파레트 등) 공동사용 금지 ▲전통시장에서 산 가금류 유통금지 ▲축산차량 및 종사자 철새도래지 출입 금지 등이다.

아울러 공고로 내려진 가금농가에서 준수해야 할 방역 기준은 ▲농장 진입로 등에 생석회 도포 ▲축산차량 소독필증 확인‧보관 ▲농기계, 농장 외부에 보관 ▲1회용 난좌사용 및 도구‧장비 세척 소독 ▲농장 출입차량 2단계 소독 ▲부출입구의 차량 및 사람 진입통제 등이다. 일선현장에서는 행정명령이 너무 많아 이행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이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한 가금업계 관계자는 “지난 겨울에만 농림축산식품부가 총 20차례 이상 행정명령을 발동하여 일선 농가들에 혼선을 초래했다”면서 “관련 생산자단체들과 의견조율이 없어 백신접종팀 방문금지, 분뇨차량 이동금지 등 현실과 동떨어진 조치가 내려져 농가에 피해가 컸다. 올 겨울 또 이같은 일이 발생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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