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곳 중 1곳은 구조조정” 부동산PF 옥석 가리기 속도 내는 당국, 건설업계는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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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사업장 9.7%가 구조조정 대상, 업계 불만 토로
금융당국 "토담대 연체율 상승하며 평가 대상 늘었다"
엄격한 평가로 급증한 경·공매 매물, 관건은 '소화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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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옥석 가리기에 속도가 붙은 가운데, 당국의 사업장 평가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대주단의 평가 대비 낮은 등급을 받으며 구조조정 대상으로 전락한 사업장이 속출하면서다. 이에 금융당국은 토지담보대출 연체율 상승에 따라 자연히 구조조정 대상 사업장이 증가했다는 입장이다.

건설업계 “당국 평가 기준 지나치게 높아”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 건설협회 등과 ‘개별 PF 사업장 애로사항 해소를 위한 실무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었다. 이달 말 시작될 부실 우려 PF 사업장의 경·공매를 앞두고 PF 사업장 평가에 대한 건설업계의 애로사항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금융당국의 사업장 평가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다수의 PF 사업장이 대주단이 판단한 평가 등급 대비 낮은 등급을 받으며 부실 우려 사업장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8월 발표한 1차 사업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전체 부동산 PF 사업장 10곳 중 1곳(9.7%)이 구조조정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공매 대상인 부실 우려 사업장 규모는 13조5,000억원에 육박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당초 예상치(7조원)보다 2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건설업계는 대주단이 매긴 평가 등급보다 낮은 등급을 받은 사업장의 등급 재조정·강등에 대한 사유 설명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주단이 추가 차입금을 투입하고 시공사도 바꾸기로 해서 ‘보통’ 등급으로 사업장이 평가됐는데, 금융당국이 딱딱한 평가 기준으로 이를 ‘유의’나 ‘부실 우려’ 등급으로 바꿨다”며 “평가 등급 강등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알아야 앞으로 예외 기준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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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사업장 급증, 원인은 토담대 부실?

금융당국은 이미 한차례 부실 우려 사업장 급증의 원인을 밝힌 바 있다. 지난달 1차 사업성 평가 결과 발표 당시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1차 평가 전 7조원 수준의 부실을 예상했지만 실제 부실 우려 사업장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이보다 약 2배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며 “이는 이번 상반기에 토지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평가 대상이 늘어난 부분이 포함된 것”이라고 발언했다. 초기 단계 PF 대출의 대규모 부실화로 인해 사업성 평가를 받아야 하는 사업장이 늘었고, 이에 따라 구조조정 대상 역시 자연히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토담대 연체율은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토담대가 12.96%로 가장 높았고, 이어 브릿지론 10.14%, 본PF 2.57% 순이었다. 특히 저축은행 토담대는 1분기 말 기준 연체율이 무려 20.18%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말 9.91%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대출 잔액을 통해 추산한 연체액도 같은 기간 1조2,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석 달 만에 1조1,000억원 증가했다.

사업성 평가 대상이 된 토담대 연체 사업장들은 한층 엄격해진 금융당국의 평가 기준 아래 줄줄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전락했다. 1차 사업성 평가에서 발견된 유의·부실 우려 익스포저 규모는 △토담대 12조9,000억원 △본PF 4조1,000억원 △브릿지론 4조원순으로 많았다.

경·공매 시장 수요 양극화 우려

초기 단계 사업장을 중심으로 경·공매 대상 사업장이 급증한 가운데, 업계는 쏟아져 나오는 PF 경·공매 매물이 시장에서 원활히 소화될 수 있을지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입지가 좋은 매물들 위주로 낙찰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일부 사례만 가지고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매물이 충분히 소화되지 않는다면 낙찰가가 줄줄이 미끄러지며 시장에 거대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경·공매를 통해 새 주인을 찾은 사업장은 입지 및 사업성이 우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최근 OK저축은행은 경·공매로 내놓은 30개 PF 사업장 중 3개 사업장을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매각된 사업장은 아파트 개발을 위해 조성된 서울 서초구 소재 사업장 등으로, 모두 대출 원금과 비슷한 가격에 낙찰됐다. 웰컴저축은행은 부산에 있는 오피스텔 사업장을 대출 원금보다 약간 높은 가격에 처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 수요가 철저히 매물의 ‘조건’에 따라 움직이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차후 경·공매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평가가 흘러나온다. 입지·용도 등의 방면에서 경쟁력이 부족해 ‘하급지’로 분류된 사업장이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 시행업계 관계자는 “사업성은 결국 분양 시장 상황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문제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제외한 분양 시장 전반이 침체 상태라는 점”이라며 “경쟁력이 부족한 지방 경·공매 매물들은 유찰을 반복하며 새 주인을 찾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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