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떠나는 선생님들, 점증하는 명예퇴직 교사 수 ‘3년 새 최대’
퇴직 결원 비해 신규정원은 부족
기간제 공급 제한적인 현 상황
세수부족에 교사 명퇴길 막히기도
정년을 다 채우지 않고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이 점차 증가하면서 올해 명예퇴직을 택한 서울의 공립 유·초등교사가 최근 3년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직인 교장의 명예퇴직도 5년 사이 7배로 크게 늘었다. 인구 감소로 인한 학생 부족 및 무너진 교권에 따른 복합적인 결과로 풀이된다.
서울 공립 유·초·중등교사 명퇴 증가
15일 서울특별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명예퇴직한 서울의 공립 유·초등교사는 489명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440명에 비해 1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 2월 408명보다는 17% 증가한 것으로 최근 3년 중 가장 많은 수치다. 관리직인 교장의 명예퇴직 규모도 크게 늘었다. 2월 명예퇴직하는 교원 중 유·초등 교장은 20명으로 5년 전 3명이었던 것에 비해 약 7배 가까이 증가했다.
코로나 시기에도 증가세는 이어졌으며 △2020년 9명 △2021년 13명 △2022년 17명으로 명퇴 교장 인원은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엔 23명이 명예퇴직했다. 일선 교사뿐 아니라 교장의 명예퇴직이 증가한 데엔 연금 축소와 과도한 책임 부담 등 여러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초등 교사와 중등교사를 합친 명예퇴직 공립 교원은 전체 947명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887명 대비 60명(6%) 많고, 재작년 872명과 비교했을 땐 75명(8%) 증가한 것으로 지난 3년 중 가장 많았다. 사립 중등교사까지 합친 전체 명예퇴직 교원 규모는 1,160명으로 지난해 1,145명보다 15명 증가했다. 중학교 교장의 명예퇴직 인원도 늘었다, 공립 유?초등 교장과 중등 교장의 명예퇴직 인원은 올해 총 32명으로 지난 5년간 가장 많았다.
인천 공립 중등교사 ‘빈자리 770석’ 공교육 흔들
명예퇴직 교원 증가세는 서울 만의 일이 아니다. 인천에서도 명예퇴직으로 인한 교원 이탈로 빈자리가 늘어남에 따라 미발령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인천지역 공립학교 중등교사 수는 9,500여 명인데, 이 중 770여 명(8.1%)이 미발령으로 인해 신규 교사 대신 기간제 교사를 채용한 경우다.
빈자리를 신규 교사로 채우지 못하는 이유는 결원에 비해 교육부가 배정한 신규 교사 정원이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인천시교육청이 지난해 8월 게시한 ‘2024학년도 인천시 중등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 사전 예고’ 공고를 보면 선발 인원은 17개 과목에서 114명이다. 반면 올해 2월 말 명예퇴직으로 교단을 떠난 공립학교 중등교사는 252명으로 2배가 넘는다. 신규 교사가 결원이 생긴 학교로 전부 발령을 받고 난 뒤에도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아 미발령이 늘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더욱이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 등을 이유로 교사 정원을 계속 줄이려는 분위기다. 여기에 더해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에 합격해 발령을 받고도 응하지 않는 이들이 있는데, 이 경우 다음으로 점수가 높은 응시자를 추가 합격시키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인천시교육청은 오는 8월 2차 명예퇴직이 마무리되고 나면 미발령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미발령 비율이 30%에 달하는 중학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 세수 부족으로 인해 명예퇴직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처지다. 울산시교육청의 ‘4년간 울산 교사 명예퇴직자 현황’에 따르면 유치원 교사 16명을 비롯해 초등 교원 279명, 중등 369명, 사립 교원 92명을 합쳐 모두 756명에 달했다. 지난 2020년 178명에서 2021년 182명, 지난해 189명에 이어 올해는 207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교육부로부터 받는 보통교부금 총액이 지난해 대비 2,6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국 시교육청 전체 예산의 약 65%는 교육부에서 받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보통교부금으로 채워진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유·초·중·고교에 활용되는 예산으로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조성된다. 교육부는 이 중 97%를 보통교부금으로 편성해 전국 시도교육청 예산으로 내려보낸다. 이처럼 보통교부금은 국세 수입과 연동되는 구조라 세금이 줄면 교부금도 비례해서 감소한다. 이에 울산 교육계에서는 퇴직수당의 재원마저 축소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보통교부금 급감으로 인해 명예퇴직을 계획했던 울산 교사들 중 상당수가 명예퇴직을 신청하더라도 반려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잇단 ‘교권 침해’에 명예퇴직 지속 증가 전망
업계에서는 교사들의 명예퇴직이 증가한 배경에 무너진 교권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업무 책임에 비해 처우는 낮아지고, 교권은 계속 추락하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결과”라며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교장과 교사들이 현장에서 전혀 보호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명퇴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렇다 보니 명퇴 이후 계약제 교사가 돼서 학교로 돌아오는 경우도 일부 있다. 계약제 교사는 수업 외 학생 관리나 담임을 맡아야 하는 의무가 없어 상대적으로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계약제 교원 채용 요건은 더 완화됐다. 교육부는 올해 1월 교사·강사 등 계약제 교원 기준을 낮춰 학교 업무 부담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는 계약제 모집 공고 시 기준 연령을 확대하거나 아예 제한을 두지 않아도 된다. 또 지구과학 기간제 교사를 뽑을 때 ‘지구과학 또는 과학’으로 표시하는 등 과목 범위를 넓혀 공고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교사 이탈이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지난해 7월 서이초 교사 사망을 기점으로 교권 강화 여론이 들끓은 이후 전국 곳곳에서 교권 침해 사례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후 교사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교권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 교권보호 4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지만, 학교 현장은 변한 것이 없다는 게 교사들의 중론이다. 한 지역 교육계 관계자는 “명예퇴직 증가는 교원 수급 공백과 기간제 교사 양산을 초래한다”며 “기존 교사들은 사기가 저하되고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