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세계 AI 패권 쥐려는 중국의 야심은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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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 선언' 등 발표하며 국제 AI 거버넌스 구축에 대한 의지 밝혀
중국이 제안한 유엔 결의안, 총회서 만장일치 통과되기도
이니셔티브 성공 위해 서방국과의 협력은 필수적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중국이 AI 분야의 국제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사회에 각종 선언과 결의안 등을 제안하며 분야 내 입지를 넓히려 애를 쓰는 중이다. 그러나 사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그간 서구가 주도하는 AI 분야에서 소외돼 온 데에 대한 반동적 작용 측면이 더 크다. 중국이 주창하는 국제 AI 거버넌스 이니셔티브가 성공하려면 서방국들의 참여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Senior Chinese Leader Event" on the sidelines of the APEC summit, in San Francisco
사진=동아시아포럼

여러 차례 공식 석상서 AI 국제협력 의지 드러낸 시진핑

지난 7월 중국 상하이에선 세계 인공지능(AI) 컨퍼런스(WAIC)가 열렸다. AI 분야를 이끄는 전문가들과 업계 및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최첨단 기술을 선보이고 미래 AI 경향을 예측해 국제적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특히 상하이 정부는 개막식에서 발표한 ‘상하이 선언(Shanghai Declaration)’을 통해 국제 AI 거버넌스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상하이 선언은 사실 깊이 있는 문서는 아니다. AI의 안전한 사용과 국제 협력을 강조한 것 외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그러나 이 선언문 자체보다는 선언문에 담긴 중국 정부의 의도를 읽는 게 더 중요하다. 국제 AI 거버넌스를 추진하려는 중국의 속내가 담긴 선언문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10월 시진핑(Xi Jinping) 주석의 제3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포럼 개막식 기조연설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시 주석은 국제 AI 거버넌스 이니셔티브(Global AI Governance Initiative)를 제시하며 AI가 상호 존중과 평등 원칙을 지키는 가운데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직후 중국은 제78차 국제연합(UN) 총회에서 AI 관련 국제 협력 및 역량 강화에 대한 결의안을 제안했고, 이는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물론 상하이 선언과 마찬가지로 국제 AI 거버넌스 이니셔티브와 유엔 결의안 역시 애매한 부분이 많다. 다만 이들 문서에선 한 가지 공통점이 드러난다. 중국은 AI 거버넌스와 관련해 UN이 중심이 되는 접근 방식을 지지하고 있고, 기술 이전과 포용적인 거버넌스를 강조하며 자국을 남반구의 ‘AI 거버넌스 전도사’로 자리매김하려 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중국은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AI 혁신의 중심에 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더불어 AI 연구 분야에서도 앞서 나가고 있고, 자국 내 AI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중국은 다른 정책 분야에서도 국제 규범 정립을 이끌어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여러 전문가들이 최근 중국의 국제 AI 거버넌스 추진 움직임을 두고 ‘강자의 관점에서 나온 계획’이라고 평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중국이 자국의 정치적 이념과 발맞춰 국제 거버넌스의 지형을 구축하려 하는 AI 강국이라는 것이다.

중국, 서방국 중심 AI 관련 논의서 새 구심점 될까

이 같은 주장엔 상당한 근거가 있다. 중국은 세계 AI 개발을 이끌어가고 있고, AI 관련 주요 수출국이자 규제 기관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의심하긴 어렵다. 그러나 더 큰 맥락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의 움직임엔 분명한 약점이 엿보인다.

첫 번째는 지난 5년 사이 유네스코(UNESC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7개국(G7) 등 여러 국제기구에서 AI 거버넌스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이 여러 차례 배제됐다는 사실이다. 국제 AI 거버넌스 관련 논의에서 중국의 입지는 약했다. 이에 일부 중국 출신 평론가들은 기존의 이니셔티브를 두고 “서방국들이 AI 관리에 필요한 가치들을 선제적으로 지정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두 번째로, 챗GPT(ChatGPT) 등 여러 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이 출시된 것도 중국 당국의 신경을 곤두세운 사건이었다. 중국 당국은 이 같은 신기술이 정치적 안정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커지자 즉각 챗GPT를 금지했다.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LLM을 만들려는 자국 내 AI 기업들에 대한 관리감독도 대폭 강화했다.

세 번째로는 챗GPT 등의 등장이 국제 AI 거버넌스 관련 논의를 주요국들의 정책 우선순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실제로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AI 문제를 다루는 유엔 고위급기구를 만들었고, 리시 수낙(Rish Sunak) 전 영국 총리는 재임 시절인 지난해 11월 AI 안전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국제사회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 같은 복합적인 요인들로 지난해 초 중국 당국의 심기는 상당히 불편했다. AI 시스템의 잠재적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국제사회의 AI 논의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됐다. 국제 AI 거버넌스를 추진하려는 중국의 최근 움직임을 단순한 힘의 과시로 분석하기보단 기술의 발전에 대한 대응적 차원으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다만 이 같은 대응적 반응의 문제는 수사적인 표현들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은 포용성을 내세웠지만, 실제 중국의 정책들은 AI 분야에서 서방 세계가 일찌감치 우위를 점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파트너십 구축에 집중돼 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브릭스(BRICs) 국가들과 개발도상 77개국(G77) 소속 국가들이 그 대상이다. 

이는 중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이 올해 초 서울에서 열린 AI 안전 서밋에서 발표된 국제 협약에 서명하길 거부한 상황을 감안하면, 중국 또는 유엔이 나서지 않는 이니셔티브엔 발을 담그지 않겠다는 중국 당국의 강력한 의지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 방식은 국제 AI 거버넌스 구축 노력에 도움이 되긴커녕 되레 방해가 될 수 있다. 물론 유엔이 포용성과 정당성을 앞세워 AI 관리에 기여할 수는 있겠지만, 유엔이 현재 마주하고 있는 여러 난관들과 AI의 복잡한 특성이 결합된다면 유엔이 AI 관련 문제 해결에 있어 할 수 있는 역할은 줄어든다. 국제 AI 거버넌스 이니셔티브의 성공을 위해선 중국과 서방국들의 참여가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분열은 피하기 어려운 수순일 듯하다. 

원문의 저자는 휴 로버츠(Huw Roberts) 영국 옥스퍼드대(Oxford University)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의 박사급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은 China’s ambitions for global AI governance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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