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티몬·위메프 사태 막아라” 임시중지명령 요건 완화에 박차 가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의원 입법 형태로 추진
복잡한 발동 조건으로 의미 퇴색된 임시중지명령 제도
실제 명령 부과된 건 2016년 도입 이후 단 2번에 그쳐
공정거래위원회가 ‘임시중지명령’ 발동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 개정에 속도를 낸다. 큐텐(Qoo10) 그룹 계열사 티몬·위메프의 셀러 미정산·소비자 미환불 사태로 인한 피해가 일파만파 확산하는 가운데, 유명무실하던 임시중지명령 제도 보완에 박차를 가하는 양상이다.
전자상거래법 개정 속도 내는 공정위
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임시중지명령 요건을 완화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의원 입법 형태로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고 이를 내부 검토 중이다. 임시중지명령은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와 같이 전자상거래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힐 것으로 예측되는 사태가 발생했을 시, 공정위가 판매를 중단하고 해당 판매처를 폐쇄 조치할 수 있는 권한이다.
당초 공정위는 올해 초 ‘해외 사업자의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 부과’, ‘플랫폼 사업자가 법 위반 의심 사업자와 거래를 즉시 중단하도록 임시중지명령 발동 요건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전자상거래법 개정 추진 방안을 밝힌 바 있다. 이후 최근 발발한 티몬·위메프 사태로 인해 전자상거래 서비스와 관련한 소비자 불안이 가시화했고, 곳곳에서 유사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관련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공정위가 지지부진하던 법 개정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이유다.
법 개정과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당초엔 ‘(기만적 방법으로 소비자 유인이) 명백한 경우’로 규정됐던 것을 ‘명백히 의심되는 경우’라는 문구로 완화할 방침이었다”며 “여기에서 나아가 다음에 티메프 사태와 유사한 문제가 생겼을 때도 (임시중지명령 제도가) 도움이 되도록 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시중지명령, 현행법상 실효성 부족
임시중지명령 제도는 2016년 도입 이후 줄곧 유명무실한 제도였다. 제도를 발동하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임시중지명령은 △사업자의 행위가 전자상거래법이 금지하는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하거나 청약 철회 등 계약의 해지를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함이 명백한 경우 △그 행위로 소비자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 △다수의 소비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확산할 우려가 있어 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등 각종 조건을 모두 충족했을 때에 한해 발동된다.
관련 문제를 인식한 공정위는 지난 2021년 임시중지명령제도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발표했지만, 해당 개정안은 방송통신위원회와의 중복 규제 문제로 인해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개정안에는 기존의 엄격한 임시중지명령 발동 요건을 완화하고 △표시 광고의 중지·삭제 △청약철회 방해 문구의 삭제 △경고 문구의 게시 등 임시중지명령 조치를 다양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실제 임시중지명령이 발동된 사례는 단 2건에 그친다”며 “2021년 전자상거래법 개정이 좌초되면서 실효성 부족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결과”라고 꼬집었다. 이어 “다만 임시중지명령 자체는 전자상거래 사기 피해 확산을 곧장 차단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제도로 평가된다”며 “티몬·위메프 사태를 계기로 임시중지명령 제도가 유통업계 전반에 알려지고, (발동 기준 등이) 시장 상황에 알맞게 조정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시중지명령 발동 사례
공정위가 임시중지명령을 최초로 발동한 시점은 2017년 10월이다. 당시 공정위는 온라인 의류 쇼핑몰 ‘어썸’이 전자상거래법상 청약철회 및 환불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 온라인 판매 전부를 일시 중지할 것을 명령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어썸은 법에서 규정한 내용과 다르게 불량인 상품에 대한 교환 여부만을 고지하고, 청약철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또한 회원가입 단계에서 품절 시에만 환불 처리가 가능하다고 고지했다. 이에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는 어썸의 제품 환불 거부, 연락 두절 등으로 인한 소비자 민원이 빗발쳤다.
어썸에 대한 임시중지명령 발동 당시 공정위 관계자는 “해당 쇼핑몰을 민원다발쇼핑몰로 지정하고,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계속적으로 민원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다수의 소비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확산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임지중지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10월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고가의 명품 가방·신발·지갑·의류 등을 미끼로 소비자를 유인해 상품 대금을 편취해 온 사업자 ‘사크라스트라다’에 대한 임지중지명령이 발동됐다. 당시 사크라스트라다는 이탈리아 현지에서 명품을 구입해 다른 판매처보다 15~35%가량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고 홍보, 소비자를 현혹했다. 그러나 해당 업체가 실제로 소비자에게 물품을 발송한 내역은 일절 확인되지 않았다.
소비자들의 민원이 쏟아지자 공정위는 사크라스트라다를 ‘민원다발쇼핑몰’로 지정해 공개했고, 쇼핑몰 측에 소명을 요구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이후 진행된 공정위 사건 조사 결과 사크라스트라다는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필요한 업무들을 전혀 수행할 수 없는, 실체조차 없는 사업장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공정위는 임시중지명령을 부과, 사크라스트라다의 온라인 판매 중지 및 쇼핑몰 폐쇄를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