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재고 감소’ 소식에 최고치 경신한 국제유가, 국내 인플레이션 우려 ‘재점화’

원유 재고 하락에 더해 ‘사우디·러시아 감산’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 미 EIA “올 하반기 글로벌 원유 재고 하락이 유가 지지할 것” 브렌트유 배럴당 100달러 오를 거란 전망에 ‘국내 수입물가’ 상승 우려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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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과 미 에너지정보청이 올해 국제 원유 재고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가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각에선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조치에 따라 올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거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물가 상승률 반등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브렌트유 선물가 ‘92.06′ 기록, 올해 최고치

12일(현지 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9월 월간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240만 배럴, 내년에는 220만 배럴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플레이션 고착화에 따른 금리 상승과 지정학적 긴장 등의 어려움에도 견고한 세계 경제 성장에 따라 석유 수요가 늘 것이란 설명이다.

반면 글로벌 석유 시장 공급은 올해 4분기부터 하루 330만 배럴의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OPEC 13개 회원국은 올해 하루 평균 2,740만 배럴을 생산했지만, 이는 소비자 수요에 비하면 약 180만 배럴 작은 규모다. 오는 4분기 예상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선 하루 3,070만 배럴을 공급해야 하지만, 현재 공급 위축 상황이 지속되면서 생산량이 부족할 거란 전망이다.

OPEC 전망이 발표되면서 이날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1.42달러(1.6%) 상승하며 92.0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0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해 최고치 역시 경신했다. 또 WTI 선물가격도 1.55달러(1.8%) 상승한 88.84달러로 마감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사우디, 올 연말까지 하루 100만 배럴 감산 계획

이날 미 에너지정보청(EIA)도 글로벌 원유 공급 둔화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EIA는 올해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연장 조치를 고려할 때 국제 원유 재고 감소량이 올해 3분기 하루 60만 배럴, 4분기에는 하루 2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5일 올해 7월을 시작으로 하루 100만 배럴의 감산 조치를 연말까지 3개월 연장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같은 날 러시아 역시 하루 30만 배럴의 수출 축소 조치를 연말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는 지난 9월 첫째 주보다 631만 배럴 줄어든 4억1,664만 배럴로 집계됐다. 당초 210만 배럴 감소를 예측했던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도는 셈이다. 이에 따라 EIA는 4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도 기존 배럴당 86달러에서 93달러로 상향했다. 다만 향후 몇 달간 글로벌 원유 재고 하락이 유가를 지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주요 외신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예산 소요가 큰 국내 대형 프로젝트에 자금조달을 위해 원유 가격을 배럴당 100달러로 상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또 일부 전문가도 중국 등 글로벌 경기 둔화가 개선될 경우 국제 원유시장의 수급에 여유가 더 사라지면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으로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 이후 국제 유가 수급 현황/출처=OPEC

국제유가 반등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

국제유가 상승은 우리나라에도 반갑지 않은 일이다. 이미 반등한 국제유가는 국내 수입물가와 휘발유 등 물가지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로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3년 8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 8월 수입물가지수는 135.96으로 7월(130.21)보다 4.4% 상승해 1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지난 5월(-3.1%)과 6월(-3.9%) 2개월 연속 하락했던 수입물가지수도 7월(0.4%)부터 상승하기 시작했고, 이어 한 달 사이 상승 폭도 4%p나 올랐다.

이에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 반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상 수입물가 상승은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 대비 1.1%p 증가하며 3.4%로 반등하면서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할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다만 한은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국내 물가 상승은)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 기업의 가격 상승 폭·속도 등에 따라 그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아울러 최근 바이든 대통령도 베네수엘라와 이란에 대한 규제 완화를 미끼로 원유 공급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우려하는 미국이 원유 공급을 늘리기 위해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성과에 따라 향후 글로벌 공급량에 한 차례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국제유가에 대한 전망이 재차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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