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시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전기차 캐즘에 대선 리스크까지 암울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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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바이든 정부의 기후대응 조처 되돌릴 것"
수차례 세액공제 등 전기차 보급 정책 폐지 시사
주요국 정부 혜택 축소에 전기차 수요 위축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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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기차 구매 시 제공하는 7,500달러(약 1,018만원) 규모의 세액공제 혜택을 재집권 시 폐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동안 보조금 등 전기차 보급 정책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그간 행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 조처를 되돌려 화석 연료 중심의 주력 산업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부터 수요 감소로 전기차 시장이 침체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갈수록 커지는 트럼프 리스크까지 겹친 전기차 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은 터무니없는 일”

19일(현지 시각) 트럼프 전 대통령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는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세액공제와 세금 인센티브는 일반적으로 좋은 정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선 후 관련 규정을 개정하거나 의회에 세액공제와 관련한 조항의 전면 폐지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탄소 배출 규정도 함께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천명했다.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도록 유도해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날 발언도 세계적인 탄소 제로 흐름에서 벗어나 기후 변화의 심각성에 동조하지 않는 대신 화석 연료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주력 산업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지원과 국경 정책을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에는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 중 한 곳인 미시간주를 찾아 “미국은 세계 그 어느 국가보다 휘발유가 많기 때문에 휘발유를 많이 쓰기를 바란다”며 “정부가 사람들이 원하지도 않는 전기차에 엄청난 보조금을 주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 지원 법안의 폐기에 서명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날 인터뷰에서는 보조금에 대한 입장이 바뀔 가능성을 남겨뒀다. 그는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나는 전기차뿐 아니라 가솔린 차량과 하이브리드 차량의 팬이며 현재 구상하는 모든 정책은 미국 자동차 산업을 위한 지원책”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회담을 가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머스크 CEO를 자문역으로 기용할지를 묻는 질문에 “그가 원한다면”이라고 답했다. 미 정치권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거액의 선거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中 배터리 부품 제외, 보조금 지급 대상 대폭 감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맹공을 퍼붓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은 친환경 정책과 관련되지만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특히 미국 정부가 올해부터 중국산 배터리 부품이 들어간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하면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종이 대폭 줄어들었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올해 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차종은 지난해 말 43개에서 19개로 크게 감소했다.

미 정부는 IRA에 따라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의 원산지가 요건을 충족하고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데 올해부터 배터리 부품의 요건을 강화한 것이다.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외국우려기업(FEOC)에서 조달할 경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지난달 미 정부는 사실상 중국의 모든 기업을 FEOC로 규정한 상태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의 지분 25% 이상이 들어간 중국과의 합작회사도 FEOC로 지정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했다.

올해 IRA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브랜드를 보면 쉐보레 2개, 크라이슬러 1개, 포드 3개, 지프 2개, 링컨 1개, 리비안 5개, GM 5개, 테슬라 5개로 모두 미국 기업이다. 다만 적용 기준이 강화되면서 테슬라와 GM의 경우 지난해 8종에서 올해 5종으로 감소하는 등 미국 기업도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까지 세액 공제 대상에 포함됐던 독일의 폭스바겐, BMW, 아우디, 일본의 닛산 등은 중국산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제외됐고, 현대자동차와 기아차도 FEOC 규정에 따라 세액공제 대상에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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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인상·보조금 제한 등, 美 기업도 리스크 확대

문제는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을 둘러싼 미·중 무역 갈등이 보조금 제한, 관세 인상 등의 조치로 이어지면서 시장 자체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를 최종 조립하는 지역을 넘어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의 생산지까지 규제하는 상황에 더해 중국에서 생산·수입하는 전기차에 100% 관세가 적용되면서 미국 기업마저도 무역 규제로 인한 리스크에 취약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머스크 CEO는 “테슬라는 중국 정부의 지원 정책이나 관세 조치에 영향을 받지 않고 사업을 잘 운영하고 있다”며 “미 정부의 관세 부과와 같은 조치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자유로운 시장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테슬라가 상하이에 전기차 공장을 운영하는 만큼 자칫 보복 관세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을 넘어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각국의 전기차 시장이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을 기반으로 형성된 만큼 각종 규제로 보조금이 줄어든 상황에서 수요 반등이 예상보다 더 늦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국의 친환경차 정책이 후퇴하자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월 내연기관차 연비 강화 규정을 완화했고 독일은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전면 중단했다. 프랑스는 자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감축했다. 이처럼 보조금이 줄자 전기차 판매량도 대폭 쪼그라들었다. 지난 5월 유럽 전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0.8%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도 1.3%포인트 하락했다. 미국 역시 올해 1분기 전기차 판매량이 직전 분기 대비 7.3% 감소했다.

한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내 전기차 1대당 보조금이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축소돼 왔는데, 최근에는 전기차 판매량이 급격히 줄면서 지방자치단체별로 지급하는 전기차 보조금이 남아도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 감소하며 주요 자동차 시장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역시 5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6.7% 감소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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