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위기설’에 백기사 자처한 캠코, PF 관련 NPL 2,000억원 사들인다 “건설업계 연쇄 붕괴는 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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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부실에 4월 위기설 우려도↑, "시장 장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 있어"
백기사로 나선 캠코, 저축은행 연체율 관리로 '연쇄 붕괴'는 피할 수 있을 듯
시중은행도 정부도 발 벗고 나섰다, TF 조성·부실 PF 사업장 정리에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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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과 보험회사가 사업성을 갖췄지만 돈줄이 꽉 막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신규 자금을 공급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저축은행의 PF 관련 부실채권 2,000억원가량을 사들이기로 했다. 총선 이후 PF 부실 문제로 건설 업계가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4월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해 금융당국과 유관기관, 은행, 보험사 등이 함께 총력전에 나선 셈이다.

PF 자금줄 대주는 은행·보험사들, 캠코도 NPL 사들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우리·농협 등 시중은행과 메리츠화재 등 일부 보험사는 최근 신규 자금을 투입할 PF 사업장을 찾는 사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들은 신규 자금만 넣으면 바로 착공이 가능한 우량 PF 사업장을 선별해 내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금융지주사 관계자들과 실무회의를 열고 신규 자금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금융당국은 이들 금융사가 PF 사업장 채권이나 토지를 매입하면 건전성 규제를 일부 완화해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등이 보유한 PF 사업장 대출 채권을 사들이거나, 만기 연장에 실패해 경·공매로 나온 토지를 금융지주 계열 부실채권(NPL) 관리회사가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캠코는 우선 저축은행의 PF 관련 NPL을 2,000억원가량 사들이겠다 밝혔다. 시중은행 및 보험사들이 속한 금융지주들은 캠코가 조성한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펀드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PF 사업성 제고 촉진을 위한 펀드를 조성했다. 실탄을 두둑하게 쌓아놓은 시중은행과 보험사들이 PF 재구조화 시장에 뛰어들면 그동안 거래 부진의 가장 큰 이유였던 매도인(PF 사업자)과 매수인(금융사) 간 가격 차이가 다소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사업성이 유망한 것으로 평가되는 PF 사업장들도 법정 최고금리(연 20%)를 넘는 이자를 물어가며 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은행과 보험사들은 본 PF에 연 6~8%대 금리로 대출해 주고 있다. 초기 단계인 PF 사업장 대출로 기대 이익을 늘릴 수 있다는 점도 신규 자금 공급 이유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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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위기설 가능성 낮지만, “붕괴 위기 징후는 무시 못 해”

당초 토지만 확보한 PF 사업장에 대한 대출(브리지론)은 주로 저축은행과 캐피탈사의 몫이었고, 은행과 보험사는 착공까지 한 본PF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PF 부실 문제가 터져 나오고 정상화 가능 사업장 지원에 나서달라는 당국의 요청이 이어지자 은행과 보험사들도 초기 단계인 PF 사업장에 참전을 결정했다. 다함께 힘을 합쳐 ‘4월 위기설’을 타파하겠단 취지다.

4월 위기설은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PF 위기에서 비롯됐다. 앞서 지난해 금리가 치솟자 대형 건설사를 비롯한 건설 업계에선 유동성 문제가 현실화했고,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이 가시화한 시점부턴 업계 전반이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총선을 치르기 위해 정부가 건설사들이 쓰러지는 것을 막아주고, 총선이 끝나면 이 문제를 시장에 공론화해 PF 문제를 정리한다는 게 4월 위기설의 주요 내용이다.

물론 4월 위기설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부분 회의적이다. 시장과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자금 수혈을 해 온 데다 시공사들도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해 둔 만큼 4월에 극단적인 상황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정부와 금융당국도 “4월 위기설은 실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이 PF 대출 잔액(135조6,000억원)과 연체율(2.70%)에 대한 금융권의 손실 흡수 능력이 충분하다는 게 그 근거다. 증권사(13.73%)와 저축은행(6.94%)의 연체율은 은행(0.35%)을 크게 뛰어넘지만, 이들 업권도 연체율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건설업계를 둘러싼 각종 지표가 올해 들어서도 악화 일로를 걸으면서 거듭 부도 우려가 쏟아져 나온 건 명백한 사실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부도 처리된 건설사는 총 9곳이다. 2019년 3분기(13곳) 이후 분기별 부도 건설업체 수는 줄곧 한 자릿수를 유지해 왔지만 지난해 4분기(10곳) 이후 증가세가 뚜렷하다.

GS건설, 신세계건설, 한신공영, 대보건설 등 올해 들어 주요 건설사의 신용도가 줄줄이 하락한 것도 시장의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미분양 적체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6만3,755가구로 전년 동기(7만5,359가구) 대비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1만 호를 넘어선 가운데 이 중 85%가량이 비수도권에 몰려 있다. 업계가 한순간에 무너지리란 4월 위기설엔 실체가 없더라도, 순차적인 붕괴가 발생할 위기 징후는 현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중견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업장 숫자가 많지 않은 건설사들은 총선 이후 지방 미분양으로 타격을 입고 줄도산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크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PF 위기에 분주한 업계·정부, “연쇄 붕괴 가능성 현저히 줄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에 캠코가 직접 나선 만큼 부동산 PF가 연쇄 붕괴할 가능성은 현저히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캠코가 백기사 역할을 자처하면서 시장에 어느 정도 유동성이 공급될 수 있게 됐단 것이다. 상술했듯 캠코는 저축은행 업권이 보유한 2,000억원 규모의 NPL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매입 대상은 PF 대출과 토지담보대출 등 담보부 채권으로, 저축은행은 NPL을 매각하면 연체율을 그만큼 낮출 수 있다.

이에 업계는 이번 매각을 통해 연체율을 0.2%포인트가량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축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말 6.55%로 전년 대비 3.14%p 급등한 바 있으며, 3개월 이상 연체된 NPL 비중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말 7.72%로 2년 전(3.36%) 대비 두 배 넘게 뛰기도 했다.

정부도 캠코의 결단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4일 건설업계 간담회에서 “캠코의 PF 정상화 펀드 재원 일부를 사업성이 양호하지만, 추가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에 대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제도 개선을 이어가겠다”며 “금융기관의 PF사업성 평가기준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검토하는 등 부실 사업장의 재구조화 촉진을 병행해 부동산 PF 시장의 질서 있는 정상화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축은행 업계도 연체율 관리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캠코뿐 아니라 자산운용사, NPL 투자 전문회사 등에 부실채권을 매각하고 있다”며 “캠코와 추가 논의를 이어가면서 하반기에 매각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6개월 이상 연체된 PF 사업장은 3개월마다 경·공매를 실시하는 쪽으로 모범규준을 개정하기도 했다. 경·공매를 늘려 일정한 가격이 형성되면 PF 시장 재구조화가 빨라질 수 있으리란 판단에서다. PF 리스크가 만성적인 시장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겠단 업계·시장 전반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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