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메타버스 산업’ 육성 위해 총 2,233억원 지원한다

‘VR·AR 콘텐츠 산업 육성’ 등에 초점, 지난해 이어 올해도 2천억원대 지원 나서 메타 등 기업 VR·AR 시장 뛰어들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 메타버스는 거품인가 메타버스 산업의 확장 위해선 “기업과 산업계의 수요에 맞춘 정책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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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가 올해 메타버스 산업을 위해 2,233억원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7일 메타버스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한 ‘메타버스 산업 육성 통합 사업설명회’를 개최하며 메타버스 산업 생태계의 본격 확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설명회에선 CES 2023에서 주목받은 메타버스 산업 현황 및 동향 분석도 함께 진행됐다.

메타버스는 모두의 일상과 주요 산업 현장에서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2,237억원을 투자하며 의료, 제조, 교육 분야 등에서 메타버스의 성공적인 사례를 발견하며 신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오용수 과기정통부 소프트웨어정책관은 “최근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와 투자 위축으로 메타버스 산업에 대한 회의론도 등장하지만 글로벌 시장은 여전히 메타버스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CES 2023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 초기 단계에 있는 메타버스 시장에서는 우수한 기술을 가진 국내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영역과 기회도 크므로 정부가 다양한 사업을 통해 국내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237억원에 이어 올해도 2,233억원 지원

지난해 정부는 메타버스 산업 진흥을 위해 약 2,237억원의 예산을 썼다. 구체적인 성과로 구미, 강릉, 대구 등에 메타버스 허브를 구축하며 메타버스 생태계 확장을 이뤘다. 또 메타버스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창업과 취업 등의 활동을 도왔고 최고급 메타버스 연구개발 인재를 육성하는 메타버스 융합대학원 2곳도 선정·운영하며 인재 양성에 힘썼다.

과기정통부는 올해에도 메타버스 산업의 세계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하여 플랫폼 개발지원, 인재 양성, 기업지원, 기술개발 등의 다양한 맞춤형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먼저 기존 플랫폼과 차별화된 새로운 유형의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을 위해 총 680억원을 출자하고 충청권을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 및 메타버스 재난안전관리 체계 신규 구축에도 80억원을 지원한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확장가상세계융합대학원(5개소)와 확장가상세계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인재 양성을 위한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또 판교, 상암, 익산, 구미, 부산 등에 확장가상세계 특화시설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 허브를 추가로 운영하며 세계 시장진출 가능성이 높은 메타버스 기업들에 대한 지원에 초점을 뒀다.

이와 더불어 메타버스 저변 확대에도 나선다. 확장가상세계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디지털휴먼, 콘텐츠 제작 등 실감콘텐츠 핵심기술 개발 등에 총 615억원을 투입하고 메타버스 개발자 경진대회, K-해커톤 대회 등 주요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많은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메타버스 체험 기회를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메타버스 분야 중소‧벤처기업의 사업영역 및 규모 확대를 위해 약 400억원 규모의 M&A 펀드도 조성해 유망 중소·벤처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서울시의 ‘메타버스 이노베이션 컨퍼런스’/사진=Youtube ‘내손안에서울’

언제 올지 예측 불가능한 메타버스 산업, ‘거품일까?

‘메타버스’ 하면 가장 먼저 남자 주인공이 VR·AR(가상·증강현실) 등의 기술을 구현하는 헤드셋을 끼고 가상세계를 모험하는 SF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영화는 2018년에 개봉했지만, 만 4년이 지난 지금 주변에는 영화의 가상세계와 비슷한 게임을 찾아보기 어렵다. 메타버스는 거품일까?

해외 사례도 별반 다르지 않다. 메타로 회사 이름까지 바꾼 페이스북은 메타버스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지만, 그 성과가 미미하다. 지난해 외신들은 “메타가 2021년 초부터 150억 달러(한화 약 21조5,250억원)를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을 위해 사용했지만, 아무도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메타는 2019년부터 현재까지 메타버스 사업인 리얼리티 랩스에서 적자를 누적해오고 있으며 지난해 상반기에만 50억 달러(약 7조1,750억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애플이 VR과 AR 기술을 합친 MR(혼합현실) 헤드셋을 올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게이머들을 비롯한 대표적인 사용자들의 반응은 싸늘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고해상도 4K 디스플레이 및 12개 이상 카메라를 탑재한 헤드셋을 내놓으며 메타와는 다른 프리미엄 전략을 뒀다. 하지만 지난해 메타가 출시한 VR 헤드셋 ‘퀘스트 프로'(1,499달러)보다 약 500달러가량 비싸게 출시될 거란 전망에 시장의 기대감이 낮아진 상황이다.

메타버스 산업의 발전 위한 ‘정부 정책’의 방향은?

이렇듯 VR과 AR 등의 화려한 기술이 접목되지 않은 지금의 환경으로 볼 때 메타버스는 거품이라 말할 수 있다. 특히 메타버스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두고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인 풀다이브 메타버스(FullDive Metaverse)를 상상하는 정부와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기술의 발전과 확산으로 몸은 현실에 있지만 의식은 가상현실 속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시대가 오기 전까지 당분간은 PC와 모바일을 통해 가상 세계에 접속하는 형태의 메타버스에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런 만큼, 정부의 노력만으로 메타버스 산업이 확장되는 건 아니다. 특히 정부가 ‘메타버스 전문대학원’ 등에 쏟는 수백억원의 지원금이 관련 산업의 인재 양성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다. 국내 한 대학원 관계자는 “지난해 J대에 생긴 메타버스 전문대학원은 가상현실을 구축하고 만드는지에 대한 기술적이고 공학적인 부분을 연구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단순히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만 배우는 실무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학술 연구 등의 관련 분야 발전을 위한 활발한 전개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메타버스는 단순한 가상 회의실 그 이상의 개념이다. 확장성이 높고 규모가 거대하기 때문에 여러 가상 플랫폼이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에코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상호 작용과 조화를 중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정부는 기업을 비롯한 산업계와 사용자의 수요를 기반에 둔 정책을 지원해야 한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향후 정책이 메타버스 생태계 조성에 보다 현실적인 도움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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