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출생’ 여파로 문 닫는 유치원 속출, 1년 새 1만5,000곳 감소
지난해 中 합계출산율 1.0명, 인구 유지선 절반 수준
구직·결혼·출산 포기하는 청년 세대, 저출생은 필연
14억→5억 명 급감 시나리오, 현실될 수도
지난해 중국에서 1만5,000여 곳의 유치원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펼쳤던 중국이 가파르게 진행 중인 저출생 기조로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가장 먼저 유치원이 충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中, 지난해 유치원 1.5만 곳 폐업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교육부는 최근 발표한 ‘유치원 현황’ 보고서에서 중국 전역의 유치원이 지난해 27만4,400곳으로 집계돼 2022년 대비 1만4,808곳 줄었다고 밝혔다. 전년에 비해 5% 줄어든 수치다. 중국의 유치원 수가 처음 줄어든 시기는 2022년이다. 이어 지난해 유치원 수가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유치원 수가 감소한 것은 출생률 감소로 유치원에 다닐 원아들의 수가 줄자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을 택했기 때문이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유치원에 들어간 어린이의 규모 또한 3년 연속 줄어 지난해 현재 4,090만 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535만 명(11.55%) 감소한 수준이다.
학령 인구도 빠르게 줄고 있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2021년 유치원생 수가 2003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고, 이듬해인 지난 2022년 초등학생 수도 2013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역시 감소세를 이어갔다. 2023년 기준 중국의 초등학교 수는 2022년보다 5,645개교(3.8%) 감소한 14만3,500개교로 파악됐다.
14억 인구 “금세기 내 5억 명 추락”, 멀어지는 중국몽
이 같은 저출생 문제는 중국의 최대 현안으로 꼽힌다. 중국 인구는 2022년 말 기준 14억1,175만 명으로 전년 대비 85만 명 줄었다. 중국에서 인구가 감소한 것은 61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명을 기록했다.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0.72명)을 바싹 따라잡았다.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2.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은 “이런 추세라면 2035년 중국 인구가 14억 명대를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고, 호주 빅토리아대 정책연구센터는 “2100년쯤 중국 인구가 5억 명대로 급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막강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을 거듭해 온 중국으로선 2050년 세계 유일 패권국으로 올라서겠다는 ‘중국몽’ 실현은커녕 현 경제 수준 유지조차 어렵게 된다는 뜻이다.
역설적이게도 중국의 저출생 현상은 산아제한 정책 폐지 이후 뚜렷해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1년 중국 출생아 수는 1,604만 명을 기록한 뒤 2012년 1,635만 명, 2013년 1,640만 명, 2014년 1,687만 명으로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2015년 1,655만 명으로 잠시 하락했다가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하고 두 자녀까지 허용한 2016년 1,883만 명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이때가 정점이었다. 2017년 출생인구는 다시 1,723만 명으로 떨어졌고, 2018년 1,523만 명, 2019년 1,465만 명, 2020년 1,200만 명으로 빠르게 감소했다. 2021년 기존 두 자녀 정책을 세 자녀로 확대했지만 오히려 1,062만 명으로 떨어졌고 2022년에는 956만 명을 기록했다.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밑돈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출생아 수도 902만 명 수준에 머물렀다. 국무원 산하 싱크탱크인 중국공정원은 올해 중국 출생 인구가 700만∼800만 명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는데, 이는 항일전쟁 시기(1937∼1945년) 수준이다.
구직·결혼 포기 ‘탕핑 세대’ 등장
중국 저출생의 원인은 중국보다 먼저 고통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바로 ‘육아 부담’이다. 특히 중국 부모들의 사교육 부담은 ‘사교육 공화국’이라는 한국 못지않다. 중국 유와인구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서 아이를 18세까지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6.9배로 한국(7.7배)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1980년 이후 가정을 꾸린 중국 부부들은 한 자녀 정책이 폐지되기 이전까지 35년간 한 명의 자녀만 키웠다. 가난을 겪었던 중국 부모들은 하나뿐인 내 아이는 경쟁력 있는 인재로 키워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고 이는 사교육비 상승으로 이어졌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부모의 막대한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지만 고도 성장세가 꺾인 중국 경제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일자리는 많지 않았다”며 “신생아 수와 청년실업률이 반비례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구직·결혼을 포기한 탕핑(躺平· 아무것도 하지 않고 드러누움) 세대 등장으로 저출생은 필연이 됐다는 얘기다.
출생률의 선행 지표 격인 혼인율도 절망적이다. 2022년 중국 초혼자 수는 1,051만 명으로 역대 최저였던 전년보다 106만 명 감소했다. 초혼자 수가 1,100만 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85년 통계 작성 이후 37년 만에 처음이다. 2013년 2,385만 명에서 약 10년 만에 절반 이하로 급감한 것이다. 결혼 연령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10년 24.89세였던 중국의 평균 초혼 연령은 2020년 28.67세로 3.78세 올랐다. 제로 코로나 정책 시기(2020~2022년) 중국인들이 결혼을 미뤘던 추세를 감안하면 현재 초혼 연령은 30세 수준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늦은 결혼은 가임 기회가 그만큼 적어짐을 뜻한다는 점에서 출생률 반등을 기대하기 더욱 어렵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