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반(反)시장 입법, 정부·국회는 시장을 ‘안 읽거나 못 읽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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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시장·반기업·포퓰리즘 입법 줄 이어
국회-정부 ‘다른 듯 같은’ 반시장 행보
“경제논리 뒷전, 정치 싸움에 급급” 지적도
231218횡재세
11월 8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한국형 횡재세 도입, 세금인가 부담금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홍익표 원내대표(왼쪽에서 세 번째)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정부와 국회가 시장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 이를 방해하는 ‘반(反)시장’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구조 개혁 및 규제 완화를 위해 필요한 입법은 뒤로 밀어둔 채 시장의 원리를 거스르는 법안을 양산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국회가 경제 논리에 충실한 입법 활동으로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본래의 기능을 다하기 위해 지금과 같은 반시장적 행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은행 금리보다 높은 부동산 수익은 공공 자산?

지난달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의무 휴업일에 대형마트의 온라인 영업 허용 등을 포함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논의된 바 있다. 하지만 2020년 7월 발의돼 3년 넘게 표류 중인 해당 법안은 이날도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다수의 야당 의원이 끝까지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재벌이 소유한 유통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니 한국경제인협회가 나서서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거듭 반대의 뜻을 내세웠다.

2020년 5월 출범한 21대 국회는 이처럼 임기 내내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부정하는 주장들로 3년이 넘는 세월을 허비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반시장·반기업·포퓰리즘 입법은 우후죽순 쏟아졌다.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포함해 180석의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세법 개정안이 대표적 예다. 해당 개정안은 취득·보유·양도 등 부동산 거래의 모든 과정에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해당 개정안을 처리하며 “은행 금리를 넘어선 수준의 부동산 수익은 공공 자산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현재 민주당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횡재세’ 또한 반시장·반기업의 성격을 짙게 띠고 있다. 은행 횡재세 도입을 비롯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정무위원회에서 “완전한 자유 경쟁이 아닌, 일부 은행의 과점 상태에서 과도한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입법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해당 개정안은 은행의 순이자이익이 최근 5년 평균치를 20% 이상 넘어설 경우 초과이익의 최대 40%를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인 서강대 명예교수는 “완전한 자유시장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며, 은행의 ‘과도한 이익’을 판단하는 기준은 누가 세우는 것이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 정부 비판한 현 정부도 ‘제자리걸음’

정부도 반시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5월 취임 1주년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전 정부의 반시장·비정상적 정책이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됐다”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들이 시장의 혼란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범죄자의 선의에 기대는 감시 적발 시스템 무력화로 수많은 사회적 약자를 절망의 늪으로 밀어 넣었다”며 이를 정상화할 방안을 각 관계 부처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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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이 11월 20일 열린 상생금융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하지만 이번 정부 역시 시장의 흐름을 따르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최근 금융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상생금융’에서 이같은 현실을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20일 금융당국은 5대금융지주 회장을 모아놓고 간담회를 개최해 금융취약자들의 이자를 깎아주거나 감면해 주는 상생안을 제시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5대 금융지주가 포기해야 하는 이자수익은 약 2조원으로, 금소법 개정안을 근거로 추산한 은행 횡재세 1조9,000억원과 매우 근접한 수준이다. 야당이 주장하는 ‘횡재세 징수’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결국 은행에는 비슷한 수준의 사회적 기여를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반시장적 입법, 기업 현장 위축-경제 펀더멘탈 약화로 이어져”

정부와 국회의 반시장적 행보에 대한 비판은 201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자유기업원(전 자유경제원)의 조사에 따르면 2008년부터 시작된 국회의 시장친화성 지수가 50%를 넘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며(50 기준으로 100에 가까울수록 시장 친화적), 직전 국회인 제20대 국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법인세 인상 등 조세방안이 ‘세금폭탄이자 반시장 정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소위 ‘끝장토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국회가 정치싸움에 급급해 경제 수준을 끌어내리고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한다. 주52시간제, 중대재해법 등 차기 선거에서 최대한 많은 득표를 위해 강행한 친노조적 법안들이 기업의 현장을 위축시키고 경제의 펀더멘탈을 약화한다는 지적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권력과 인기를 원하는 정치인들이 기업과 기업인을 쥐고 흔드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며 “정부와 국회가 경제논리에 충실한 입법 활동으로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본래의 기능을 다하려면 지금과 같은 반자본주의 정서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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