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티메프 사태 막는다” 금감원, 이커머스 PG 겸영 제도 개선 TF 발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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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중심 제도 개선 착수, 12명 규모 TF 구성
현장검사 인력 3명 충원, 불법적 자금 흐름 정황 확인도
공정거래위원회, 이커머스 판매 대금 지급 기한 단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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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사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금융 당국이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원내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제도 개선 논의를 본격화했다. 당국은 현장 검사 인력을 대폭 확대해 불법 자금 흐름도 포착할 방침이다.

이커머스의 ‘PG업 겸영’ 관련 문제점 집중 조사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티몬·위메프 사태에서 나타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에 대한 규제 체계의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TF를 이날부터 운영한다. TF는 티몬·위메프 사태를 계기로 이커머스의 지급결제대행업체(PG) 겸영 과정에서 판매점·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 체계의 사각지대를 살펴보고 개선점을 찾을 계획이다.

이번 티몬·위메프사태에서는 PG가 경영지도비율을 준수하지 않더라도 금감원의 감독조치 수단이 부재하다는 문제가 불거졌다. 이와 함께 이커머스가 일시적 현금 조달 수단으로 이용자보호 조치가 적용되지 않는 상품권 대량 판매 활용이 가능한 점도 지적됐다. 또 다른 문제점은 PG를 겸영하고 있는 이커머스의 사업구조나 경영방침(정산주기 장기화 등)에 따라 PG 규제를 우회해 지급 결제를 운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TF는 이러한 취약점을 점검해 정부 부처가 공동으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금융위원회, 금감원 등이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에서 확인된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은 현재 티몬·위메프 현장검사 과정에 다양한 불법적 자금흐름 정황이 확인된 만큼 검사 인력을 기존 9명에서 12명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 대응 인력은 현장 검사 17명, 현황 관리 5명 등 총 34명으로 늘어났다.

공정위, 대규모유통업법 개정 추진 시사

공정거래위원회도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에 힘을 보탠다. 공정위는 유통업체의 판매대금 정산 지급을 규정한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의 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위메프 대부분의 판매가 직매입이 아닌 중개 거래 형태로 진행된 만큼, 판매 대금만 빠르게 정산했어도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티몬과 위메프가 밝힌 입점업체 미지급 정산금 규모는 2,200억원을 상회한다.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에 출석해 미지급 정산금 규모가 각각 1,384억원, 880억원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티몬·위메프 사태 피해액은 정산 시기가 지나면서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판매자 미정산금과 소비자 대상 환불금을 총 1조2,000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미지급 정산금 규모가 이처럼 큰 이유는 대규모유통업법에서 판매대금 지급 기한이 40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 ‘상품판매대금 등의 지급’ 조항에 따르면 특약 매입이나 위탁 판매의 경우 판매대금을 ‘판매(마감)일로부터 40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개거래의 경우 명확한 규정이 없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이 이 규정을 준용해 대금을 지급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 법은 직매입에 대해서는 ‘상품수령일부터 60일 이내’로 명시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특약·위탁판매의 경우 판매마감일을 소비자의 구매확정일로 간주해 법에서 규정한 40일에 7일 정도 더 늦게 대금이 지급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판매대금 정산 지연은 이커머스 입점업체의 대표적인 애로 사항 중 하나로 거론된다. 해당 문제는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 16일 진행된 공정위에 대한 국감에서 김종민 새로운미래(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커머스 업체의 대금정산이 지연되면서, 입점업체인 중소상인들이 매출채권으로 받은 대출이 5년간 1조8,000억원을 넘어섰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플랫폼 업체들이 판매대금 정산을 지연하는 배경에는 해당 자금을 투자에 쓰거나, 금융자본으로 활용해 부가적인 이익을 내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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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프와 티맵 본사 전경/사진=각 사

감독·규제 공백, 도덕적 해이 불러와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가 최근 수년 새 급격히 불어난 이커머스 시장에 숨어 있던 위험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프라인에 견줘 접근성·간편성이 뛰어나 소비자에게는 편리함을, 중소 규모 판매자에게는 판로 확장이라는 장점에 가려진 온라인 플랫폼 고유의 위험이 드러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티몬·위메프가 계속 운영 가능한 기업이 아니라는 선고는 지난 4월 일찌감치 나왔다. 위메프의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이 2023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계속 기업으로서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취지의 감사 의견을 밝히면서다. 이유는 명료했다. 자본보다 부채가 더 많은 ‘완전 자본 잠식’에 빠진 상황이 타개될 가능성이 낮은 데다 유동자산보다 유동부채가 더 많은 점은 언제든지 ‘유동성 위기’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 영업 활동 현금 흐름이 지속해서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는 점도 외부감사인이 주목한 부분이다. 영업 활동을 할수록 돈이 들어오기는커녕 빠져나간다는 의미는 사업을 접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

하지만 이런 재무 악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티몬과 위메프는 사업을 이어갔다. 금융회사였다면 일찌감치 규제 당국이 시정 조처에 들어갔을 테고, 상장사라면 상장폐지 심사에 들어갔을 사안이지만 티몬과 위메프는 별다른 공적 개입을 받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이 2022년부터 모니터링하긴 했으나 어디까지나 ‘양해각서’(MOU)에 기반을 둔 느슨한 관리 감독이었다. 문제가 생기더라도 직접 개입이나 시정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지난달 25일 브리핑에서 “전체 그림을 파악하기 어렵고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지급결제 인프라가 적절하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같은 맥락에서 고객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더라도 정부가 직접 나서서 공적 자금 투입이나 경영권 몰취와 같은 공격적 개입을 하기도 쉽지 않다. 금융회사는 민간 기업이라도 회사가 무너질 경우 예상되는 피해가 막대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공적 자금을 넣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으나 전자상거래 업체에 공적 자금이 투입된 전례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없다. 감독·규제의 사각지대일 뿐만 아니라 ‘구제 사각지대’기도 한 셈이다.

이같은 공백은 결과적으로 사업자의 도덕적 해이에 가까운 행태를 낳았다. 실제 심각한 재무구조 악화에 빠져든 뒤에도 티몬과 위메프는 대주주의 자본 확충과 같은 정공법을 택하기보다는 저가 수수료율을 제시해 판매자들을 끌어모으거나 상품권 할인 등 사실상 ‘폰지 사기’와 같은 수법을 통해 판매 영업을 확대해 갔다. 판매자와 소비자 등 고객에게 달콤한 제안을 던지는 방식으로 재무 악화 개선이라는 본질은 뒤로한 채 몸집 불리기에만 집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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