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밸류업 지수’ 공개 임박한데, 공시 기업은 9곳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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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 발표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 기업 9곳뿐
밸류업 계획 없어도 지수에 포함 , 미참여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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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컨퍼런스홀에서 진행된 상장기업 사내 ·사외이사 대상 기업 밸류업 설명회에 앞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가 이달 기업가치 성장이 예상되는 상장사로 구성된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한다. 다만 지수에 포함된 기업 중 밸류업 참여 기업보다 미참여 기업의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 곳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공시했더라도 투자지표 부족을 이유로 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기업도 다수기 때문이다.

전체 상장사 중 1.23%만 밸류업 참여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코스피 시장에선 △키움증권 △콜마홀딩스 △메리츠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신한지주 △DB하이텍 △미래에셋증권 △현대차, 코스닥 시장에선 △에프앤가이드 등 총 9곳이다. 예고 공시를 올린 기업 23곳까지 합치면 모두 32개 기업이 밸류업 참여 의사를 밝힌 셈이다.

당국이 코스피와 코스닥을 포함해 100개 이상 기업을 밸류업 지수에 편입시킬 계획을 세웠던 점을 고려하면, 밸류업 관련 공시를 낸 기업은 계획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일본을 벤치마크하고 있다는 점에서 밸류업 지수는 ‘JPX 프라임 150 지수’를 참고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일본처럼 150개 종목으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만든다고 가정할 경우 현재까지 밸류업 참여기업의 비중은 6%, 참여 예정까지 포함해도 17%로 상당히 낮다. 전체 상장사(2,595곳) 기준으론 1.23%만 밸류업 공시를 하거나 예고했다. 공시 시작 석 달이 지난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조한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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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조한 공시 수준에 당국 고민 깊어져

이처럼 공시 참여가 미진하자 당국은 밸류업 지수 공개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출시에 앞서 상장사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6월 13일엔 코스피 금융회사를, 같은 달 26일엔 중견기업의 재무 담당 임원을 만났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9개 기업 중 현대차와 에프앤가이드를 제외한 7곳은 모두 이때 만난 상장사다.

정 이사장은 이후에도 7월 11일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소속 49곳의 상장사 중 10곳의 재무 담당 임원을 불러 모았다.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는 재무 실적과 기술력이 인정되고 기업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이어 지난달 23일에는 10대 그룹 상장기업을 만나 공시 참여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중에선 POSCO홀딩스와 LG만 본 공시가 아닌 예고 공시를 올리는 데 그쳤다.

시장에서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 중 상당수가 금융회사인 점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업종별로 균형 있게 종목을 구성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다. 현재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 9개 중 6개, 예고 기업 23개 중 14개가 금융업종이다.

또한 32개 기업을 모두 밸류업 지수에 포함할지도 미지수다. 거래소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밸류업 프로그램은 별개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지수가 아니고 코리아 밸류업 지수기 때문에 국내에서 기업가치가 훌륭한 종목을 엄선하는 것”이라며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했다는 이유만으로 밸류업 지수에 다 편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거래소는 앞서 밸류업 프로그램 세미나에서도 밸류업 지수를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한 기업으로만 구성하겠다고 발표하진 않았다. 지수에 포함할 종목을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수익비율(PE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주요 투자지표가 우수한 기업과 계량·비계량 항목에 대한 종합평가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가 기대되는 기업을 편입할 계획이라 밝혔다. 거래소의 설명대로라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어도, 지표가 부족할 경우 밸류업 지수에 들어갈 수 없다.

기존 공시와의 차별점 부족

밸류업 프로그램의 주요 목표는 한국 증시를 강화로, 정부는 이를 위해 기업의 공시 의무화보다는 인센티브 제공과 시장 평가를 통한 기업 참여 독려하고 있다.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자율적 공시를 안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이드라인은 투자자가 이해하기 쉽고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기업개요 △현황진단 △목표설정 △계획수립 △이행평가 △소통 등 목차별 작성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페널티 없이 모두 기업 자율에 맡긴다는 점이 핵심이다. 기업이 밸류업 공시에서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불이익이 없다는 얘기다. 또한 이미 면책 규정이 마련돼 있어 예측정보라는 사실 명시하거나 예측치와 실제 결과치가 다를 수 있다는 주의문구 등을 넣으면 불성실공시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에선 기존 공시와 비교해 차별점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증권사 1호로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키움증권을 예로 들면 , 키움증권은 3개년 중기 목표로 △별도 기준 주주환원율 30%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이상을 제시했으며, 자산관리, 투자은행 등 부문별 목표를 수립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계획 내용이 부실한 데다 의사결정을 내는 이사회가 전문성이 없어 세부적인 방안의 논의가 결여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논평을 통해“일본이 거버넌스 개혁에 성공한 요인 중 하나는 이사회 중심으로 자본효율성 파악과 개선 대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짚으면서 “일반주주 관점에서 주가 밸류에이션, 자본비용, 자본효율성, 주주환원, 총주주수익률 등의 토론이 이사회에서 이뤄졌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밸류업 정책이 본질적으로 미비하다는 점과 모호한 자율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가 비교해야 할 지표에 대해 자율공시를 하라고 하니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모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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