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취임 후 2번째 나토(NATO) 참석, 유럽 순방 통해 직접 경제 활동 나선다
리투아니아-폴란드 순방, 尹 경제, 안보협력에 총력 기울인다 약 1,200조원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한국도 참여 예정 국내 방산물품 수출 5위 폴란드, 방산 넘어 원전 등 폭넓은 협력도 기대
윤석열 대통령이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폴란드 공식 방문을 위해 유럽 순방길에 올랐다. 이번 회의에서는 한국과 나토 간의 안보 협력 및 경제 협력 강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번 순방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사업 수주, 대(對)폴란드 방산 물품 수출 등 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 실력도 진가를 드러낼 전망이다.
尹 취임 이후 2번째 나토 초청, 리투아니아·폴란드 순방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4박 6일간의 리투아니아·폴란드 순방길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첫 방문국인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나토 사무총장과의 면담 및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나토의 인도·태평양 지역 파트너국(AP4) 정상들과의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또 회의 기간 동안 최소 10개국 이상과의 양자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고, 2030 부산엑스포 유치라는 경제·외교적 성과 도출을 위해서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한국은 2006년 나토의 파트너 국가가 된 이후 나토와 함께 국제사회 안보 위협에 공동 대응해 왔다”며 “이번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사이버, 신흥기술 등 11개 분야에서 협력을 제도화하기 위한 새로운 양자협력 문서를 체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미국을 비롯한 나토 동맹국들과 정보공유 확대에 기여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 정보공유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이후 윤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각) 폴란드 공식 방문을 위해 수도인 바르샤바로 이동해 일정을 갖는다. 대통령실은 폴란드 두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서 지난 10년의 양국 간 협력 관계 발전을 평가하고 향후 경제, 안보, 인적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는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새로운 수출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협력 잠재력이 매우 큰 유럽을 대상으로 정상 차원의 세일즈 활동을 벌일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폴란드 비즈니스 포럼,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을 위한 기업 간담회, 현지 진출 기업인과의 간담회 등의 경제 관련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핵심은 경제 협력, 최대 관심사는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사업’
일각에서는 이번 리투아니아의 나토 정상회의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얄타 회담’과 비슷한 성격을 띤다고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후 있을 재건 사업이 논의될 것이란 전망이 구체화됐기 때문이다. 얄타 회담은 연합국이 나치 독일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 임박한 시점에 미국, 영국, 소련의 수뇌부가 모여 전후 세계 질서를 논의한 회담이다.
그간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와 나토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요청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약 2억3,0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장비를 지원했다. 이외에도 지뢰 제거 장비 등의 추가적인 군사 물품도 지원했다. 이와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한국의 도움에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으며,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역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한국의 결정에 동의한다”며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 종식 이후 전후 재건 사업의 추진을 공식화하며 한국의 참여를 요청했다. 안드레이 니콜라옌코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은 지난 5월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국제콘퍼런스’에서 “우크라이나는 (6.25전쟁 이후) 한강의 기적을 이뤘던 한국의 재건 경험을 원한다”며 “종전 이전에라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와서 재건 사업에 참여할 수 있을지 확인해달라”고 말했다. 약 80년 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소련 등 강대국들의 수동적인 처분을 기다렸던 것과 달리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이번 윤 대통령의 폴란드 경제 외교 일정에 우리나라 기업 89개사가 동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 가운데 건설업계에서는 해외건설 양대산맥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최고경영자가 나란히 폴란드 경제사절단 명단에 등재됐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의 최인접국으로 향후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사업의 허브가 될 것”이라며 “폴란드 공식 방문을 통해 재건사업 참여를 추진하는 우리 기업들과 정부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약 1,200조원 규모로 예측되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폴란드에 대규모 방산 수출 중, 군사협력 강화 목적
한편 우리나라는 폴란드와의 경제 협력을 넘어 군사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폴란드는 지난해 7월 K2 전차 980대, 천무 다연장 로켓 288문, K-9 자주포 648문, FA-50 경공격기 48대 등의 무기 구매에 관한 우리나라와의 기본협정을 통해 국내 다섯 번째 규모의 무역 흑자국으로 전환된 바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폴란드는 지난해 전차 대금으로만 4억5,600만 달러(약 6,000억원)를 결제했다.
지난 2월에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폴란드를 공식 방문해 한-폴란드 간 방산협력을 강화하고 공동 군사훈련을 진행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에 폴란드의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국방부 장관은 “앞으로도 한국 무기체계를 계속 도입하겠다”며 우리 방산 업체들과 K-2 전차, K-9 자주포 등 한국산 무기체계를 대거 도입하기 위한 계약을 맺었다.
또 지난달 29일에는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이 국내 육군참모총장 최초로 폴란드를 방문해 비스와프 쿠쿠와 총사령관 등 폴란드군 고위 인사들과 만남을 가졌다. 해당 만남에서는 방산수출 후속 조치 지원과 양국 육군 간 교류협력 확대를 위한 공조방안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쿠와 총사령관은 “한·폴란드 양국 간 방산협력 수준에 발맞춰 군사 교류협력도 포괄적으로 심화되고 발전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폴란드와의 방산 무역으로 가시적인 수출 증대 효과가 관측됐다”며 “반도체 수출 부진에 기인한 한국의 긴 무역 적자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이번 윤 대통령과 경제 사절단의 폴란드 일정이 기대받는 이유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역시 11일 입장문을 통해 “(폴란드와의) 지난 거래를 통해 이미 무기 등 방산 수출과 배터리 분야에서 폴란드 내 한국의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또 이번에 폴란드를 방문하는 경제사절단이 배터리, 방산, 인프라, 에너지 등 폴란드 맞춤형 산업 협력에 초점을 두고 구성된 점을 언급하며 “향후 원전 등 보다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을 기대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