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햄버거’ 외식 물가 도미노 상승에 ‘집밥 수요’ 껑충, 고물가가 바꾼 외식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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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인데 부담", 삼계탕 1만7,000원 육박
햄버거·커피도 줄줄이 인상, 비상 걸린 '외식 물가'
외식 물가 부담에 집밥 수요 증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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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음식점의 삼계탕 1인분 가격이 최근 급격하게 치솟았다. 2015년 1만3,000원 중반대에서 2017년 1만4,000원대에 진입한 뒤 2022년까지도 1만4,000원대에 머물렀지만, 엔데믹으로 접어든 지난해 1만6,000원대로 뛰어올랐다. 올해는 1만7,000원대에 근접했다.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 부담이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삼계탕 평균 가격 1만7,000원 시대

8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소재 음식점 삼계탕 한 그릇 평균 가격은 1만6,885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6,423원)보다 2.8% 올랐다. 서울 광화문 인근 유명 삼계탕 전문식당 토속촌과 고려삼계탕은 올해 기본 삼계탕 한 그릇에 2만원을 받고 있다. 여기에 송이나 능이, 전복, 인 같은 고급 재료를 더하면 2만5,000원에서 3만원에 이른다.

집에서 직접 해 먹는 삼계탕 가격도 외식 못지않게 상승했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전통시장에서 영계 4마리와 수삼 4뿌리, 찹쌀 4컵 등 삼계탕 재료 4인분을 구입할 경우 3만2,260원이 든다. 1인분으로 계산하면 약 8,000원으로, 5년 전 대비 26.3% 오른 수준이다. 4인가구 기준 삼계탕 재료비는 5년 전(2만4,000원대) 대비 26.3% 올랐지만 지난해(3만4,860원)에 비하면 7.5%(2,600원) 싸졌다. 총 재료비가 내려간 것은 삼계탕 주 재료인 영계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에서 파는 영계 4마리(2㎏) 가격은 지난해 1만9,200원에서 올해 1만6,000원으로 16.7%(3,200원) 내렸다. 인건비와 사료비 등 사육비는 상승 추세지만 육계 농가에서 복날을 앞두고 공급량을 최대 15%가량 늘린 영향이다. 또 지난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가금류 살처분 규모가 2008년 이후 가장 낮았던 점과 고물가에 소비심리가 위축된 점도 영계 가격 하락을 견인했다.

다만 그외 삼계탕 재료 중 찹쌀과 대파 가격은 전통시장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12.5%, 25.0% 올랐다. 찹쌀은 추수철인 가을이 오기까지 재고량이 줄게 된다. 또 대파는 최근 무더위와 잦은 비로 생육 환경이 좋지 않았다. 삼계탕 주 재료 중 영계와 찹쌀, 대파를 제외한 수삼, 마늘, 밤, 육수용 약재 등 4개 품목 가격은 지난해와 같았다.

햄버거·커피 가격도 들썩

삼계탕 가격이 매년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 가성비 메뉴로 꼽혔던 햄버거 가격도 잇따라 인상되면서 외식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리아는 8일 버거류 20종 가격을 평균 2.2% 올렸다. 구체적으로 대표 메뉴인 리아 불고기(불고기 버거)와 리아 새우(새우 버거)는 단품 메뉴 기준 100원, 세트 메뉴는 200원 인상됐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노브랜드 버거도 메뉴 30여 종의 판매가격을 평균 3.1% 인상했고, 4월에는 파파이스가 치킨, 샌드위치 등 제품 가격을 평균 4% 인상하고 배달 가격 차등제를 적용, 배달 메뉴 판매가를 매장 판매가 대비 5% 올렸다. 지난 5월에는 맥도날드가 전체 제품의 22% 수준인 16개 메뉴 가격을 평균 2.8% 인상했고, 6월에는 KFC가 대표 메뉴인 징거세트 가격을 7,800원에서 7,900원으로 올렸다. 오리지널 치킨·핫크리스피 치킨·핫크리스피 통다리 1조각 가격 역시 각각 300원 인상했다.

