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빠른 ‘피벗’ 온다, 경기 침체 대비 나선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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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추가 긴축 가능성 없어, 내년 6월 첫 인하할 전망"
유로존·영국 소비·생산 지표 악화
인플레 둔화 속 경기 침체 우려도 짙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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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럽연합(EU) 공식 홈페이지

유로존과 영국이 조기 금리 인하에 나선다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 및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던 요인들이 진정되면서 물가 상승률이 눈에 띄게 개선된 덕이 크다. 다만 소비, 생산 등 유럽의 경제 지표가 악화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 침체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는 예측도 적지 않다. 경기 부양을 위해 완화적 통화 정책을 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추가 긴축 가능성 ‘제로’

FT에 따르면 시장에선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영국 중앙은행,BOE)이 내년 6월쯤 첫 금리 인하에 나선다는 전망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추가 긴축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고, 내년 중 이들 국가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확신은 커지고 있다. 앞서 ECB는 10차례, BOE는 14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최근까지 유지 중이다.

많은 투자자들은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ECB와 영란은행의 피벗(pivot·통화 정책 전환) 시점을 각각 2024년 9월, 2025년 초로 제시했었다. 정책 결정자들도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 바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금리 인하 논의와 관련해 “완전히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고,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도 “물가 상승 위험이 여전하다”고 언급했다.

한 달 새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뀐 건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021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인 2.9%(전년 동월 대비)까지 낮아졌다. 같은 기간 영국의 CPI 상승률도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4.6%로, 2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국가별 편차는 있지만, 벨기에(-1.7%), 네덜란드(-1.0%) 등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한 유럽 국가들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탈리아 최대의 글로벌 금융서비스 그룹 유니크레딧의 마르코 밸리 글로벌 리서치 헤드는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내년에 둔화되면 ECB는 내년 6월 정도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후 분기마다 25bp 인하해 2024년 말에는 예금 금리를 3.25%까지, 2025년 말에는 2.25%까지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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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2023년 10월 유로존 금리 추이/출처=TRADING ECONOMICS

짙어지는 경기 침체 우려, 원인은 중국?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는 점도 피벗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유럽연합(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올해 EU와 유로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8%(9월 전망치)에서 0.6%로 낮췄다. 영국의 소매판매(소비 지표·10월 기준)는 전월보다 0.3% 감소해 2021년 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유로존 산업생산(생산 지표·9월 기준)은 전월 대비 –1.1% 감소율로 시장 전망을 밑돌았다. 올해 3분기 기준 프랑스의 실업률은 2년 만에 최고치인 7.4%까지 높아졌다.

특히 유로존의 경우 세계 무역 둔화, 정부의 지출 감축 등의 노력으로 성장이 주춤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주요 수출 시장인 중국의 성장 둔화를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EU 국가들은 2022년 한 해 동안 6,260억 유로(약 900조원) 상당의 상품을 중국에서 수입했다. 이는 10년 전인 2012년 2,501억 유로(약 360조원)의 2.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반면 같은 기간 EU의 대중 수출액은 1,322억 유로(약 190조원)에서 2,303억 유로(약 330조원)로 7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중 무역 적자가 기록적인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유로존의 성장 둔화는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수요 약화가 유로존 전체에 부담을 줄 만큼 수출 업계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게다가 대다수 EU 정책 담당자들은 미국의 대중 무역 제재에 따라 중국과의 무역 관계를 단절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셈법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유로존에서 세 번째로 큰 경제국인 이탈리아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带一路) 정책에서 발을 빼겠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EU 집행위원장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중국 수출 상품 중 기술적으로 민감한 상품들에 대해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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