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기획 1호’ 여의도 시범아파트, 노인복지시설 ‘데이케이센터’ 수용
데이케어센터 수용한 여의도 시범
서울시 요구에 '결사반대'하던 조합원들
최근 여론 바뀌어, 사업 연기보다 실리 선택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1호 사업지인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다시 재건축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설치를 놓고 1년여간 서울시와 줄다리기를 벌여오던 노인복지시설 ‘데이케어센터’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검토에 착수한 것이다. 서울시장까지 나서 “데이케어센터가 없으면 신통기획도 없다”며 압박하자 더 이상 사업을 늦추기 보다 실리 찾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여의도 시범 재건축, 다시 속도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시범아파트 재건축 사업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은 데이케어센터 면적을 확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시는 시범아파트에 용적률 최대 400%, 최고 층수 65층 혜택을 주는 대신 데이케어센터를 기부채납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센터를 300㎡(90평) 규모로 조성하려 했지만 “단지 규모 대비 작다”는 지적이 나오자 노인 커뮤니티 시설 등을 포함시켜 622.7㎡(188평)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안이 나온 것이다.
한국자산신탁의 자료에 따르면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기부채납 시설로 재가노인복지시설(지상면적 500㎡·연 면적 662.7㎡)을 비롯해 공공주택(1,8871.86㎡), 단지 내 문화시설(9,309.7㎡), 단지 외 문화시설(19,690.3㎡), 입체보행로(719.13㎡)을 계획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자산신탁 관계자는 “서울시, 영등포구청과의 협의를 통해 면적은 계속 조정되고 있지만 노인복지시설의 면적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케어센터 설치 두고 갈등 격화
데이케어센터는 초기 치매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령층을 주간 등 정해진 시간에 돌봐주는 곳으로, 고령화 시대에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시설이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요양원 시설과 비슷하다는 오해로 부정적 기류가 있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재건축 과정에서 인센티브를 주며 설치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주민들 반대로 갈등이 발생한 상황이다.
시범아파트 역시 마찬가지다. 그간 사업 수익성과 아파트 단지 가치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서울시의 요구에 크게 반발해 왔다. 일부 소유주들은 아파트 벽면에 ‘신통기획 1호 속았다’, ‘오세훈 시장발 폭주행정’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데이케어센터가 ‘혐오시설’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상다수 주민이 이에 동조하자 시범아파트 측은 지난 6월 데이케어센터 대신 문화시설을 배치한 조치계획서를 시에 접수했다.
‘신통기획 취소’ 카드 꺼내자 한발 물러서
그러나 서울시는 이를 반려했다. 그러면서 올해 말까지 데이케어센터를 포함한 계획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재건축 사업의 핵심인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원점으로 돌리겠다고 통보했다. 이 경우 기존 신통기획 절차는 취소되고 일반 재건축 사업단지로 전환된다. 오 시장도 ‘공공기여 없는 재건축은 없다’는 입장을 꺾지 않았다. 그는 지난 8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범아파트 단지의 반대를 ‘이기적인 행태’로 지목, “데이케어센터를 지을 수 없다면 신통기획도 할 수 없다”고 사업 철회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결국 시범아파트도 한발 물러섰다. 인허가 기간 단축, 용적률 상향 등의 혜택을 받는 신통기획 기회를 날릴 수 없는 만큼, 서울시가 원하는 규모로 데이케어센터를 마련해 보겠다는 것이다. 재건축 신통기획은 시와 구가 자문을 통해 각종 도시건축규제를 완화하면서 정비계획을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규제 완화로 사업성을 높이는 동시에, 자문과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병행해 속도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시범아파트의 이번 결정에는 최근 다른 인근 재건축단지들이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수용하며 사업 속도를 내는 것 또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데이케어센터를 공공기여 하기로 받아들이면서 조합 설립 7개월 만인 지난달(9월) 정비계획이 통과됐다. 서초구의 서초 진흥아파트도 데이케어센터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