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법 개정안 대체하겠다, 쌀 수입 보험 카드 꺼내든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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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입 안정 보험 대상 품목에 '쌀' 추가하기로
'양곡법 개정안' 통과 의사 밝힌 민주당, 충돌 본격화
윤석열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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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쌀 농가를 대상으로 수입 안정 보험(수입 보험)을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이른바 ‘제2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해당 개정안의 ‘대안’을 제시하며 본격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농식품부, 내년 중 ‘쌀 수입 보험’ 도입

27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다음 달 중으로 콩, 양파, 보리, 옥수수 등 9개인 수입 보험 대상 품목에 쌀을 추가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우선 내년부터 일부 지역에서 쌀 수입 보험을 시범 운영한 뒤 점차 지역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2015년 도입된 수입 보험은 보험에 가입한 경작자의 수입이 과거 5년 평균치 이하로 내려갔을 때 그 차액의 최대 80%를 보장해 주는 상품이다. 농작물 생산량을 늘리면 경작자의 보험료 부담이 함께 증가하는 만큼, 농가 소득을 보장하면서 경작자의 농작물 과잉 재배를 일정 수준으로 제어하는 효과를 낸다. 정부 예산 사업이므로 별도의 국회 동의도 필요하지 않다.

당초 정부는 쌀을 수입 보험 대상 품목에 포함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쌀 가격이 일정 기준을 넘어 등락할 경우, 정부 판단에 따라 쌀을 매입하거나 방출해 가격을 안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등 쟁점 법안과 함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민주당의 ‘양곡법 개정안’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제2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바 있다. 개정안은 미곡의 가격이 기준 가격에서 폭락하거나 폭등하는 경우, 정부가 미곡의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거나 정부 관리 양곡을 판매하는 등의 대책을 의무적으로 수립·시행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야당 측은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이전 양곡관리법 개정안 대비 정부 의무 매입 부분을 완화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는 여전히 해당 개정안이 쌀 수입 보험 대비 과잉 생산과 재정 낭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양곡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곡물 생산이 쌀을 비롯한 특정 품목에 쏠려 농업 경쟁력이 크게 저하되고, 정부의 재정 부담 역시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 1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속 가능 농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내년도 전체 쌀 재배 농가 중 70%가 수입 보험에 가입한다고 가정할 때 정부 재정 소요액은 1,279억~1,894억원일 것으로 추산된다(보험료 50% 정부 지원 가정). 반면 양곡법이 개정되면 ‘쌀 생산 쏠림’ 현상이 벌어져 한 해 1조2,000억원이 넘는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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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입·보관비만 3조원? 격화하는 정쟁

일각에서는 정부가 차후 양곡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쌀 수입 보험을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한 대안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실제 송 장관은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양곡법과 농안법은 기본적으로 우리 농산물의 시장 왜곡을 강화한다”며 법안 통과 시 대통령에게 강력하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송 장관은 “남은 쌀을 다 매입해 준다면 한국 농업에 지속 가능성이 있겠느냐”며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안정이 아니라 불안정법이고, 더 세게 말하면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법, ‘농망법’”이라고 일갈했다. 농안법이 통과될 경우 실제 필요한 예산 규모를 추산할 수조차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어떤 품목에 대해 어떤 기준 가격으로 차액을 지급할지도 사실상 불확실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농식품부는 양곡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매년 쌀 매입비와 보관비로 소요되는 금액만 3조원 이상일 것이라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날 민주당은 ‘농식품부 장관의 왜곡과 망언’이라는 자료를 내고 정부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농식품부 측이) 양곡법 개정안이 쌀 의무 매입제이며 보관·매입비만 연 3조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악의적인 가짜 뉴스”라며 “사전적 수급 조절 정책으로 쌀의 구조적 공급 과잉을 해소할 수 있도록 법안에 명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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