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4.0] 에너지신기술 개발 착수, 생태계는 안전할까? ① 원전과 청정수소

에너지신기술 분야, ‘신성장 4.0 전략’의 핵심 프로젝트로 추진 혁신형 SMR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사업단 설립 및 R&D 착수 청정수소 산업, 강릉 수소탱크 폭발 사고로 드러난 안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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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정부가 미래 산업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신(新)성장 4.0 전략’ 추진 대책을 발표하고 15개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초일류 국가로의 도약을 위해 미래기술 확보와 디지털전환, 전략산업 초격차 확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프라 정비가 시급한 만큼 체계 개편과 협력, 과감한 규제혁신 등을 통해 이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신성장 4.0 전략 주요 프로젝트 가운데 에너지신기술 분야에서는 ▲원전 기술 ▲태양광 탠덤 셀 기술 ▲청정수소 생산기술 ▲해상풍력 구조물 설계기술 등의 개발 착수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원전, 중동 수요 증가에 차세대 원전 기술 발전 기대

원전 분야 세부 추진 방안 중 하나로 오는 2028년엔 혁신형 SMR(Small Modular Reactor, 소형모듈원자로) 표준설계인가 획득을 위한 R&D 과제에 착수하고, MSR(Malten Salt Reactor, 용융염원자로)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개발도 본격 추진한다. 아울러 민관 합작사업 매칭펀드 자금 확보에도 나선다.

정부는 우선 에너지신기술 확보를 목표로 내달 중 혁신형 SMR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사업단을 설립하고, 4월부터 관련 R&D에 착수한다. 2026년 표준설계 인가신청을 거쳐 2028년 인가를 획득하는 게 목표다. SMR은 경수와 중수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원전과 달리 액체 나트륨을 냉각제로 활용해 핵연료 우라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현재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도 앞다퉈 SMR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한편 MSR 분야는 민간 수요가 높은 무탄소 해양시스템(선박, 부유식 원전, 해양 플랜트 등) 해양용 MSR 핵심기술 개발을 위해 정부가 오는 4월까지 산학연 협력연구팀을 구성하고 연구개발에 착수할 방침이다.

아랍에미리트 바라카원전/사진=한국전력

한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지난해 10월 폴란드 민간 발전사 제팍(ZEPAK)과  폴란드 국영전력공사(PGE)와 원전 개발계획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하며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원전 이후 10여 년 만의 노형 수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폴란드 민간 원전 개발사업은 폴란드 퐁트누프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부지에 복수의 APR1400 노형을 수출하는 프로젝트로, 한국·폴란드 3사는 소요 예산, 자금 조달, 예상 공정 등을 포함한 개발 계획을 함께 수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국전력(이하 ‘한전’)은 지난달 UAE 바라카원전 3호기 상업 운전을 개시했다. 바라카원전사업은 2009년 한전이 UAE에서 수주한 국내 최초의 원전 수출 성공 사례로, 3호기는 지난해 6월 운영 허가 취득 및 연료를 장전하고, 동년 9월에 최초 임계 도달 이후 단계별 출력상승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UAE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에너지 믹스 차원의 청정에너지 및 원자력에 대한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이 미래 수출전략의 핵심 품목으로써 대한민국의 원전 산업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렇다면 수소, 태양광, 해상풍력도 장밋빛일까?

사실상 청정수소는 ‘그린수소’뿐 

정부는 청정수소 생산을 위해서 수전해·발전용 연료전지 등 중점 기술 분야 투자를 통해 수소 전(全)주기 역량을 제고하고 글로벌 해외 진출 기반을 공고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수소에너지의 핵심기술을 국산화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생산·발전기반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특히 수전해 수소 생산의 실증을 위해 2026년까지 제주도에 12.5㎿급 수전해 실증 시험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상용화하기엔 대량 제조 기술과 저장, 운반, 이용 기술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다소 많이 남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수소에너지가 친환경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가 말하는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에너지는 ‘그린수소’다. 그린수소는 태양광‧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에서 나오는 전기로 물을 분해(수전해)하여 생산하는 수소를 일컫는다. 그린수소 생산에 필요한 수전해 기술은 아직 실증 단계인 만큼 가격도 높은 편이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돼 실제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수소에너지는 천연가스 ‘개질(Reforming) 방식’으로 생산되는 ‘그레이수소’다. 해당 방식의 경우 생산비용이 저렴한 반면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한다. 개질 수소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을 고온의 수증기와 반응시켜 뽑아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부산물로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수소를 친환경 100% 에너지로 내세우는 것은 연목구어나 마찬가지다.

수소에너지는 중요한 미래 먹거리지만 우리나라의 수소 산업 구조는 여전히 취약하며 기술 경쟁력에서도 뒤처진다. 일각에서는 우리 수소에너지 기술에 대해 수소를 이용해 실제 에너지로 활용하는 건 아직 초보 단계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역점을 둔 수소에너지 기술의 상용화 자체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2019년 5월 23일, 수소탱크 폭발 사고가 발생한 강원도 강릉시 대전동 강원테크노파크 강릉벤처공장에서 사고 여파로 부서진 각종 장비들이 흩어져 있다/사진=강원소방본부

미흡한 생산기술과 수소폭탄 위험성 문제도 무시 못 해

안전성 문제도 있다. 지난 2019년 5월, 8명의 사상자를 낸 강원테크노파크 강릉벤처 공장의 수소탱크 폭발 사고에 대한 경찰 조사 결과, 사고 원인을 제공한 수전해 시설에 설계부터 관리까지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해당 수소탱크는 신재생에너지 업체가 시험 운영하던 것으로, 태양광을 이용해 물을 분해해서 수소를 만들고 이 수소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소규모 수소연료 발전소 설비의 일부였다. 하지만 분리한 수소를 저장하는 과정에서 산소를 걸러내는 안전장치조차 없었고, 결국 산소 유입을 막을 안전장치 없이 시험가동에 들어간 수소탱크는 400여 시간 만에 폭발 사고를 일으켰다. 이는 국비 45억원을 포함해 총 62억원이 투입된 사업이었고, 시험가동을 마친 후 정식 운영을 앞둔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였기에 더욱 논란이 됐다.

버젓이 사고가 난 마당에 당시 정부는 “수소를 생산·저장·유통·활용하는 지역에서는 글로벌 수준의 적합한 안전기준에 의해 관리되고 있고 잘 지켜지고 있다”고 발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특히 해당 폭발 사고가 실증 과정에서 발생한 탓에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다. 수소는 착화가 용이한 데다 공기 중에서 매우 강하게 연소해 폭발 범위가 큰 만큼 운반 과정에서 항상 ‘수소폭탄’이 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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