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공정한 녹색 전환을 위한 주요국의 정책 다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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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개발도상국,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53% 차지
개발도상국의 탈탄소화가 녹색경제로의 전환에 관건
글로벌 공급망 효율 제고, 녹색기술 확산에 초점둬야

[동아시아포럼]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코리아(The Policy Korea)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 2021년 통계에 따르면 아시아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로도 아시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만큼 해당 지역 국가들의 탈탄소화(Decarbonisation)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화석 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고 탄소세를 도입하는 것이다. 다만 최근의 국내외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러한 변화가 실제 이뤄지기까지는 많은 제한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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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ast Asia Forum

EU 등 주요국, 보조금·규제 기조 녹색 산업정책 추진

전 세계 주요국들은 그동안 자유 시장경제에서 녹색경제로의 전환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정부의 개입 없이는 당초 목표한 시기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면서 △보조금 지원 △세제 혜택 △인프라 개발 △연구개발(R&D) 지원 △규제 강화 등 ‘녹색 산업정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무역과 투자를 통해 녹색기술의 영향력과 파급력이 확대되면 주요국의 녹색산업 경쟁력이 향상되고 이를 토대로 각국 정부의 산업정책이 보다 강력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중국 정부는 전기차 구매 촉진을 위한 보조금 지원, 정부 차원의 전략적 투자, 신규 규제 등을 도입함으로써 청정에너지 기술과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우위를 확보했다. 중국의 정책은 해당 산업의 투자, 기술 개발,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동시에 풍력·태양광·배터리 기술의 비용을 낮춰 화석 연료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녹색 전환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친환경 정책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한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EU핏포55(EU Fit for 55 Plan)’을 추진하고 있다. EU의 친환경정책 패키지인 ‘핏포55’에는 배출권거래제를 비롯해 에너지 집약적 수입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 개혁 등이 담겨 있다. 또 새로운 재생 에너지 지침에는 팜유와 같은 육지기반 제품(land-based products)의 사용을 제한하는 조항도 포함했다. 팜유는 한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대체 에너지원으로 각광받았지만 최근에는 팜유 플랜테이션으로 인한 산림 파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팜유 수출업체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美, 글로벌 공급망에서 中 지배력 견제하려 IRA 도입

미국은 탄소가격제(Carbon Pricing)를 적용하지 않는 대신 탈탄소화를 촉진하기 위해 세액 공제와 보조금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녹색산업 전략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안(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 반도체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등 바이든 행정부가 제정한 법안들이 포함된다. 미국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4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미국의 녹색 전환과 함께 청정에너지 시장에서 중국의 지배력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로, 청정에너지 생산성 제고, 전기차 배터리와 주요 광물의 공급망 다각화,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미 의회는 4조 달러(약 5,238조원)의 투자를 승인했는데 이 중 5,000억 달러(약 654조원)가 IRA와 관련해 기후 위기 대응에 투입됐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국 내 공급망 회복을 위해 추진하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을 강화하기 위한 후속조치로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cia )’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자국 산업에 치중한 산업정책, 글로벌 생산 위축시켜

하지만 문제는 주요국들의 녹색 산업정책이 개발도상국에 미치는 영향이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에 의존하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의 접근 방식은 탄력적인 친환경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자국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우려국가(Countries of Concern)’의 기업들을 고립시키는 정책은 결과적으로 글로벌 생산효율성의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경쟁국을 배제하려는 주요국의 접근방식은 생산을 위축시키고 비용을 증가시키며 친환경 기술의 확산 속도를 지연시키고 있다. 또한 공급망이 다변화되는 과정에서 재정적으로 열악한 개발도상국이 보조금 혜택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

결국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미국과 EU의 녹색 산업정책은 국내 시장의 제조·기술 역량을 향상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글로벌 공급망 차원에서는 생산과 기술 확산을 저해하고 있다. 전 세계 과반의 탄소를 배출하는 개발도상국의 녹색 전환이 시급함에도 주요국의 친환경 정책이 이들을 배제함으로써 오히려 글로벌 녹색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개발도상국들은 주요국의 규제로 인해 녹색 전환에 대한 기술적 접근성이 떨어지게 됐고, 주요 광물을 보유한 국가들의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 자원을 개발·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개발하는 데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처럼 개발도상국들은 자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제조품들이 주요국에서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지원받는 데 제약이 많아지자 현지 자원에 의존해 자원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녹색 산업정책의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먼저 탄소의 가격을 바로잡아야 한다. 화석연료가 지금처럼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소비된다면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은 어렵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석탄가격상한제, 유가·전기 등 연료보조금 등을 줄이거나 폐지하는 대신 이 재원을 청정에너지 개발과 친환경 기술로의 전환을 지원하는 데 투입해야 한다. 다만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는 것은 마치 빈곤 가정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조치와도 같은 만큼 정치적으로 어려운 결정이다.

녹색 전환에 대한 함의와 공통된 목표를 도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개발도상국들이 탄소배출을 줄이고 주요국의 기준에 충족하면서 새로운 정책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지원과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주요국들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친환경 기술과 지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참여와 협력을 통해 개발도상국을 지원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다만 현재와 같이 규제만으로 녹색 기술에 대해 우위를 가지고 있는 중국의 지배력에서 벗어나 공급망을 다각화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미국은 현재의 기조에서 벗어나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자국의 산업을 우선적으로 활성화하는 동시에 전기차 배터리 등 일부 산업에 대해서는 중국 투자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주요국의 녹색 산업정책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을 활성화하고, 기술 교류를 확산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당초 이는 동시에 달성할 수 없는 구상이다. 또한 녹색 산업정책은 제조 역량 강화, 혁신과 다각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자국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과 세제 혜택은 정당화될 수 없다. 지금과 같이 자유시장경제의 비교 우위에 따라 인프라와 산업의 발전시키기보다는 수입을 제한하고 현지 생산을 요구하는 기조는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효과적이지도 않다. 일례로 녹색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술력 향상과 인적자원 개발을 위한 정책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산업정책에 대한 평가와 이를 통해 얻은 교훈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 여기에는 명확하고 투명한 목표 설정, 일몰 조항 여부, 관리기관의 역량 등을 확인하는 것도 포함돼야 한다.

원문의 공동 저자는 마리 팡에스투(Mari Pangestu) 인도네시아 대학교(University of Indonesia) 국제경제학 교수로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개발정책·파트너십 총괄 디렉터를 역임한 바 있습니다. 또 다른 공동 저자인 노비아 슈(Novia Xu)는 전략국제연구센터(Centre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 연구원입니다.

Mari Pangestu
마리 팡에스투/사진=World Bank

영어 원문 기사는 Unequal green gains thwart Asia’s green transition | East Asia Forum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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