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싱크탱크 “中, 전쟁 없이 대만 지배 가능”, 전쟁 시 세계 GDP 10% 증발 시나리오도
美 AEI·ISW, 양안 관계 전망에 대한 보고서 발간
'워게임' 방식의 시뮬레이션 통해 시나리오 도출
지리적 봉쇄·여론전 펼치면서 사실상 대만 점령
중국과 대만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을 두고 국제사회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의 군사전략 전문가들이 ‘중국이 전쟁 없이 대만을 점령’하는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앞서 지난해 1월에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전쟁 당사국인 중국과 대만은 물론 미국, 일본 등도 막대한 피해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글로벌 싱크탱크들이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 이후의 양안 관계에 대해 경제적 봉쇄, 전쟁 발발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내놓는 가운데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라이칭더 취임 이후 2027년까지 4단계 전략 예측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AEI)는 전쟁연구소(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 ISW)와 합동으로 ‘강압에서 항복으로: 중국이 전쟁 없이 대만을 점령하는 방법(From Coercion to Capitulation: How China Can Take Taiwan Without a War)’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AEI는 115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중국의 입장에서 ‘워게임’ 형태의 가상 시나리오를 전개했다”며 “분석 결과, 중국은 대만과 평화 협정을 체결하고 양안 관계 개선을 위한 정치적 기구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대만의 지배권을 획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워게임은 실제 정세와 병력 등을 최대한 반영해 전쟁이나 분쟁 상황에서 일어날 일을 모의 실험하는 방식의 군사 훈련 방법이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능한 상황을 예측함으로써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을 때 전쟁 지휘관과 정치권의 의사 결정자들이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돕고 분쟁을 예방하는 기능을 한다.
보고서는 반중(反中) 기조의 라이칭더가 총통에 취임한 이달부터 차기 총통 선거를 15일여 앞둔 2027년 12월까지 중국이 4단계에 걸쳐 전쟁 없이 대만을 지배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가정했다. 1단계는 2024년 5월부터 2025년까지 기간으로 중국이 대만 주변의 항공·선박 경로 폐쇄, 해저 케이블 절단, 전자전(electronic warfare) 등을 통해 대만 사회의 불안감을 조성한다.
2단계인 2026년 1월부터 12월까지는 미국·대만 관계를 교란하는 시기다. 미·중 간 무역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과 대만과의 관계가 어느 때보다 친밀해진 상황에서 중국은 ‘대만 주변의 혼란이 미국 때문’이라는 여론전을 전개해 대만 내 반미 정서를 증폭시킨다. 미국 현지에서는 틱톡 등 SNS를 동원해 ‘타국의 현안에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분위기를 유도하고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세우는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와 맞물려 외교적 고립주의 기조를 확산시킨다.
3단계는 2027년 1월부터 5월까지로, 중국은 해상 봉쇄 등 군사 위협의 강도를 점차 늘리는 동시에 대만 내부적으로는 중국과의 화친과 평화에 대한 요구를 키운다. 이 과정에서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주변국이 대만 이슈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핵실험, 국지 도발 등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4단계는 2027년 말로 대만, 미국 등에서 ‘중국과 대립하기보다는 잘 지내는 편이 낫다’는 여론이 굳어지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평화위원회를 구성해 ‘지배 체제’를 완성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中 침공 시나리오에선 참전국 모두 막대한 피해 예상
앞서 지난해 1월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도 2026년 중국의 대만 침공을 가정한 워게임 ‘다음 전쟁의 첫 번째 전투’의 상세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CSIS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대만 침공은 실패로 끝나지만 당사국인 중국과 대만은 물론 미국, 일본도 막대한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보면 중국은 155대의 전투기와 138척의 전함이 파괴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해군이 사실상 궤멸되고 1만 명 이상의 전사자가 발생한다. 미국은 2척의 항공모함, 10여 대의 전함, 수백 대의 전투기를 잃고 3,200명의 전사자가 발생한다. 군사적 대응을 위해 요지로 활용한 괌 앤더슨 공군기지도 초토화된다. 일본 역시 자국에 있는 미군기지가 중국의 공격을 받으면서 100대가 넘는 전투기가 파괴되고 26척의 전함이 침몰한다.
CSIS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한동안 국제적 지위가 훼손되고 중국은 공산당 지배 체제 자체가 흔들린다는 것이다. 여기엔 대만을 둘러싼 미·중 역학관계가 동북아의 군사적 균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보고서는 가능한 시나리오를 살펴볼 때, 실제 중국이 무력 침공보다는 대만의 외교적 고립, 비전시 상황에서 긴장을 조성하는 회색지대 전략, 경제적 압력이나 봉쇄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中·臺 간 전쟁 발발 시 韓 GDP 23.3% 날아가
국제적인 싱크탱크들이 양안 관계를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내놓는 가운데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고 미국이 참전할 경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에 해당하는 10조 달러(약 1경3,700조원)가 감소하는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당시 피해보다 2배 이상 큰 규모다.
국가별로는 전쟁 당사국인 대만의 경제적 피해가 GDP의 40%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해안에 집중된 산업시설 대부분이 전쟁 중 파괴되고 TSMC 등 반도체 업체들도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폰 생산라인이 멈추고 저가형 반도체를 사용하는 자동차 등 다른 산업들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전쟁 당사국인 중국의 경제적 피해는 GDP의 16.7%로 추산했다. 미국 등 주요 무역 상대국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첨단 반도체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해지면서 경제적으로 고립될 것이란 예상이다. 미국 또한 애플 등 주요 기업의 공급망이 중국·대만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전쟁으로 인해 GDP의 6.7%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한국의 경제적 피해는 GDP의 23.3% 수준으로 전쟁 당사국인 중국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한국은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높아 중국과 대만의 정세 불안이 산업 전반의 리스크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주한미군이 전쟁에 투입되거나 미군이 오산·군산 공군기지와 제주 해군기지를 사용할 경우, 중국이 직접 한국 본토를 공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중국이 북한을 부추겨 북한이 한국과의 전쟁에 나선다면 한국의 경제적 피해는 더욱 확대될 수도 있다.
중국이 전쟁 없이 대만을 1년간 전면 봉쇄하는 시나리오에서도 각국의 경제적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 경우 세계 경제의 GDP 5%가 감소하고 대만은 GDP의 12.2%, 중국 8.9%, 미국 3.3%의 규모로 경제적 피해를 볼 것으로 추산했다. 영국 투자컨설팅 회사 인디펜던스 스트래티지도 “중국과 대만 간 분쟁의 유형은 디데이(D-day)식 상륙 작전이 아니라 혼란과 봉쇄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침공이 아닌 봉쇄만으로도 수요 감소, 인플레이션 상승 등 전 세계 경제에 최악의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