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구리 가격, 중국 대규모 경기 부양책 발표에 일제히 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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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철강·구리 등 원재재 값 반등
중국 당국의 대규모 부양책 효과
경제 침체에 강력한 정책 지원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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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상하이선물거래소 철근 선물 가격 추이/출처=트레이딩이코노믹스

경기 침체로 부진했던 원유·철 등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반등했다. 중국 인민은행의 ‘유동성 확대 패키지’가 꺼져가던 건설·제조업의 불씨를 되살린 결과라는 평가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25일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보다 1.7% 오른 배럴 당 71.57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가격 역시 런던ICE거래소에서 1.7% 오른 배럴 당 75.16달러를 기록했다. 3주 만에 최고 가격이다.

중국 건설·제조업 부진으로 올 들어 전날까지 22.86% 하락했던 철근 가격도 반등의 계기를 맞았다. 상하이선물거래소(SHFE)에서 철근 선물은 전날보다 3.43% 오른 톤(t)당 3,134위안에 계약이 체결됐다. 구리(4.3%) 은(4.84%) 백금(3.27%) 아연(4.44%) 알루미늄(2.61%) 등 비철금속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광산업체·원자재 중개 관련 주들도 급등했다. 미국 광산회사 프리포트맥모란(Freeport McMoRan)의 주가는 2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전 거래일보다 7.95% 상승한 48.7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서던 코퍼(7.14%) 아카디움(3.60%) 앨버말(2.02%) 등 리튬·구리 등 채굴업체 주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글로벌 원자재 중개기업 글렌코어 주가는 런던 증시에서 3.94% 올랐고, 프랑스에 상장된 세계 최대 우라늄 생산업체 카자톰프롬(Kazatomprom) 주가도 7.45% 급등했다.

중국 당국, 190조 경기 부양책 발표

원자재 섹터 전체 수요를 뒷받침한 대표적 호재는 중국의 광범위한 통화 부양책이다. 24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판궁성(潘功勝) 행장과 리윈쩌(李雲澤)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장, 우칭(吴清)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은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최 금융당국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다양한 경제 부양책을 발표했다. 조만간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p) 낮춰 금융시장에 장기 유동성 1조위안(약 189조4,000억원)을 공급하고 상황에 따라 올해 안에 지준율을 추가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정책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 0.2%p 인하 방침과 함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와 같은 부동산 대책도 내놨다. 중국은 그간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새로 지은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금리를 기존 주택보다 낮게 적용해 왔는데, 이를 기존 주택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판 행장은 이 정책으로 전체 주담대 금리를 평균 0.5%포인트 내리는 효과가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베이징을 포함한 모든 지역에 대해 이미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두 번째 주택을 살 때의 계약금(최소 납입금) 비율을 기존 최저 25%에서 15%로 낮추겠다고도 했다. 지방정부·국영기업이 미분양 주택을 대거 매입할 수 있도록 인민은행의 ‘재대출 제도’ 또한 확대 시행한다. 리 총국장은 “은행·보험 기관이 부동산·지방정부 부채 위험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유도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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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경제 성장 목표달성 ‘빨간불’

이번 조치는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이 발표한 최대 규모 경제 부양책이란 평가가 나온다. 3대 금융 수장이 한꺼번에 나와 중국 당국의 경기 부양 의지를 보여준 것도 이례적이었다. 중국 정부가 ‘5% 안팎’이라는 올해 경제 성장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그만큼 녹록지 않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열흘 전 발표된 소매 판매와 산업 생산 등 지난달 경제 지표는 모두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8월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5.3% 떨어져 9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해 성장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월가 투자은행(IB)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최근 들어 너나 할 것 없이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5% 미만으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UBS, JP모건, 노무라홀딩스 등 기관별로 차이는 있지만, 이들이 집계한 성장률 목표치는 현재 4.5%에서 4.9% 사이에 머물고 있다.

중국 당국이 보다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시점도 이때다. 지난 12일 지방 시찰에 나선 시 주석은 올해 성장률 목표 달성에 매진할 것을 주문한 계기로 당국이 강력한 경기 부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시 주석은 당시 “모든 지역과 부처가 공산당 중앙위원회(당 중앙)의 경제사업과 각종 주요 조치를 성실히 관철해 나가야 한다”며 “3분기 후반부와 4분기의 경제 사업을 잘 수행함으로써 올해 경제사업 발전 목표 임무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이후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를 크게 떨어뜨리지 않고도 통화 정책을 완화할 여유를 얻게 된 것도 이번 경기 부양책이 나오게 된 배경 중 하나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내림세가 가팔라지면서 이보다 적극적인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 침체 탓에 토지 판매 사업으로 재정을 충당해 온 지방정부가 심각한 부채 위기에 내몰리고 있고, 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중돼 취업난이 심화되는 한편 임금 삭감도 이어지면서 소비 및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는 악순환이 벌어진 상황이다. 미국과의 격화하는 무역 분쟁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엔 악재다. 베이징에서 접촉한 중국의 무역 회사 관계자는 “최근 중국 경제를 지탱해 온 제조 업체들조차 생산 감소를 고려하고, 위안화 환율 급변으로 해외 납품을 망설이고 있다. 팔팔 끓었던 ‘중국 경제’란 큰 가마솥이 식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부 중국 제조·자재 업체는 한 달 사이 달러·위안화 환율이 크게 출렁이자 수출 시 ‘위안화·달러 환율 고정’ 조건마저 내걸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경제의 난관 봉착은 내부에서도 더 이상 대외비가 아니다. 시 주석이 지난 7월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중국 최고 지도부 집무처)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경제의 큰 흐름에서 봤을 때 큰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고 말한 데 이어 공개 석상에서 중국 대기업 인사들의 ‘앓는 소리’도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중국 최대 기술 기업인 텐센트의 한 임원은 이달 초 선전에서 열린 공개 행사에서 “중국의 소비 다운그레이드(하락) 추세가 뚜렷하고, 과도한 투자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커졌으며, 네이쥐안(内卷·소모성 경쟁)까지 일어나며 대출로 연명하는 기업이 많다”며 “‘케이크(경제 규모)’가 더 커지지 않으면 제로섬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다만 중국 지도부가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대응하고 정치 안정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 돌파’와 ‘국가 안보’를 최우선 순위로 삼은 만큼 향후 파격적인 추가 경제 부양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뒤따른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관심사는 ‘고품질 발전’과 ‘신품질 생산력’이란 구호로 대표되는 첨단 기술 기반 신경제 모델 구축이기 때문에 당장의 경기 회복에만 역량을 집중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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