맘스터치는 아직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지만 배달 메뉴 가격을 올리는 배달 가격 차등제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가맹점주들이 본사에 배달앱 수수료 부담을 지적하며 배달 가격 이원화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미 롯데리아, 맥도날드 등은 배달과 매장 메뉴 가격을 달리 책정해 받고 있다.

이처럼 주요 버거업체들은 최근 들어 수개월 주기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 맥도날드와 맘스터치는 지난해 나란히 두 번씩 가격을 올렸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2월과 11월 각각 평균 5.4%, 3.7% 올렸고 같은 해 맘스터치는 3월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5.7% 올렸다. 10월에는 통다리살 사용 메뉴 가격을 300원씩 인상했다. 2022년에도 맥도날드, 맘스터차, 버거킹 등이 연 2회 인상을 단행했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2월 메뉴 가격을 평균 5.1% 올렸고 2022년 6월에는 평균 5.5% 올렸다.

버거 이외의 외식 메뉴도 올해 들어 줄줄이 오르는 추세다. 피자헛은 5월 메뉴 2종 가격을 3%씩 인상했고 6월에는 BBQ치킨이 치킨 메뉴 23개 가격을 평균 6.3% 올렸다. 커피 가격도 심상치 않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1위 스타벅스는 이달 2일부터 사이즈별로 음료가격을 조정했다. 원두 가격 상승 등 원가 압박을 해소하고자 그란데(473㎖), 벤티(591㎖) 사이즈 가격을 각각 300원, 600원 인상했다는 설명이다. 대신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가장 많이 판매되는 톨 사이즈(355㎖) 음료 가격은 유지하고 숏 사이즈(237㎖)는 300원 내렸다. 스타벅스의 가격 조정은 2022년 1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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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보다 집밥, 대형마트 매출 육류·맥주 1~3위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높은 외식 물가가 집밥 수요를 더욱 부추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고물가 시대에 가장 소비 탄력성이 높은 부문 중 하나가 외식이기 때문이다. 소비 탄력성이 높다는 것은 가격 변화에 따라 소비자 수요가 크게 변한다는 뜻으로 가격이 오를 경우 안 사면 그만인 경우에 해당한다.

실제로 최근 고물가 속 외식보다 집밥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매출 상위 3위권에 돈육(돼지고기)과 맥주, 한우가 오른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의 올해 상반기 매출 1∼3위는 돈육·맥주·한우 순이며, 롯데마트는 돈육·한우·맥주 순으로 집계됐다. 맥주 매출은 작년 상반기보다 약 20% 늘면서 우유를 밀어내고 3위에 올랐다.

이어 이마트에서 상반기 매출 4∼6위에 오른 품목은 계란·통조림·봉지라면 순으로 작년 상반기 4위에 있던 호주산 소고기를 7위로 밀어내고 각각 한 단계씩 상승했다. 빵류는 12위, 쌀은 13위, 초밥류가 15위를 각각 차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물가로 집밥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 계란과 통조림, 봉지라면, 쌀의 매출 순위가 작년 상반기보다 모두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의 계란과 봉지라면 매출은 각각 6위, 7위로 파악됐다.

주류 매출을 보면 이마트의 경우 소주(18위) 순위가 맥주(2위)와 와인(14위)보다 낮다. 통상 불황에는 소주가 잘 팔린다고 알려져 있으나 고물가에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족’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저도수인 맥주·와인을 즐기거나 위스키·증류주에 탄산수 등을 섞어 먹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저렴하게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의 ‘고메 소바바치킨 양념’은 지난 3월 출시 후 두 달 만에 매출 30억원(소비자가 기준)을 돌파했다. 전작인 ‘고메 소바바치킨 소이허니’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누계 매출이 540억원을 넘어섰다. 배달비를 포함하면 한 마리 ‘3만원’에 육박하는 치킨 전문점 제품 대신 가격 부담이 적은 간편식으로 눈을 돌린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냉동피자도 인기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냉동 피자 시장 규모는 2019년 900억원에서 지난해 1,685억원으로 4년 전보다 87.2%로 커졌다. CJ제일제당 냉동 피자의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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