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준칙 법제화 재추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 확대에 긴축 재정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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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 GDP 대비 3%' 재정준칙 법제화 타진
법제화 의지 확고하지만, 정부 적자 비율 2년 연속 3% 초과
구조조정 강화하는 정부, 재정준칙에 따른 재정 기조 압박 효과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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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재정준칙 기준을 맞춘 바가 없는 만큼, 재정준칙 도입은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이에 대해선 ‘성급한 힐난’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재정당국이 정부의 재정 기조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재정준칙을 활용했다고 보는 게 더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국가재정법 개정안 발의, 재정준칙 도입 재차 타진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 예산 편성 시 GDP(국내총생산)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을 3% 이내로 유지하되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땐 2% 이내로 조정할 수 있도록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게 골자다. 재정준칙은 정부의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과도한 확장 재정을 방지하는 일종의 ‘마지노선’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튀르키예와 함께 유일하게 재정준칙을 도입하지 않은 국가다. 직전 21대 국회에서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법안이 잇달아 발의됐으나 여야정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임기가 만료돼 법안이 최종 폐기됐다.

이런 가운데 박 의원이 재차 재정준칙 도입을 타진하고 나선 건 한국의 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박 의원에 따르면 2017년 약 660조원이던 한국의 국가채무는 5년 만에 400조원 이상 폭증해 2022년 이미 1,067조원을 돌파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역시 같은 기간 36.0%에서 49.4%로 13.4%p 급증했다. 박 의원은 “과거 30%대를 유지하며 모범적으로 평가되던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이제 주요 비기축통화국 평균을 넘어섰다”며 “인구 구조적 요인으로 복지 지출이 더 가파르게 증가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박 의원은 21대 국회 기재위 경제재정소위 논의 과정에서 나온 여야 의원들의 제안을 개정안에 상당 부분 반영했다. 관리재정수지 3% 이내(채무 60% 초과 시 2% 이내) 외 전쟁·재해·경기침체 등 대내외 여건 변동 시 재정의 탄력적 역할을 확보하기 위한 준칙 예외 규정을 함께 둔 것이 대표적이다.

세계잉여금의 30% 이상을 국가채무 상환에 사용하도록 한 현행 규정을 50%로 상향하되 준칙적용 예외 시 교부세 정산 또는 공적자금상환기금에 출연한 금액을 제외한 세계잉여금 전부를 국채 상환에 사용하도록 규정하기도 했다. 아울러 기재부 장관이 관리재정수지 허용한도의 적정성을 5년마다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근거도 담았다.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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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준칙 기준 못 지킨 정부, “법제화 당위성 약해”

재정준칙 법제화에 대한 정부여당의 의지는 확고하다. 앞서 지난 6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권과 관계없이 나라 살림을 건전하게 유지하는 건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수적”이라며 “한순간의 빚 잔치가 국가 위기로 이어진다. 우리가 재정준칙 도입을 얘기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역시 “재정준칙 도입이 시급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제는 정부가 재정준칙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거듭 연출되고 있단 점이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인 2022년 5.0%, 지난해 3.6%로 모두 재정준칙 법안이 제시한 ‘GDP 대비 3%’ 기준을 웃돌았다. ‘건전재정’을 부르짖는 정부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올해도 3% 비율을 지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정적자가 확대되는 양상이어서다. 정부가 올해 전망한 실질 GDP 성장률(2.6%)과 물가 상승률(2.6%)을 고려해 올해 명목 GDP가 2,526조원(2023년 명목 GDP 2,401조원의 105.2%)이라고 가정하면 3%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선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75조7,800억원 이내여야 한다. 그러나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이미 103조4,000억원에 달한다.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법인세수가 지난해 대비 16조1,000억원 줄어든 탓이다.

국회와 정부의 각종 정책 이행 비용이 커지고 있단 점도 부담이다. 우선 야당은 확장 재정을 거듭 강조하며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 정책이 국회를 통과하면 13조원에 달하는 재정이 소모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여당도 상속세법 개정, 종합부동산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스트롱 K칩스법 등 대규모 감세 정책을 예고하며 세입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재정준칙 도입의 당위성이 약하다는 지적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쏟아지는 이유다.

일각선 정부여당 ‘자가당착’ 비판도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재정준칙 도입 시도 자체가 정부여당의 자가당착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집권 3년째 재정준칙 한도를 준수하지 못하며 건전 재정에 실패한 정부가 의원 입법 형태로 재정준칙 법안을 재차 발의한 건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이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도 “2년 연속 예산 대비 세입 손실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여당은 엉뚱한 소리만 하고 있다”며 “지금의 재정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난 뒤 재정준칙 법제화를 논의하는 게 순서에 맞는 일”이라고 정부여당을 질타했다.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재정준칙 도입 의지를 재차 드러냄으로써 당국이 정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한 것으로 보는 게 더 자연스럽다는 입장이다. 애초 재정준칙 도입은 재정당국의 오랜 숙원 사업 중 하나였던 만큼 이를 정부의 자가당착이라고 판단하는 건 성급하다는 시선에서다. 실제 재정준칙은 이전 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도입을 타진한 바 있다. 2016년 박근혜 정부 시기부터 시작해서,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에도 도입 계획이 발표됐다.

정부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단 점도 이 같은 의견에 힘을 싣는다. 기재부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새로운 사업을 편성하기 위해 부처가 먼저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예산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예산안의 지출 구조조정 규모도 통상적인 수준인 10조∼1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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